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진만 햇발>
민속문화가 변모된 사회적 배경
정윤식 서예가, 강진군향토문화유산심의위원회 위원
민속문화란 전통문화의 일부이다. 포괄적인 의미에서 본다면 한 민족생활의 바탕이 되는 생활문화의 총체인 것이다. 이와 같이 민속은 오랜 역사적 생명력을 갖고 유지되어 왔기 때문에 전래문화, 전승문화, 고유문화, 민속문화 등 여러 가지 말로 불러지기도 한다. 그러나 근본적인 의미에는 큰 차이가 없다.
민속은 한 민족이 처해 있는 환경과 역사 속에서 생성된 것이기에 그 생명력은 다분히 지속적이며 쉽게 변화되거나 소멸되지 않는 튼튼한 뿌리를 내리고 있다. 아무리 외래문화가 침투하여 활개치고 있어도 그것에 쉽게 동화되지 않음은 지속적인 생명력이 있기 때문이다.
문화의 변화속도가 과거에 비하여 급격해진 현대사회가 전통문화에 미치는 영향력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1894(고종31)년 갑오경장을 계기로 하여 근대의식이 싹트게 되었고, 외래사조의 유입이 가속화하면서 전통적 가치관이 급속히 변하기 시작하였다. 뒤이은 일제 강점기에는 국가의 존립마저 불투명하게 되면서 문화가 암흑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사실 이는 우리 역사상 가장 큰 충격이며 아픔이었다. 해방과 더불어 일제 시대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또다시 겪게 된 것이 6.25 전쟁이다. 그 전쟁은 민족분단이라는 비극을 초래하였고, 곳곳에는 전쟁의 상처들로 얼룩지게 되었다. 이처럼 계속된 시련과 고통을 이겨내야 하는 역경 속에서 무엇보다 시급했던 것은 안정된 사회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그러한 소용돌이 속에서 민족의 정통성을 고집하거나 거기에만 매달리는 것은 당시 분위기로 보았을 때 걸맞지 않았을 것이다. 6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우리나라 산업구조에 큰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농촌사회가 붕괴되면서 이농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70년대에는 우리 경제가 성장되어가는 대신 다른 모습으로 변모되어 가고 있었다. <새마을 운동>이라는 국가시책은 일대 전환적 게기가 되어 농촌의 부흥을 이룩하는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우리의 전통적 문화유산이 이 때문에 엄청나게 파괴되고 인멸되었다는 사실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예컨대 서낭당들이 <미신타파>라는 미명 아래 의도적으로 파괴되고 폐쇄시킨 자국들을 농촌지역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었다. 문화란 부단히 변화 발전하는 것이라곤 하지만 근대 이후 현재에 이르는 사이에 우리사회에서 일어난 크고 작은 일련의 움직임들은 우리의 전통적 가치관을 무디게 하였고 현실적으로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그러나 이제는 정반합(正反合)의 철리(哲理)대로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더욱 고조되고 있어 다행스럽다는 생각이다. 앞으로 우리는 전통문화가 곧 세계문화라는 것을 인식하고 관심을 뛰어넘어 적극적으로 계승 발전해야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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