“술병과 잔, 그리고 수저통이 멋있지라우?”

해봉도예 대표 방진영 선생

방진영 선생은 왜 작품 설명을 하기에 앞서 가난했던 어린시절의 예기부터 풀어놓았을까. 9남매 중 하나로 고구마를 점심대용으로 살아왔던 지긋지긋한 가난의 시절 예기를 먼저 끄집어냈다.

“그렇게 가난했기에 남포등 밑에서 옹기를 배웠지요. 그런데 70년간 흙과 살아왔지만 모든 조건이 좋은 오늘 날에도 옛 작품을 못 따라가고 있습니다”

방 선생은 “도자기는 선이고 옹기는 투박해야 합니다”며 “나이가 젊었다면 대작을 한 번 해보고 싶은데, 그러나 한번쯤은 예술성 높은 청자를 만들어보고 싶습니다”라고 고백적 속내를 드러내보였다. 서울 경인미술관 입구에 있는 대작을 보고 더욱 그 같은 충동을 느꼈다는 방 선생은 “대작을 할 때 도자기는 손으로, 옹기는 도구로 하게 되는데 실은 옹기가 더 어렵다”고 덧붙였다.

도공의 꿈은 천년 후에도 남는 예술적 작품을 만들어내고 싶을 것이다. 다만 거기에만 매달릴 수 없는 것이 현실이 아니겠는가. 내가 원하는 작품, 내가 해내고 싶은 작품을 하는 진정한 도공의 열망일 터인데 왜 술병과 잔과 수저통을 만들었을까.

“아무래도 추세가 생활자기로 흐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바라보는 감상에서 실제 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자기야말로 마음을 즐겁게 해주지 않겠어요?”

특히 이번에 출시한 수저통이 앙증맞도록 예쁘다. 밑에 구멍이 서너 개 뚫어져 있어 작은 화분으로 용이하고 필통으로도 사용이 가능하다. 몇 번이나 실험 끝에 만들었다는 수저통은 선을 강조해서 싫증이 나지 않는다. 거기에 보리와 해바라기 문양도 넣었다.

술병과 잔은 손님과 마주앉아 술을 마실 때 품격이 돋보일 수 있는 작품이다. 홀로 마셔도 그 분위기가 있어 보인다. 청주나 소주를 넣어 마셔도 좋을 듯 싶다.

방 선생의 장인정신은 “저 집 가보면 뭔가 다르더라”는 말을 듣고 싶어 한다. 새로운 작품은 새로운 작품대로, 전통기법으로 만든 작품은 또 그 작품대로 멋과 혼이 들어있는 작품을 만드는 방진영 선생. 이제 아들부부가 청자박물관에서 도자기를 빚고 있어 4대째 해오고 있다.

“4대째 내려오는 도자기 집안답게 명품을 한 번 만들고 죽을랍니다” 송하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