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상저 주민들 고소득, 바지락 캘 때면 바지런한 손놀림 ‘한 개라도 더’
김영기 해영산림과장 “허리까지 찬 뻘밭에 모래 채웠더니 바지락 자생”
강진은 유난히 벚꽃이 많이 핀다. 특히 까치내재를 넘어가는 길에는 벚꽃터널이 되어 금곡사 입구는 상춘객들로 가득 찼고, 지난 9일과 10일엔 금곡사 벚꽃음악회가 열리기도 했다. 벚꽃은 일제시대 때 심었다는 탐진강둑(석교)도 벚꽃이 만연해서 절로 봄기운을 느끼게 한다. 바야흐로 봄이다. 이렇듯 벚꽃이 필 때면 해마다 칠량 상저 주민들은 탐진바다로 나간다. 살이 차서 통통해진 바지락을 캐기 위해서다. 바지락을 캘 때면 평온하던 마을이 일시에 북새통을 이룬다.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차량과 경운기 등을 동원해서 장장 2km의 갯길을 지나 바다 깊숙이 나가는 것이다. 이럴 때면 사이좋게 막걸리를 마시고 정담을 나누는 사이가 아니다. 한 개라도 더 캐기 위해 바지런한 손놀림으로 곁에 사람과 말 한 마디도 나누지 않는다. 가만히 곁에서 지켜보았더니 3초에 한 개씩을 캐내고 있다. 현지가격으로 1kg에 7천원, 20kg에 140000인데, 하루에 한 사람이 60kg 정도는 너끈히 캐낼 수 있으니 고소득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아무런 투자도 없이 캐낸 바지락은 연간 수입은 개인당 1천만 원이 넘는다.
장계천 유입으로 되살아난 갯벌
그동안 장흥댐으로 인해 탐진만은 바지락이 고사되었다. 바지락이 없어진 것이다. 뻘은 허리까지 찼고 어디에도 바지락을 구경할 수가 없었다. 갯벌을 살리기 위해 23년간 어촌계장을 지낸 이기섭 전 어촌계장이 강진군 행양산림과에 건의를 했다. 모래를 깔아보자는 것이었는데, 5~6년 전에 생활안전자금 3천만 원으로 2회 모래를 깔았다. 그랬더니 허리까지 찬 뻘은 단단해졌고 바지락이 자생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장계천 물이 유입되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전 어촌계장 이기섭 씨 말대로 썰물이 된 탐진바다로 유입되는 장계천 수량은 깊은 산 계곡 물 이상으로 많았다.
“바지락은 특히 밀물과 썰물이 오가는 뻘에 민물이 들어와야만 자생하는 법이지요. 비록 장흥댐이 생겨 강물이 예전처럼 흘러들어 오지 않아도 이렇듯 장계천 물이 있어 바지락이 자생하고 있습니다.”
뻘은 넓이가 5ha이어서 굉장히 넓었다. 마을 사람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한시반시도 쉬지 않고 바지락 캐기에 여념이 없다. 허리 한 번 펴보는 일이 없이 정말이지 바지런한 손놀림이다. 금방 한 자루가 채워지면 바닷물에 씻어 지게로 나르거나 플라스틱통 자체로 뻘썰매처럼 나르고 있다.
그런데 얼마쯤 흘렀을까. 마을 사람들이 절반가량이 장계천 물을 건너 저쪽으로 향했다. 그러니까 장계천 이쪽에서만 자생하던 바지락이 장계천 저쪽에도 자생을 시작한 거였다. 자생의 범위가 크게 확대된 셈이었다.
“장계천 물이야말로 천혜의 조건을 부여한 셈이지요. 이러한 조건이 없었다면 영영 우리는 바다에서 아무 것도 건지질 못했을 겁니다.”
이기섭 전 어촌계장은 장계천의 조건도 조건이지만 모래를 깔았던 사람의 지혜 또한 있었기에 바지락 생산이 가능했으므로 앞으로 모래를 더 깔았으면 하는 희망을 말했다.
“모래도 일반 모래는 모두 떠내려가고 맙니다. 그래서 산에서 생산되는 깨진 돌이 더 효과를 봅니다. 그것을 더 깔아서 바지락 양식장을 넓혔을 때 더욱 주민들의 소득이 늘어나지 않겠습니까?”
어촌계장 23년 동안 늘 탐진바다를 지키고 살아왔던 이기섭씨는, 두 차례 모래를 깔았던 일로 주민소득이 늘어난 점에 대해 자부심이 강하다. 그리고 더욱 양식장을 넓힐 수 있는 희망에 달뜬 기분이었다.
“전라북도에서 생산되는 바지락은 이곳 바지락의 절반 가격 밖에 되질 않습니다. 그만큼 상급이어서 일반 식당에서는 사용조차 못합니다. 왜냐하면 가격에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찾는 사람이 많아 일단 친척부터 보내고 나서 주문을 택배로 보내고 있습니다.”
신임 유좌근(67) 어촌계장도 바램은 있었다.
“전임 어촌계장이 2km의 갯길을 포장해 마을 사람들이 아주 편하게 바지락을 나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너무 많은 차량과 경운기가 몰리다 보니 돌아서 가기가 몹시 불편합니다. 주차장이 배로 넓어졌으면 합니다.”
유좌근 현 어촌계장의 말대로 주차장이 좁다 보니 모든 차량과 경운기가 갯길 가로 일렬로 서 있었다. 문제는 들어 온 차량이 돌아서 나가기가 몹시 불편해 보였다.
70대가 80%인 상저 주민들이지만 탐진바다에서 자생하는 바지락으로 인해 넉넉한 마을이 되고 있다. 탐진바다가 곧 그들의 생명줄인 셈이다. 싱싱하고 살이 통통 오른 바지락 구입은 전화로 주문하면 택배로 보내준다. 바지락 구입 문의는 010-8548-3422이다.
바지락 요리, 무엇이 맛있을까?
바지락은 뭐니뭐니해도 바지락 회무침이다. 바지락 회무침을 밥과 비벼서 먹으면 맛이 그만이다. 강진 사람들도 바지락 회무침을 즐겨 먹고 있다. 또한 된장국에 넣어 먹어도 속이 시원하고 감칠맛이 난다. 송하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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