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향월촌 11> 기다림 /시와 산문 / 박부민 시인
기다림
길을 건너는 달팽이를
기다려준 적이 있는가
당신,
사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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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16강을 달성한 대한민국 대표 팀의 선전과 위업을 축하하고 격려하면서 온 국민들이 기쁨을 나누었다. 이번에 이루지 못한 더 좋은 성적은 다음 월드컵을 기다려 실력을 기르고 차근차근 또 실현해가면 된다. 최근에 개봉된 영화 ‘맨발의 꿈’에서 주인공은 동티모르 아이들을 데리고 축구 경기를 하며 ”이기면 좋고 지면 다음에 이기면 되지, 나는 이것이 끝이 아니라 다음이 있다는 것이 너무 좋다”라고 말한다. 진정한 꿈을 가진 자의 강력한 장점은 바로 기다릴 줄 아는 참된 여유이다.
우리 사회의 병리 현상 중의 하나가 기다림을 못 참는 것이다. 당대에 큰 업적을 남기려는 성과주의도 여기서 비롯된다. 중앙이든 지방이든 이런 조급증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니 사회가 온통 된 몸살을 앓는다. 빨간 신호등인데 그냥 짓달려 가는 차들이 종종 있다. 기다림은 질서와 관련이 깊다. 그래서 소위 급행료 같은 뇌물로 제 순서를 앞당기는 불법 비리 부정이 발생하고 사회 계층 간의 위화감과 갈등이 확산되곤 한다.
기다리지 못하는 습관은 자기 파괴적인 자해행위이며 사회적 고비용을 치르게 한다.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노력이나 성과를 참지 못하고 쉽게 힐난하고 매장해버리는 각박한 사회를 만든다. ‘빨리빨리’가 속도의 경제로 보면 이만큼의 발전을 이룬 한 장점이지만 기다림의 습관이 산출해내는 개인적 안정과 건강 사회적인 질서와 상호 신뢰성은 경제적 셈법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막대한 유익과 가치를 안겨준다.
참된 사람은 기다림을 안다. 부족하고 연약한 이웃들을 배려하며 기다려준다. 단번에 성과를 내라고 닦달하지 않는다. 농부가 가을의 추수를 기다리며 현실에 최선을 다하듯이 우리도 그렇게 차근차근 참고 기다리는 여름을 지내면 좋겠다. 의미 깊은 기다림의 끝에는 모두가 풍성하고 좋은 열매를 얻게 될 것이다.
- 녹향월촌에서 박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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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부민 시인 / 1996년 계간 <시와 산문> 신인상 당선 (조병화 시인 選) 2005년 한국크리스챤문학상 수상. 시집 『등불이 있는 마을』(시와문화, 2010) 현 남도햇빛교회 담임목사 nasaret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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