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사를 열린사찰 나눔의 공간으로 만들 터”

무문관(無門關) 거친 10안거의 선승(禪僧) 범종(梵宗) 주지스님

고성사 주지 범종스님은 지난 6월에 고성사 주지로 부임했다. 영암 도갑사 위 상견성암에서 천일 동안 참선정진 하다가 고성사를 맡으라는 큰절의 부름을 받고 부임한 것이다. 상견성암은 한평생 장좌불와를 해오면서 법력을 크게 떨친 청화스님이 주석했던 곳이다.

범종스님은 부임하기가 바쁘게 100일 기도를 올렸다. 왜 부임초부터 100일 기도를 시작했을까?

“고성사는 불교의 재산이 아닙니다. 강진군민의 재산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사찰의 본분인 열린사찰로써 종교를 떠나 어떤 종교인이든, 어떤 군민이든간에 누구나 쉴 수 있는 나눔의 공간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범종스님은 고성사에 처음 왔을 때 자못 놀라웠다는 말을 했는데, 그것은 보은산의 산세가 기가 막히게 좋았다는 것이고, 탐진바다와 강진읍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탁 트인 공간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저녁이면 고성사에서 울리는 범종소리를 금릉팔경 중 제1경 고암모종이라고 했던 것도 그 시대에 군민들이 고성사와 함께 살아온 정서가 있었기 때문일 거라고 말하는 범종스님은, 그래서 고성사가 군민의 재산이라고 강조하는 듯 했다.

범종스님은 대흥사가 본사로써 대흥사 주지스님이었던 천운큰스님이 은사스님이다. 대흥사에서 행자생활을 했고, 사미계를 받았다. 그리고 해인사에서 2년, 하동 쌍계사에서 2년 도합 4년의 강원생활을 했다. 특히 제방선원에서 안거수행을 해왔는데, 불국사와 대흥사 등에서 참선을 해왔다. 갑사 대자암 무문관에서 5개월, 또는 3개월씩 해왔다. 무문관은 한 번 들어가면 일체 바깥과는 접촉이 중지되고 하루 한 끼씩만 제공되는 곳이다.

“무문관 안에는 서너 평 밖에 되지 않지요. 간단한 샤워실과 좌변기, 그리고 수도꼭지 하나 있는데, 밖에서 자물쇠를 채워버립니다. 처음 3일간이나 5일간은 홀가분한 기분이고 편한 느낌이 들지만 1주일 정도 지나면 좁은 공간의 압박감이 옵니다. 공기의 무게까지도 느끼게 되는데, 이 때부터 자신과 치열한 싸움이 시작되지요.”

무문관의 경험을 굳이 묻자 처음엔 거절하던 스님이 설명을 해주었다. “참선의 화두를 잡고 그 같은 주변의 압박에 친숙해져야만 제대로 참선수행을 해낼 수 있습니다. 무문관은 체험해보지 않는 사람은 모릅니다. 적막감과 어둠과도 친숙해지면서 지배를 당하던 자신을 지배하는 자신으로 바꿔나갈 때 참 자유로움이 찾아오지요.”

무문관 수행이 가장 어렵다고 말하는 범종스님은, “생과 사에서 자유로워지고 싶기 때문에 자처해서 하는 수행”이라고 말끝을 맺었다. 그런 범종스님이 이제 고성사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부임했다. “불교계와 군민을 위해 제각기 개인이 지니고 있는 특성의 재능을 기부받아 종내에는 적개적소에 나눠주는 포교활동을 벌이겠습니다”고 강조한 범종스님은 “지금 당장 이렇다 저렇다 평가하지 마시고 앞으로 계속 지켜봐 주십시오”라고 말했다.

“전통은 바뀌지 않아야 되겠지만 시대의 흐름에 따라야 합니다. 그래서 사찰도 이제는 공원화가 되어야 하고 손잡고 올 수 있는 편한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범종스님은 “앞으로 약수터에서 고성사로 내려가는 길을 만들겠스니다”며 “강진불교의 모태였던 고성사가 새롭게 군민들의 곁으로 다가가겠습니다”고 목소리에 힘을 주고나서 “고성사는 특히 기도성취가 빠른 사찰로 사시, 행시의 합격자가 많이 나온 것은 우두봉의 정기와 빼어난 산세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고성사는 오는 10월 5일 오후 6시 30분에 고성사 경내에서 산사음악회를 연다. 그날 오후 5시에는 저녁공양을 고성사측에서 제공한다. 송하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