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걸어온 길 윤재준 (주)선도소프트 사장 회고록
l 둘째 아이
둘째 아이도 특별한 출산 계획이나 가족 계획 없이 아내가 임신을 했다. 첫 아이 때보다 배도 더 불렀다. 첫 아이 출산 때 고생을 했던 터라 둘째 아이 때는 신경을 써서 시설과 서비스가 좋은 강남 성신 병원을 택해서 진료를 받았다. 어떤 기술이 좋은지 모르지만 부원장은 기술이 좋다고 소문이 나 있었다. 하루 전 진통이 와서 미리 입원을 했다. 이때까지는 좋았는데 무슨 연유인지 부원장이 진찰을 하면서 애를 담고 있는 양수를 터트려서 양수가 빠져 버렸다. 저녁부터 본격적으로 진통이 왔으나 애가 나오지를 않는 것이다. 의사는 새벽 2~3시쯤에 양손에 피를 묻혀가지고 보호자를 찾는 것이다. 나는 겁이 덜컥 났다. 내용인즉 애가 나오지 않으니 제왕절개 수술을 해야겠다는 것이다. 의료 보험이 부족했던 시절이라 수술 비용도 문제였지만 의학 상식이 부족한 나로서는 제왕절개 수술을 하면 산모가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을까 걱정이었다. 그래서 제발 수술하지 않고 애를 낳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사정했다.
그날 당직 의사는 전남대 의대 출신으로 친절했다. 당직 의사 이야기로는 애가 나오지 않으니 자기가 밤새도록 마사지를 계속하고 있는 중이란다. 새벽 4시쯤 해서 결국은 기계로 머리를 집어서 애를 빼냈다. 그래서 그런지 애 머리가 길쭉하니 짱구가 되어 있었다. 제왕절개 수술을 하지 않고 산모와 애가 큰 탈 없다는데 안도의 숨을 쉬었다. 세상에 사람이 태어나는 것이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l 유학 준비
KIST에 근무하면서 도깨비 방망이 같은 미국 유학을 가기로 마음 먹었다. 미국 유학을 가려면 우선 3가지를 준비해야 했다. 첫째 미국 대학으로부터 장학금까지 주겠다는 입학 허가서 (I-20 Form)를 받는 것과, 둘째 TOEFL 영어와 국사 시험에 합격해야 되고, 셋째 미국에 가는 비행기 값을 준비해야 했다. 둘째 애가 어리고 아내도 미국 가는 준비를 해야 되므로 생활비를 저축할 겸 네 식구가 처갓집으로 들어갔다. 처갓집 식구들은 첫 외손자들이라 애들을 너무 좋아하시고 정성을 쏟으셨다. 입학 허가서는 서대문에 있는 한미 유학원에 가서 미국 대학 목록을 뽑아 입학 지원서를 냈다. 몇 군데서 입학 허가서가 왔지만 장학금을 주겠다는 곳은 Milwaukee에 있는 Marquette 대학뿐이었다. 이것은 앞에서 언급했듯이 Harry Choi 박사님과 Marquette 대학교 기계 공학과 과주임 교수인 Gaggioli가 매우 가까운 사이였기에 가능했다.
마지막 준비 사항으로 TOEFL과 국사 시험을 치렀으나 국사 시험에서는 낙방을 먹었다. 국사 시험 때문에 1971년 9월 신학기에는 미국에 갈 수가 없었다. 국사 시험을 다시 치러 자격은 얻었으나 장학금을 연기해 주는 것이 걱정되었다. 그렇지만 친절하게도 Gaggioli 교수는 장학금을 연기해 주었다. 그 당시 KIST에는 CDC 컴퓨터를 도입해서 컴퓨터 교육을 시행하고 있었는데 컴퓨터 초급 과정을 밟았다. 아내는 미국에 가면 생활을 꾸려가야 한다는 일념으로 부지런히 영어 공부와 key punch 교육을 받으러 다녔다. 그 당시는 PC와 keyboard가 없었기 때문에 컴퓨터에 대한 데이터 입력은 key punch card를 이용했다. 유학 길에 오르기 얼마 전에는 딸 은영 (Kathy)이의 충치를 치료해줘야 했다. 만 3살 밖에 안되었는데 이모들이 예쁘다고 초콜릿과 사탕을 사줘서 충치가 심해 8~9개의 이빨을 치료했다. 서울대 병원 어린이 치과에서 치료를 했는데 작은 입에 너무 많은 이가 썩고 치료를 받을 때 너무 발버둥치면서 울어대서 독방에 가두어 놓고 치료를 했다. 드디어 1972년 1월 초 KIST를 사직하고 미국 유학 길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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