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고을신문 : <녹향월촌 4> 강 / 시와 산문 / 박부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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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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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향월촌 4> 강 / 시와 산문 / 박부민 시인

 

<녹향월촌 4> 강  / 시와 산문 / 박부민 시인





우리나라의 강들 왜 그리 수줍은지

새색시 댕기 풀듯이

지아비 산 굵은 허리 살폿 휘감을 뿐

절절절 파동 치지 않으며

숨소리 조용히도 웅크린 시간들을

미루나무 몇 그루 속에 꽂아두고

햇발의 아침을 기다려

긴 들판 끝에서야 입김 뿜어 노을로 끓어오른다

하늘이 뚫린 날이 아니고서는

먼 마을 가까운 이웃 덮친 역사도 없이

서글픈 갈대 뿌리 하나 범한 일 없이

그렇게 살갑게 흘러

얼음 녹이는 꽃바람의 고향에 그윽이 닿고

큰 자락 돌아 나오다 멈칫, 무엇이 생각났는지

황토 빛 눈시울 붉어져 숨 한 번 고르더니

다시 웃으며 도란도란 반짝이는

물 깊이 착한 우리들의 강

 





=================

  때 아닌 눈발과 꽃샘추위를 만나 잠시 실랑이 하던 봄빛이 잰 걸음으로 올라온다. 이미 산수유가 어렵사리 얼굴을 내밀었고 매화는 망울을 터뜨렸다. 목련도 벚꽃도 깨어나고 있다.

  봄이 상륙한 탐진강의 얼굴은 얼부풀었다가 방금 녹은 새색시의 볼처럼 달아오른다. 어딜 가나 우리나라의 강들은 매몰차거나 거칠지 않고 수줍게 조용히 흐른다. 더더욱 남도의 강들은 겨우내 숨죽이며 천천히 둔중한 산을 부드럽게 돌아 나온다. 영산강, 섬진강이 그렇고 보성강, 탐진강이 그렇다.

  어둔 엄동의 곡절을 가슴에 품고 햇발 가득한 아침을 기다려 이윽고 뜨거운 입김을 뿜어대며 아침노을로 끓어오르는 강은 우리나라의 역사를 닮았다. 너무 약하고 진취적이지 못하다며 자괴감에 허우적이는 사람들은 늘 못마땅해 하지만 결국 끈질긴 생명력으로 숱한 도전을 이겨내고 긴 밤의 꿈을 이루어 내는 건 말없이 따뜻하고 착한 성품이다.

  우리네 여인들이 그렇고 우리의 강들, 남도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우리의 역사는 늘 약한 듯해도 약하지 않고 끝내는 소리치고 끓어오르는 승리의 본류가 되고 만다. 한 가정을 지켜내고 한 고을을 빛내고 한 나라를 장엄하게 이끌어가는 것은 힘이나 돈이나 지식 자랑으로 거들먹거리는 일순간의 포말과도 같은 거친 위세가 아니다.

  온 들판을 헤집고 여러 마을을 집어삼키며 모두에게 상처를 주면서 제 앞만 생각하고 세차게 짓달려 도망가는 물살의 살벌한 역사는 죽음과 슬픔을 낳을 뿐이다. 그런 것은 우리들의 강 우리들의 역사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강들은 얼마나 착한지 눈물도 많고 웃음도 많다. 지나간 서글픈 역사의 소용돌이에 멈칫 눈물짓지만 다시 웃음을 잃지 않고 언제나 황토를 적시며 정답게 봄빛을 싣고 흐르는 강. 속 깊은 우리 민족을 닮았다. 따뜻한 남도를 닮았다.     - 녹향월촌에서 박부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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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부민 시인 / 1996년 계간 <시와 산문> 신인상 당선 (조병화 시인 選) 2005년 한국크리스챤문학상 수상. 한국크리스쳔시인협회회원. 현 남도햇빛교회 담임목사 nasaret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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