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초고령화시대(60회)
마량면 원포마을
강원두(86)할아버지
“ 중국으로 징병가서 우리나라 애국자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아”
“외정 때 일본 놈 군인을 한 2년 가고 지금껏 여그서 살었소.”
강할아버지는 젊은이 못지않은 힘 있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원포마을에서 갑자년에 태어난 강할아버지는 21살 되던 해 3월에 한 동네에서 17살 난 처녀와 중매로 결혼하였고 7월에 징병을 갔다.
“나라에서 불러서 간거여. 내가 그랑게 스물한 살 묵어서 가서 스물세 살에 왔어요,”
중국 항구까지 군함을 타고 들어가 한 달 동안 짐을 풀고 사역을 한 후 무창이라는 곳에서부터는 걸어서 행군을 했다. 무창에서 관동성까지 가려면 3개월을 계속 걷는 혹독한 행군이었다.
“당시 일본놈들은 이미 망하게 되어 있었어요. 돈도 없이 전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모든 물자가 부족하고 형편 없었재.”
전쟁의 막바지였던 그 당시 낮에는 미군의 전투기가 폭탄을 퍼부어댔기 때문에 무서워 숨어 있다가 밤이되면 날새도록 행군을 했다. 행군을 하는 동안 중간 중간에 물자를 대주는 보급소가 있었지만 지급되는 물자는 형편없었고 먹을 것도 부족했다.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적군과 의 전쟁터에서. 잠시 한 눈을 팔다가는 전체가 죽음바다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만이 전부였다. 두어 명의 병사를 먼저 보내 보아 잘 만한 곳을 찾아서 정하면 길가에 쪽지를 놓아둔다. 뒤이어 따라오는 군인들은 길가에 놓인 쪽지를 보고 잠자리를 정한다. 낮 동안은 빈집에서 잠을 자고 어스름 저녁이 되어 시작되는 밤 행군은 죽느냐 사느냐 두 가지로 생각이 묶여서 되풀이 되는 나날이 전쟁터였던 것이다.
“행군도중에는 그래도 괜찮어요. 동네가 보이면 돼지나 닭, 쌀 같은 것을 뺏어다가 먹기라도 하니까요.”
먹을 것이 부족하기 때문에 동네가 보이면 무조건 뺏어다 먹는 게 일이었다. 하지만 군인들이 다니는 길목근처 마을은 이미 피난을 떠난 상태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살지 않았고 특히 여자들은 보이지 않았다. 전쟁터에서의 생활은 부모 가족이 떠오를 겨를조차 없는 처참한 생활일 뿐이었다. 죽을 뻔한 고비를 수없이 겪었다는 강할아버지는 철둑을 걷다가 죽을 뻔한 사연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계셨다.
“철둑으로 다섯이 걸어간디 갑자기 위에서 수류탄이 막 쏟아져부러. 내가 가운데 있었는디 제일 앞에 간 사람이 그 자리서 죽고, 뒤에 두 사람은 부상당해 쓰러지더만, 그때 막 도망쳐서 숨어 있다가 살아났재.”
결국 총격전 한 번 제대로 못해보고 행군으로 기기만 하다가 해방되었고, 해방이 되었지만 집으로 돌아올 길은 막막했다.
“미국이 아니었으면 중국도 일본이 묵었을 것이요. 미국 비행기가 공중에서 포탄을 부으며 공포를 주기 때문에 일본이 물러난 것이지요.”
해방이 되었어도 고향에 돌아오지 못하고 중국 땅에 8개월을 머물러 있던 동안 한국의 학도병들이 서둘렀기 때문에 일본군대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한국인 징병자들은 그때 애국단체를 이끌던 김구 선생을 알게 되었고 우리나라에도 애국가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그러나 8.15 해방을 맞은 중국은 모택통과 장개석이 끝내 이념을 극복하지 못하고 두 가지 사상으로 나뉘어 국내전쟁에 돌입하였다. 당시 일본무기를 모두 반환한 상태에서 장개석파에서는 일본군에 징병된 한국인들을 모두 무장시켜준다며 제의가 들어왔다. 곧 쳐들어온다고 들려오던 모택통 군을 맞서 함께 싸워 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당시 김구선생이 광복군을 조직하였고 한국인 징병자들은 광복군으로 편입되어 고국으로 함께 돌아올 날을 기다릴 수 있었다. 하지만 미국에서의 요구는 김구선생 단신으로 들어와야지 광복군이라는 군대를 이끌고 들어오는 것은 안 된다고 했다고 한다. 그래서 강할아버지는 나중 일본배로 일본군이 한국에 실어다 주어 고향에 돌아왔다.
“밥 묵고 산지가 얼매 됐소. 농사짓다가 차근차근 힘 피게 되었지만, 가난하고 주변에 학교가 없어 4남 5녀의 자녀들을 잘 가르치지 못했어요.”
이제는 늙어서 아는 체 할 일도 없다고 강조하시는 강할아버지는 또렷한 기억력과 청력을 갖고 계신다. 또한 작년까지도 논둑 풀을 베었으며 지금도 동네를 시간만 나면 걸어서 돌아다니신다.
“가만 있으먼 심심허고 깝깝헌게 그러요.”
강할아버지는 젊어서 술과 담배를 많이 하셨지만, 손자들이 담배피우면 옆에 안온다고 하여 10년 전 담배를 끊었으며, 며느리 이름과 나이까지 또렷하게 말씀하실 정도로 정정한 모습이었다. 현재는 장남 강필성(62),김연우(60) 부부와 함께 생활하고 계신다. (이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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