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걸어온 길 윤재준(주)선도소프트 사장 회고록 19
미국으로
1972년 1월 13일 드디어 미국 유학 길에 올랐다. 큰애가 3살, 작은애가 6개월 되었고 생활비도 별로 모아 놓은 것이 없어서 아내와 처갓집에 큰 부담을 남겨 두었다. 국사 시험 때문에 2학기 개강에 겨우 맞추어 미국으로 출발했다. Wisconsin 주에 있는 University of Wisconsin at Madison 에는 광주 고등학교 시절 친구인 이유방이가 박사 학위 과정에서 공부하고 있었다. LA 에서 Chicago 로 가면 이 친구가 Chicago 에 마중 나오게 되어 있었다. Chicago근방에 눈이 많이 왔고 Madison 에서 Chicago 까지는 자동차로 2시간 남짓 거리라 이 친구가 나더러 Madison로 오라고 LA 공항에 메시지를 남겼다. 스피커에서 나에게 메시지가 방송 되었으나 나는 알아듣지 못해 하마터면 Chicago 공항에서 찬구를 기다리다 밤을 세울 뻔 했다. 마침 처재가 일주일 전에 LA 에 와있어서 LA 공항에 마중 나왔다. 동서인 창수는 어려서 미국에서 자랐으므로 메시지를 알아 듣고 나에게 알려주었다. 이렇게 해서 미국 생활의 도전과 행운이 시작되었다.
Chicago 공항에서 Madison 가는 비행기표를 샀다. 공항에서는 이대를 졸업하고 인디애나폴리스 (Indianapolis) 로 가는 여학생과 잠시나마 말동무가 되었다. Madison 가는 비행기에서 보니 하얗게 온 천지가 눈으로 덮여있었다. Madison 은 Wisconsin 주 정부가 있고 호수가 많고 눈이 많이 오는 아름다운 학교 도시다. Madison 에 있는 Wisconsin 대학은 미국에서 일류급 대학으로 생물 농업 분야로 잘 알려졌다. 이유방이는 여기에서 Meat Science 를 전공하고 있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일등을 남에게 빼앗긴 적이 없고 서울대학교 농과 대학 입학과 졸업 ROTC 2기에서도 수석을 했던 머리 좋은 친구다. 그 동안 University of California at Davis 에서 육가공 연구실을 맡아서 일했으며 신앙 생활도 열심히 해서 신학 대학을 이수하고 목사 안수를 받아 선교 활동을 하고 있다. Wisconsin 대학의 기혼자용 학교 아파트인 그 친구 집에서 미국에서 첫 밤을 보냈다.
Marquette 대학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내가 오는 시기에 Wisconsin 주에는 한파가 몰려와서 섭씨 영하 50도로 60년 만에 오는 추위란다. 눈이 많이 오고 어쩔 때는 허리에까지 쌓일 정도다. Madison 에서 Milwaukee 까지는 자동차로 한 시간 반 정도 걸린다. 유방이 부인은 차에 히터가 있는데도 차 속에서 담요를 뒤집어 덮고 있었다. Marquette 대학에 도착하자 Foreign Student Advisor 방을 찾았다. 친절한 그는 자기 바지자락을 걷어 올려 긴 내복을 보이면서 여기서는 내복을 입어야 한다고 일러 주었다. 미국 오기 전에 미국에서 생활하고 온 이경서 박사가 미국에서는 내복을 입지 않는다고 해서 내복을 챙겨오지 않은 터였다. Marquette 대학은 천주교 계통 사립대학으로 미국에서는 농구를 잘하는 대학으로 알려졌다. 한국 서강대학교와도 교류를 맺고 있었다. 입학수속을 마치고 학교근처에 있는 호텔에 들어갔다. 기숙사를 신청했으나 2학기라서 빈방이 준비되려면 2~3일이 필요했다. 호텔에서 하루를 묵고 나니 내 재산의 반이 날라가 버렸다. 그 당시는 외화가 부족해서 해외 유학시 미화 100불만 해외에 가지고 나갈 수 있었다. 할 수 없이 한국 학생들이 자취하는 곳에서 몇 일 신세를 지기로 했다. 자취라고 해야 제대로 된 밥상도 없고 김치찌개나 라면으로 때우는 시기였다. 학교 장학금으로는 학비를 제외하고 매월 244불을 받았다. 기숙사비 140불을 지급하고 나머지는 용돈과 한국에 있는 식구들을 데려오기 위해 저축을 해나갔다.
Milwaukee는 기계공업 도시로 자동차 부품회사들이 많았다. 또한 독일계 이민자들이 많아서인지 맥주회사로 유명하다. 지금은 한국인이 4~5천명 되지만 그 당시는 200명도 채 되지 않았다. 학생, 교수, 의사 및 태권도 사범들이 와 있었고 한국교회가 한국사람들의 교류 중심지가 되었다. 아직은 한국 식품점이 없어서 한시간 반 거리인 시카고에 가서 한국식품을 사오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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