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격 높은 이조여인의 자태를 청자에 담아보고 싶습니다”
원도예 이철규 작가
청자에 상형은 많다. 부처님도 있고, 보살상도 있다. 그런데 원도예 이철규 작가는 한국의 이조여인상을 청자로 만들었다. 그것도 궁녀의 아름다운 자태를.
“저는 이조여인을 그려내고 싶습니다. 이조여인의 아름다움은 가장 한국적이고 가장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이 아닌가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철규 작가는 1996년 홍익대학교 도예과를 졸업했다. 대학교에서 전반적으로 도자기를 공부한 셈이다. 기초에서부터 모든 도자기를 섭렵했을 그가 강진에 내려온 것은 2010년 5월 달이다. 딱 2년의 세월이 흐른 셈이다.
“도시에서 미술학원을 하며 도자기를 했었죠. 그러다가 본격적으로 청자를 만들기 위해 강진에 내려온 겁니다.”
그는 도시에서 공방을 차렸지만 제약이 많았다고 한다. 특히 작가의 공간에 있어 가장 큰 고민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런데 강진엘 자주 내려와 청자박물관을 비롯해 여러 개인요를 둘러보니 청자를 만들고 싶었고, 기왕 청자를 만들려면 강진에서 하는 것이 좋을 듯 싶었다. 특히 흙이며 유약 재료를 쉽게 채취할 수 있다는 점에 마음이 절로 움직였다. 무엇보다도 강진에 내려가면 청자파편과 가마터를 볼 수 있다는 것에 가슴이 설레었다.
대학을 졸업 후 이제야 자신의 갈 길을 확고히 잡은 셈이었는데, 청자 상형 중에서도 하필 여인상을 택했을까?
“일본이나 유럽 등에서는 도자기 인형이 발달되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직도 인형 도자기에 전혀 관심이 없더군요. 그래서 저라도 품격 높은 여인상을 그려내고 싶은 것이었죠.”
그런데 머리카락이 온 몸을 휘감고 있는 여인상이 보였다. 그 몸통 가운데는 우물처럼 패어져 있어 필통으로도 사용할 수 있고, 또 다른 소품을 끼워놓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인형은 인형이되 생활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겠다는 작품이다.
그러나 이철규 작가는 인형도자기에만 빠져있지 않다. 그는 자연을 소재로 한 생활자기에도 관심과 열정이 남다르다.
“저는 이 두 가지를 추구하고 싶습니다. 물론 인형도자기도 소품으로만 그치지 않고 대작의 인물상도 만들 계획입니다. 조형물로서의 청자, 남들이 추구하지 않는 또 다른 세계로 다가가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리고 생활접시를 만든다는 것. 간단하고 단순한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그야말로 다양하고 그 세계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의 접시는 그러고 보니 커다란 나뭇잎이었다. 자연과 닮은, 아니 자연을 표현하려고 하는 작가의 의도를 표출시키고 있었다. 나뭇잎 접시 곁에는 작은 주전자가 보였다. 그 주전자에는 꼬막의 껍질이 그려져 있었다. 잔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이는 자연을 한사코 담고자 하겠다는 작가의 생각이 여기에 있는 것은 아닐까.
홍익대를 졸업한 후 2000년에 한전프라자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가진 바 있고, 2012년에는 토도랑 3인전 외 단체전을 다수 가진 바 있는 이철규 작가. 그는 청자촌에서 새로운 신세대로서 앞으로 청자를 어떻게 구사하느냐에 따라 작품성이 달라질 것 같다. 송하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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