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필원 기고(군동면 산업팀 지방행정9급)

30대 워크숍을 다녀와서

오필원(군동면 산업팀 지방행정9급)

며칠 전, “엘도라도 가실 분~ 엘도라도 가실 분~”하며 30대 워크숍 참석자 신청을 받는 직원의 애타는 목소리가 들렸다. 인사 이동이 있고 얼마 안되서 인지 다들 1박 2일 동안 사무실 자리를 비워야 하는 워크숍 참석에 부담감을 느껴 선뜻 신청하는 직원이 없는 것 같았다.

‘아~ 업무 파악도 해야 하고 아직 처리 못한 일도 많은데 워크숍에 다녀와도 되나? 돌아오면 더 일이 많아질 것 같은데...’하는 생각과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바람이나 쐬러 다녀와 볼까?’하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교차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다들 참석하기 부담스러워 하니까 근무경력이 제일 짧은 내가 다녀와야겠다는 마음으로 팀장님에게 말씀드렸더니 팀장님도 군청이나 다른 읍․면 직원들과 친분을 쌓을 수 좋은 기회라면서 흔쾌히 잘 다녀오라고 하셨다.

신안군 증도 엘도라도를 가기 위해 평상시보다 일찍 일어나 1박 2일 동안 필요한 짐가방을 메고 부랴부랴 집을 나섰다. 담당 업무가 바뀌고 얼마 되지 않아 사무실을 비우게 되어 가는 내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2시간 남짓 달린 버스는 우리를 아름다운 바닷가가 있는 엘도라도로 데려다 주었다. 숙소에 짐을 풀고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을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온통 사무실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점심을 먹고 스트레칭을 시작으로 미니 올림픽을 하면서 어느 순간 사무실 생각은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작년 강진군 군동면에 임용되어 1여 년 근무하면서 얼굴만 스쳐지나가 소속과 이름도 몰랐던 직원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많아지고, 함께 몸으로 부대끼며 게임을 하다보니 나이 또래가 엇비슷한 우리들은 친해지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나중에는 1박 2일이 짧다는 말이 나오기도 하였다.

워크숍을 많이 다녀보지는 않았지만 내가 가봤던 워크숍이나 다른 직원들에게 들었던 워크숍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그냥 친한 형, 동생 또는 대학 선후배가 MT를 온 것처럼 편한 느낌 그 자체였다.

저녁시간이 다되어 시작한 군수님의 특강을 들으면서 처음엔 ‘빨리 밥먹고 쉬어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었지만, 군수님의 솔직담백한 특강은 강의라고 하기보단 젊은 공직자들에게 들려주는 인생 이야기 같았고 우리들의 짓궂은 질문에도 재치있게 대답해 주시는 군수님 덕분에 저녁 시간이 늦어지고 있는 줄도 몰랐다.

저녁 식사 이후‘매직 감성 커뮤니케이션’은 나에게 색다른 경험이었다. 일명 밥도 먹고 쇼도 보는 디너쇼 같은 분위기였는데, 맛있는 저녁식사를 하면서 마술공연을 즐기고, 저녁 식사가 끝나고 참석자 전원이 서로 서로 손을 잡고 홀을 뛰어 다니기도 하고 팀별로 춤도 추고 노래를 부르며 장기자랑 시간을 가졌다. 30대에 접어들면서 그런 자리가 어색하고 껄끄러웠는데 같은 30대, 같은 또래라서 그런지 거부감이 없이 오랜만에 정말 신나게 놀았던 것 같다.

첫날 모든 일정이 끝난 후 방 하나에 모인 참석자들은 다시 이야기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직장에서 있었던 재미났던 일이나 자기의 소소한 일상까지 이야기하면서 마치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것처럼 자연스러운 시간을 가졌다. 일상으로 돌아가서도 서로 데면데면하지 않게 아는 척 하기로 맹세(?)까지 하면서...

둘째 날은 간단한 토론 및 발표 시간을 갖고, 버스로 증도 현장을 돌아보면서 1박 2일의 짧은 워크숍이 마무리되었다.

1년 동안 군동면사무소에서만 근무하였기에 사무실 밖의 직원들을 만날 기회가 별로 없어 직장 내 인간관계가 좁았던 나에게는 이번 워크숍이 정말 좋은 기회였다는 만족감과 30대의 젊은 직원들이 한자리에서 친목을 다질 기회가 다음엔 없을 것 같단 아쉬움이 함께 밀려왔다.

이번 워크숍에 참석한 모든 직원들이 다시 모이는 것은 힘들겠지만 같은 조로 이틀을 보냈던 우리 조원들과 다시 모임을 하기로 기원하며 이번 워크숍에서 일상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