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의 숲길을 찾아서⑦
칠량면 칠량자연공원 묘원 뒤 만흥산자락 숲길
정상에 오르면 탁 트인 남도의 경관
산을 발밑에 두고 걷는 느낌···
인근에 칠량공원묘원, 인생 뒤돌아 보는 시간도
칠량면 삼흥리에는 천혜의 풍광을 자랑하는 칠량자원공원 묘원이 있다. 그 묘원은 태조산이 부용산이고 주산이 만흥산이어서 풍수지리적으로 뛰어난 곳이다. 더구나 연꽃 형국이라는 점에서 더욱 실감나는 산세이다. 만흥산자락 숲길은 바로 칠량자원공원 묘원에서부터 출발한다. 산의 옆구리를 따라 걷는 이 숲길은 탁 트인 길이어서 산의 웅장함을 맛보며 걸을 수 있다. 숲길을 오르다보면 비자나무 군락지와 오래된 적송, 편백나무숲을 만날 수 있어 또 다른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강진의 빨치산들이 웅거했던 산이 부용산이다 보니 산세의 웅장함도 그렇지만 만흥산 정상부에 올랐을 때 산첩첩 물첩첩을 실감할 수 있어 가슴까지 뻥 뚫리는 기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가우도와 죽도가 있는 탐진바다와 함께 장흥의 명산 천관산과 대흥사가 있는 두륜산이 바라다보이고 태조산인 부용산이 너붓이 내다보이기 때문이다. 맑은 날에는 해남 미황사까지 보이기도 한다.
특히 만흥산 정상부에는 만흥정이란 정각이 있어 시인묵객의 분위기도 만끽할 수 있는 이 숲길은 몇 년 전 임도가 뚫리는 바람에 생겨났다. 차량으로도 충분히 오갈 수 있지만 조심 운전은 필수적이다. 만흥산을 끼고 칠량 백제농장의 편백단지로 내려오면 금상첨화인데, 백제농장에서 길을 막고 있어 만흥산자락을 한바퀴 삥 돌고 오는 숲길이지만 그 맛이 여느 숲길과는 다르다. 마치 산을 발밑에 두고 걷는 느낌 때문이다.
연꽃 형국의 칠량자원공원 묘원을 중심으로 5km 정도의 거리인 숲길을 통해 백년 미만의 몸뚱이를 가지고 천년 만년 살 것처럼 착각하고 사는 우리네 허망한 삶을 반추해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나는 누구인가, 나를 이래라 저래라 하는 이 놈은 누구인가. 시체란 한낱 쓰레기만도 못한 것, 누구나 그 길을 맞이해야 한다면 참으로 허망한 여생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그런 생각과 함께 한번쯤 걸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김상규(63) 칠량자원공원 묘원의 책임자가 귀띔한 것처럼 새끼를 데리고 다니는 멧돼지가 출몰한다는 사실만 주의하면 된다.
송하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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