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현재 각급 학교·일반인 8000여명 참여 또는 예약 -
감성체험을 바탕으로 한 강진의 푸소(Fu So)체험이 수학여행을 겸한 새로운 관광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6월 현재 올해 푸소체험을 했거나 예약을 마친 각급 학교 학생과 가족단위, 일반 관광객은 무려 8000여명.
지난해 주로 광주·전남권 학교를 대상으로 실시했던 푸소체험이 입소문이 나면서 올해 수도권과 경남권 학교와 단체들의 예약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월 2박3일 일정으로 강진 푸소체험을 온 광주 숭일중 1학년 장슬아 양은 “머물렀던 집에서 막 밭에서 따온 상추쌈을 저녁으로 준비해준 할머니의 사랑과 정성에 마음이 너무 편했다”며 “말로만 듣던 영랑생가와 강진오감통에서 본 감성오페라도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장 양은 이어 “초등학교 6학년때인 작년에 엄마와 함께 강진청자축제에 놀러왔을 때랑 또 다른 느낌이어서 너무 좋았다”고 방긋 웃었다.
이 학교 1학년 영어담당 김수영 교사는 “당초 다른 지역 수련원으로 체험활동을 떠나려다 강진 푸소체험이 아이들의 감성을 일깨우는데 더 적합하다는 여러 선생님들의 의견을 모아 강진으로 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갑자기 더워진 날씨에도 아이들이 기뻐하고 즐기는 것을 보니 덩달아 감성이 풍부해졌다”고 말했다.
이에앞서 같은 달 16~17일 이틀간 특별한 푸소체험도 눈길을 끌었다.
멀리 중국과 일본에서 온 청소년들이 강진을 찾은 것이다. 푸소체험의 국제화를 꾀하기 위해 이뤄진 체험은 광주 국제고와 중국 하남성 허창고, 일본 고치현 메이토쿠고 학생 등 90명이 참여했다. 나라별로 섞여 4명씩 조를 이룬 학생들은 강진다원과 무위사, 남미륵사, 가우도, 고려청자박물관 등 강진의 대표적인 문화유적과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둘러봤다. 강진 오감통으로 자리를 옮겨 강진의 대표 감성프로그램인 영랑감성학교 ‘성악가와 함께 떠나는 오페라 여행’, ‘청자접시에 꿈 새기기’ 프로그램을 체험한 뒤 소원 풍등을 날리며 푸소체험 농가와 첫 인연을 맺었다.
학생들은 푸소체험 농가에서 한복을 입어보고, 전통음식을 맛보기도 하며 한국의 농촌문화를 경험했다. 여기에 손두부 만들기, 텃밭체험, 갯벌체험 등을 통해 감성을 키웠다.
푸소농가 김성희씨 집에서 하룻밤을 보낸 중국 허창고 장시아오위양은 “도토리묵을 만드는 게 재미있었다”고 웃었고 일본 메이토쿠고 타카하시 미즈호양은 “주인 아주머니의 따뜻한 환대와 정성이 담긴 음식, 강진이란 곳은 자연경관까지, 몰랐던 한국의 정(情)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푸소(FU-SO)’는 Feeling Up Stress Off의 약자로 감성은 높이고 스트레스는 날려버리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풀어내시오’라는 전라도 방언으로 속상했던 마음, 숨겨두었던 고민을 시원하게 털어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눈으로 보는 것에만 그쳤던 수학여행에서 몸으로 배우고, 가슴으로 느끼는 체험 여행으로의 변화를 꾀하는 것이다.
꿈과 상상보다 성적표 숫자가 중요해지고, 공감과 소통보다 스펙을 쌓는 데 열을 올려야 하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순수한 아이들의 감성을 다시 깨우는 일이 얼마나 고귀한 일인가.
강진은 감성이 메마른 세대를 위해 화려한 풍경이 줄 수 없는 따뜻한 정, 현대적 시설이 줄 수 없는 사람과의 소통, 최첨단 기술이 줄 수 없는 자연속의 쉼, 고가의 상품이 줄 수 없는 진심을 담은 위로를 내놨다. 강진의 한발 앞선 생각은 제대로 들어맞았다. 반신반의하던 학생들은 숨 가쁘게 달려왔던 학업을 잠시 멈추고 농촌의 넉넉한 정을 느끼며, 자연과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강진 푸소체험에 열광하고 있다.
아이들을 체험 농가 가정에 맡기는 것이 걱정스럽던 선생님들도 한층 밝아진 얼굴로 돌아오는 아이들을 보며 푸소체험의 매력에 푹 빠졌다. 강진 푸소체험이 수학여행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이다.
푸소체험은 올해 전면 시행된 중학교 자유학기제와 찰떡궁합으로 ‘진짜 쉼’을 위해 강진을 찾는 학교들이 더욱 많아지고 있다.
자유학기제는 학생들이 꿈과 희망을 찾을 수 있도록 중학교 교육과정 중 한 학기동안 시험 없이 토론과 실습 위주의 참여형 수업, 다양한 체험활동을 실시하는 새로운 교육 제도다. 자유학기제가 학생들에게는 잠시 공부에서 벗어나는 행복한 시간이 될지 모르지만, 교사들은 한 학기동안 학생들이 시험 없이도 한 뼘 성장할 수 있도록 알찬 시간을 만들어가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
걱정할 필요 없이, 푸소체험은 안성맞춤이다. 지성에 지친 학생들이 타인과의 소통을 배우고, 땀방울의 가치를 배우며,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시골 어른들의 지혜를 배우는 참 교육의 장을 만들기 위해 체험농가와 강진군이 단단히 준비하고 두 팔 벌려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
푸소체험을 끝내고 농가와 학생들이 버스 앞에서 작별하는 시간이 되면, 볼만한 광경이 펼쳐진다. 여기저기서 기념사진을 찍고, 부둥켜안고, 간혹 훌쩍이는 아이들도 보인다. 단단하게 굳어있던 학생들이 잃어버렸던 감성을 회복하고 자유롭게 꿈을 이야기하며,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한다. 이것이 푸소체험의 묘미다. 자유학기제 시행이 갖는 진정한 교육적 의미를 무엇보다 충분히 충족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미 여러 학교들이 푸소체험을 통해 깊은 정을 경험하고, 그 정을 못 잊어 가족과 함께 다시 찾아오고 있다.
정을 모티브로 하는 감성체험여행을 통해 침체된 농촌에는 활기를 불어넣고, 메마른 도시 정서에 따뜻함을 불어 넣으며, 도시와 농촌을 하나의 가족으로 엮어내고 있는 것이다. 강진원 강진군수는 “강진 푸소체험이 이제는 대세로 자리를 잡아 새로운 관광트렌드의 선구자 역할과 기능을 완벽하게 해내고 있다”면서 “수학여행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와 함께 푸소체험이 학생들의 감성체험 필수코스로 모자람이 없도록 관심과 정성을 더 쏟겠다”고 말했다. 송하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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