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교육감 후보는 누가 나오지?”
6.4 교육감선거 무관심 속 고전
착시현상 몰표 막기 위해 ‘교호순번제’ 도입
각 후보들 정책에 앞서 이름 알리기에 분주
6·4지방선거에 출마한 교육감 후보들이 세월호 사건으로 인해 조용히 치러지는 분위기와 정당도 기호도 없는 새로 개편된 선거 방식에서 고전하고 있다.
지난 22일부터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전남 교육감 후보들도 자신을 알리는데 주력하고 있지만, 선거 열기는 좀처럼 달아오르지 않고 있다. 교육감 후보들은 전남 지역 곳곳을 누비며 선거운동을 하고 있지만 농번기에다 사실상 정치선거에 뒤쳐지면서 자치단체장 선거에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유권자들의 반응은 시들하기만 하다.
이번 전남도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3명의 후보들은 김경택 동아인재대 총장, 김동철 도의원, 장만채 현 교육감이다. 교육감 선거는 정당 공천제가 아닌데도 상위 순번 후보자에게 몰표를 주는 착시 현상을 막기 위해 선거구마다 후보 나열 순서를 바꾸는 '교호순번제'를 도입했지만, 후보 개인에 대한 인지도는 물론 교육감 선거 자체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은 매우 낮아졌다.
교호순번제는 선거구마다 후보자 배열이 다른 투표용지가 유권자에게 주어지는 것이다. 투표용지에는 후보들의 이름이 가로로 표기되는데, 기초의원 선거구마다 그 순서가 다르다. 전남의 경우 교육감 선거에 A·B·C 3명의 후보가 출마했으므로 ‘가 기초의원 선거구’에서는 A-B-C 순서로 후보 이름을 배열한 투표용지가 배부되지만 ‘나 기초의원 선거구’에서는 B-C-A 순서로 표기된 투표용지에 투표해야 한다. 또 다른 선거구에서는 C-A-B 순서로 표기된 투표용지가 주어지는 식이다. 중앙선관위는 선거구별 유권자 숫자를 감안, 순서가 다르게 표기된 투표용지가 최대한 비슷한 양이 배부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전남지역 총 82개의 기초의원 선거구가 있기 때문에 총 3명의 후보가 28번 정도 순환배열 된다.
이러한 교호순번제 투표용지 도입은 지난 1월 말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결정됐다. 교육감 선거의 경우 정당 공천이 없는데도 투표용지에 기재된 이름 순서에 따라 특정 정당의 후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다.
교호순번제는 선거구에 따라 어떤 순서의 투표용지가 배포되는지에 따라 유불리가 반영될 가능성은 있지만 세월호 사건으로 유례없는 조용한 선거 분위기속에 각 후보들의 이력과 정책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유권자들이다. 따라서 지자체장 투표를 한 후 교육감 투표를 아예 하지 않거나 맹목적 투표를 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또한 장만채 교육감의 재선 가도의 유일한 장애물이었던 선거법 위반 소송이 항소심에서 무죄판결이 나오면서 사라졌고 사실상 대법원 판결은 수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되어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에 있다. 이 때문에 장만채 교육감의 선거 운동은 후보 간 네거티브보다는 자신의 재임기간 성과를 알리고 준비한 교육 공약을 알리는 데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장만채 교육감에 도전하는 김경택· 김동철 후보는 장만채 교육감보다 상대적으로 선거전에서 불리한 입장에 놓여 있으나 선거운동에는 활발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찌감치 예비후보로 등록하며 선거운동을 시작한 김경택 후보는 장만채 교육감의 법정 소송에 대한 문제를 강하게 제기해왔다. 교육감으로서 불미스런 일에 관여돼 수사를 받고 법원을 들락거리는 것 자체가 교육감으로서 자질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지적했으며 농어촌 지역의 교육복지에 대한 공약에 집중하고 있다. '일하고 노력하는 교육감'과 '따뜻함이 교육을 살린다'는 슬로건 아래 낙후한 전남교육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특화된 교육시스템을 개발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세 후보 중 가장 늦게 선거전에 뛰어든 김동철 후보는 특히 장 교육감이 치적으로 내세운 학교통폐합 사업인 거점고 설립에 대해서 강한 비판을 드러냈다. 거점고 사업으로 농어촌 지역의 작은 학교들이 사라지고 막대한 예산이 쓸데없이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앞으로 남은 선거 기간 동안 김경택, 김동철 두 후보의 행보가 장 교육감의 최종 득표율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와 자신들의 득표율을 어떻게 올릴지가 전남 교육감 선거의 관전 포인트이다.
이처럼 3명의 후보들이 이름 알리기에 주력하고 있는 한편, 전남 교육감 후보 중 두 명의 후보가 똑같이 金씨 성이란 점도 불리한 입장에서 후보들은 이름을 각인시키는 방법을 강구하는 모습도 보인다.
강진읍의 김모(50)씨는 “선거유세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어도 교육감 후보가 누군지 어떤 공약을 내놨는지 모르겠고 선거방식도 기호가 아닌 이름이어서 복잡하다”며 “노인들의 경우 제대로 투표를 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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