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길목에서
스트레스
조만종 (강진경찰서 작전경비계장)
활짝 핀 진달래꽃 개나리꽃 벚꽃을 벗 삼아 함께 꽃이 되고 싶은 날들이다. 이런 날엔 강진의 구강포 줄기를 따라 드라이브하고 해창 포구에서 좋아하는 벗들을 불러 모아 고니떼를 바라 보면서 문저리 낚시하는 그림을 그려본다. 항상 많은 꿈들은 이루어지고 있다고 긍정해보지만, 요즘 삶의 속도가 무지하게 빠름을 느낀다. 그것은 스스로의 무력감과 쌓인 스트레스, 배려의 부족 때문에 생기는 화병이 꽃처럼 피어나고 있다는 것. 사실은 모두가 자신 탓이다. 스트레스를 피하려 애쓰지 맙시다. 피하려 하면 할수록 더욱더 많이 생길 것이기 때문이지요. 그냥 삶을 향해 모든 것을 최대한으로 이용해 보자고 제안해 봅니다.
병은 마음에서 생긴다는 말이 있지요. 진나라 때 영리하기로 소문난 악광이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악광에게는 절친한 술친구가 한 명 있었는데, 언제부턴가 친구가 발길을 끊고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이상히 여긴 악광은 하인을 보내 알아보니 “지난번에 술을 마실 때 술잔 속에 꿈틀거리는 뱀을 보았네. 기분이 안 좋았지만 이미 술을 마신 뒤로 어쩔 수가 없었지. 그 뒤로 몸이 좋지 않다네.”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악광이 이상하다 여겨 지난번 술 마신 곳으로 가보니, 그곳에는 뱀이 그려진 활이 걸려 있었습니다. 악광은 그때서야 뱀이 왜 술잔에 있었는지 알게 되었지요. 악광이 다시 친구를 청해 술잔을 따르며 물었습니다. “술잔에 무엇이 보이는가?” 친구가 놀라 대답했습니다. “지난번과 같은 작은 뱀이 있네.” 악광은 그 이유를 설명해 주었지요. 그러자 이 말을 들은 친구의 병이 씻은 듯 나았습니다. 배궁사영(杯弓蛇影) 또는 배중사영(杯中蛇影)이라는 말은, 쓸데없는 의심으로 화를 만든다는 얘기지요. 세상을 살다보면 불필요한 걱정으로 근심을 만들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 때마다 너무 소심해서 술잔 속에 비친 뱀의 그림자, 배궁사영을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합니다. 성경에도 화병(?)으로 들어 누웠다가 예수님께로부터 치유함을 받은 사람이 있습니다. 이 사람은 베드로의 장모로 성경에서는 열병이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시몬의 장모가 열병으로 누웠는지라 사람들이 곧 그의 일로 예수께 여쭈었는데 나아가사 그 손을 잡아 일으키시니 열병이 떠나고 여자가 저에게 수종드니라”(막1:30-31) 고요하고 평온한 베드로의 집에 어느 날 갑자기 청천벽력과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베드로는 평소 아내와 함께 장모님을 모시고 동생 안드레와 함께 성실하게 고기를 잡으며 살아가는 사람이었습니다. 조금 성격이 급한 것이 흠이지만 그래도 성실하게 가정만을 생각하며 살아가는 사위에게 장모는 항상 고마움을 갖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사위인 베드로가 자신이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말하는 예수라는 청년을 따라가겠노라며 배와 그물을 집어 던져 버린 것입니다. 자신과 그리고 아내와 한마디 상의도 하지 않고 언제 돌아온다는 약속도 없이 훌쩍 떠났으니 그 소식을 남에게 들어야 하는 장모의 마음은 답답했을 것입니다. 가족들에 대한 어떤 염려나 대책도 없이, 심지어 집 안을 꾸려 나가야 할 사돈총각마저도 데리고 집을 나 간 사위가 못 마땅했을 것입니다. 사위를 생각하니 울화통이 치밀어 오르고 결국 이 여인은 자리를 펴고 눕고 만 것입니다. 열병이 난 것입니다. 그것은 한국 사회에나 있는 화병과도 같은 것이었을 것입니다. 장모가 머리를 싸매고 누었다는 말을 베드로가 들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을 모시고 베드로는 자신의 집으로 갔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을 모시고 왔는데도 장모는 나와 볼 생각은 안하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대면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장모를 일부러 찾아 주시고 그녀의 열병을 고쳐 주셨습니다. 이 여인도 예수님을 보자마자 그 분이 어떤 분이시라는 것을 알고 사위인 베드로를 이해했을 것입니다. 화병의 근본적인 것이 해결되고 나니 그녀의 병은 치료되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녀는 예수님께 수종을 드는 최초의 믿음의 여인이자 또한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돌아가실 때까지 섬기던 믿음의 여인이 되었습니다.
요즈음 우리주변에 의외로 화병 환자가 많은 것 같습니다. 직장 안에서도 동료 간 문제로 화병이 생기고, 가정에서도 고부간, 부부간, 말 못할 고민으로 화병이 생기고 교회 내에서도 목회자와 성도 간의 문제로, 화병을 앓고 있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이러한 화병을 치료하는 방법은 오직 하나, 베드로의 장모가 예수님을 만남으로 병이 나은 것처럼, 주님이 개입하시는 방법 밖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주님이 상처를 치유해 주시고, 성령이 화를 다스려 주시고, 그리고 하나님께서 주신 말씀대로 내 안에 쌓여있는 것들은 그때그때 풀어야만 합니다. 그 방법 외에는 어떠한 특별한 치료법이 없는 것 같습니다.
꽃들이 만발한 4월, 화병 걸리지 않도록 오늘 하루 돌아봅시다. 어쩌다가 행여 매듭이 만들어진 부분이 있다면 반드시 꼭 풀고 가십시다. 오래도록 풀지 않고 있으면 훗날 모든 것들이 스트레스가 되어 병의 원인이 되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내일도 아니 날마다 마음을 비우는 연습을 합시다. 자존심 버리고 베푸는 마음으로 편안한 날을 만드는 겁니다.
다음기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