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2막학교 세운 오용원(55) 안정희(54)씨 부부
2막 인생을 위해 폐교된 칠량동초등학교에 12월중 개원예정
여름수련회 엠티 가을음악회 등 프로그램 운영
1박 2일의 짧은 여행이었지만
폐교가 되어버린 이 학교에서 하루 묵으면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너무나 욕심만 가지고 살아왔던 것은 아닌지··· 조금은 천천히···
옆을 둘러보며··· 한발씩 앞으로 가자
그러나 누구보다 후회 없이 열심히 살아가자
아자 아자 화이팅!
어느 한 참가자가 인터넷에 올린 글이다.
인생은 2막부터···. 최근 초고령화 시대로 접어들면서부터 누구나 2막을 준비해야 하는 시대가 되고 말았다. 더구나 불안정하고 불확실한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에 인생의 1막은 6-70대가 아니라 3-40대에 찾아온다는 것. 그러나 인생 후반기에 불어 닥치는 변화에 적극적으로 적응하기 위해서는 2막학교에서의 프로그램을 한번쯤 경험해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왜냐하면 2막학교의 정신이 지성적, 직업적, 종교적이기 때문에 정신무장을 하는 데에는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강진에도 2막학교가 개원할 예정이다. 남도2막학교가 공식 명칭이 될 예정인데, 장소는 칠량면 동초등하교 자리다. 폐교가 된 그 학교를 사들인 사람은 목포 출신의 오용원, 안정희 씨 부부다. 오용원씨는 그동안 서울에서 학원강사를 해왔다. 전공은 윤리와 논술이었다. 연세대 대학원 교육학석사 학위를 딴 뒤에 학원에서 강사노릇을 10년간 했다. 하지만 학원강사도 학생들과 똑같은 수준에서 얘기도 나누고 놀아주어야 하는데 나이가 들수록 어려웠다. “하루 하루 그렇게 살고 있는데 제 막내 동생이 제게 2막학교 운영을 권해왔습니다. 그 동생은 충북 괴산에서 폐교를 매입, 오풍원 2막학교를 운영했는데, 성공을 한 것입니다. 폐교가 400여개나 되는데 동생은 폐교연합회 사무총장직을 맡아 일하면서 하프타임스쿨 2막학교를 성공적으로 이끈 것입니다.”오용원씨는 칠량에 2막학교를 세우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므로 충북 괴산 2막학교가 제1호점이라면 제가 운영할 남도2막학교는 2호점이 될 것 같습니다. 말하자면 폐교의 가맹점이라고나 할까요.”
그러나 오용원씨 가족과 인부 몇몇이서 그 넓은 폐교를 페인트칠하고 교정의 나무를 가꾸기에는 역부족으로 비쳐졌다.“6월에 이사를 와서 개원을 11월로 잡았는데 아무래도 12월까지 준비를 해야할 것 같습니다. 단박에 단장을 하는 것 보다는 생각하면서 천천히 준비를 할 생각입니다” 얼마에 폐교를 매입했느냐는 질문에 오용원씨는 서슴없이 3억원이 약간 넘는 금액이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낯설고 이 무슨 고생인가 싶었어요. 서울에서 화려한 것만 보고 살다가 막상 내려와 보니 삭막하고 쓸쓸한 느낌을 저버릴 수가 없었는데, 이웃 할머님들의 따뜻한 마음씨에 역시 시골은 인정이 넘치는 곳이구나 느꼈어요.” 부인 안정희씨의 말이다. “무남독녀인 우리 빛나도 함께 내려왔어요.” 안여사가 딸을 부르자 한신대 기독교교육학과를 졸업했다는 빛나씨가 밖으로 나와 인사를 해왔다. “우리 딸이 그러더군요. 온 몸에 초록물 들 것 같다구요.” 아마도 교정을 둘러싼 크고 작은 수목들과 교정 가까이 있는 야트막한 야산의 푸르름 때문에 빛나씨는 그렇게 시골 생활의 첫소감을 말했는가 싶었다.
“강진은 다산과 영랑, 그리고 청자가 있는 아름다운 고장입니다. 이런 곳에서 2막 인생을 살게 되어 솔직히 앞으로 즐거울 것 같습니다”
벌써 까만 피부가 되어버린 오용원씨의 얼굴에 물수제비 같은 웃음이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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