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현의 얼 받들고 이어가는 이조인(李朝人)의 행정사(杏亭祠)
양산김씨(梁山金氏) 매년 음력 9월 보름에 때를 맞추어 이틀간 봉제사
호남유림 대표들 대거 참여, 주자가례로 국가적 영웅 숭배
도문화재 등록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 높아
행정사는 1820년 도내 유림(儒林)과 후손들의 발의로 삼현(三賢)을 추모하기 위해 창건한
양산김씨의 사우(祠宇)이다. 그곳에는 유항재 김양(金亮)이 주벽에 모셔져 있고, 절효 김호광(金好光)과 행정 김신광(金伸光)이 배위에 모셔져 있다. 세 분 모두 충절과 충효로써 후덕이 널리 알려졌거나 일등공신에 오른 한 시대의 인물들이다.
지난 13일 오전 10시부터 작천면 군자리에 있는 행정사는 조용하면서도 무거운 기운이 서려 있었다. 갓 쓰고 도포 입은 이조인들의 엄숙한 거동 때문이었다. 더구나 유한상(97) 행정사총괄원장의 카랑카랑한 목소리 때문에 이날 축문을 짓고 순서를 정하고 초헌관 아헌관 종헌관을 정함에 있어 기침 소리 하나 없는 경건함만이 있었다.
행정사는 양산김씨 문중에서 관리하지만 봉제사는 호남유림들이 도맡아 지낸다. 그러므로 유한상 행정사총괄원장은 당연히 양산김씨가 아니다. “강진에 19개 원사가 있지만 행정사처럼 규모가 크고 짜임새가 있는 곳은 드뭅니다. 또한 행정사는 사우이지만 봉제사는 서원 차원에서 지냅니다. 초헌관, 아헌관, 종헌관 모두 유림의 대표입니다.” 김득환 성균관 유도회 사무총장의 말이다 “그러므로 제사는 이틀간 지내게 되는데, 전날 와서 강독회를 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김사무총장은 이어 “국가적인 충절인을 기리기 위해 사우건립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보족(保族)과 선대인의 숭배에서 행정사와 같은 사우가 생긴 것이지만, 그러나 이러한 전통을 맥맥이 이어가는 것은 우리의 얼을 지키는 것과도 같다고 생각합니다”
봉제사는 경건하게 이어졌다. 홀기와 축문에 따라 차례대로 허리를 굽혀 잔을 올리는 손길에서 이조인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김한식(81) 강진노인회장의 모습도 보였고 원사의 일을 도맡아 해내는 오형국 행정동우회원의 모습도 보였다. 유림의 맥은 이렇듯 이어지고 있었지만 안타까운 목소리도 높았다. “전남도청에 문화재 등록을 요청해야 합니다. 유서 깊은 행정사가 전남도지정 문화재가 되었을 때 이러한 전통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97살의 유한상 행정사 총괄원장 축문을 짓고 초헌관, 아헌관, 종헌관을 정하고이있다
행정사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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