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진만 햇발
<행복은 행복을 잊어버린 자리에 있다.>
오종근 교수
(동신대 교수/국제선무학회부회장)
저서:실크로드에 부처는 있어도 부처님은 없다(2006)외 다수
행복을 논하는 사람들이 세상에 많다. 많다는 것은 그만큼 행복해 지기 위해서 모두가 노력한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행복은 무엇일까, 무엇이 행복하다고 하는 것일까?
일전에 영국의 한 대학에서 각 국의 국민들을 대상으로 행복감의 정도를 조사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가난한 나라 방글라데시가 1위로 나타났다. 2002년에 또다른 나라의 심리학자가 조사한 내용도 똑같이 1위로 나타났다. 믿기 어려운 이야기다. 마음의 고통도 없고 평화롭게 산다는 것을 조사의 주요 기준으로 삼았는지 모르겠으나, 그러한 기준이라면 당연히 미얀마나 인도 사람들이 더 만족을 느끼며 살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네덜란드의 에라스무스 대학 팀의 통계에 의하면 덴마크, 아이슬란드, 스위스,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호주, 캐나다 등의 환경이 좋은 나라 사람들의 행복지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 조사는 “무조건 만족하면 행복”이라는 과장의 거품을 뺏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방글라데시 사람들의 행복의 대한 만족도는 행복은 물질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될 것이다.
자기가 원하는 것을 모두 얻는 것, 참 좋은 일이다. 허나 원하는 대로 다 가질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자신의 직장이나 일에 대해서 만족하고 성공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충분한 돈’, ‘맛있는 음식’, ‘아름답고 편리한 복장’, ‘안락한 주거환경’, ‘싱싱한 건강과 사랑’ 등 여러 가지 중에서 전체는커녕 하나를 갖기도 요즘 세상에 쉽지 않다. 또 그것들을 잡으려면 그리고 잃지 않고 지키려면 대단한 노력과 고초가 따른다. 때로는 모험과 선택, 배신도 있어야 한다. 사람이 서 있으면 앉고 싶고 앉은 사람은 눕고 싶어한다. 마찬가지로 여기서 끝나지 않고 아무리 가져도 ‘더’가 따른다. ‘더 많이’, ‘더 좋은 것’을 원하게 된다. 게다가 자기 것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주변을 둘러보고 ‘상대적인 우월’을 구하게 된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은 끊임없이 나타날 것이다. 주변을 둘러보고 계속 경쟁해야 하니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사람들에게는 5가지의 즐거움이 있다고 한다. 충분한 돈과 좋은 의식주, 건강과 만족스러운 섹스, 종사하는 일에서의 성취와 주변으로부터의 인정 또는 존경받는 것, 삶의 의미에 대한 깨달음 등이다. 그 중에서도 돈, 건강, 사랑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물질적인 풍요만이 아니라 삶의 방향이나 의미도 같이 추구해야 한다고 하니 그럴 듯하다.
세월은 나와 주변 사람들을 늙고 병들고 변심하고 흩어지고 죽게 만든다. 그렇다고 “나물 먹고 물 마시고 팔을 베고 누웠으니...”식으로 세상을 살기에는 그리 쉽지 않다. 설사 자신이 좋다고 하더라도 현대의 물질세계에 물든 주변에서 “좀 의욕을 가지고 노력하며 살라”고 무언의 압박을 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등산하다가 갑자기 발바닥과 복숭아뼈 있는 곳에서 통증이 왔다. 걸을 수 없을 정도였다. 일행 중의 한 사람의 권유로 한의원을 찾아서 침을 맞았다. 그러고 며칠이 지났다. 다른 일에 열중하고 있는데 그 때의 일행 중에 한 분이 걱정이 되어서 전화를 주었다. 머뭇거리는 나에게 대뜸 묻는 말이 “아픈 것은 잊어버렸지요?” 라고 물었다. ‘그래 아프지 않으니 잊어버렸다.’ 일부러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것, 그것에서 행복의 단서를 찾아야 한다.
세상은 ‘고통의 바다’라고 한다. 저 고해로부터 해탈하려고 하는 것, 행복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하는 것, 그 자체가 행복의 길이다. 태양을 향해 앉아 봐라. 편안하다. 우리들이 생각하는 ‘잊었다’, ‘모른다’ 그곳에 행복이 있다. 물질의 감옥에 구속된 행복이 아니라, 있어도, 없어도, 가져도, 놓아도 다 좋은 자유를 느끼게 된다. 그래, 행복은 행복을 잊어버린 자리에 행복이 있기 때문이야.(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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