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0킬로미터 호주별 3)
내가 먼저 다가간 친구들. 앨리스스프링스의 그리운 친구들.
이웃집 테리아저씨는 비누를 받고 눈시울을 붉혔다. 고민하다가 산 작은 생일선물에 그렇게 감동할 줄은 몰랐다. 아저씨는 연신 나를 안아주며 고맙다고 했다.
크리스마스 파티, 초대를 받은 나는 폴아저씨의 불룩 나온 배를 쿡쿡 찌르며 가짜가 아니냐고 놀렸다. 무례한 농담에 아저씨가 재미있어하더니 이내 나를 번쩍 들어 야외 수영장에 같이 뛰어들었다. 파티에 참석한 온 친구들이 웃고 난리도 아니었다. 수영장 안에서도 나는 아저씨의 배를 잡고선 “이거 튜브 같아요.”라고 끝까지 장난쳤다.
줄넘기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만난 카우보이 아저씨가 줄넘기하는 모습을 흉내 내며 “내가 계속 봤는데 스무번을 못 넘기더라”라고 장난을 쳤다.
저녁 늦게 일을 마치고 돌아올 때면 테리, 폴, 카우보이-아저씨 삼총사가 항상 마당에서 맥주를 들이키고 있다. 매번 아저씨들은 내게 맥주를 권했다. 그 때마다 난 가방을 던지고 덥석 받아 마시며 아저씨들과 하하호호 웃으며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고 시간을 보냈다. 영어가 서툴러 잘 못 알아먹겠다고 하면 서로 설명해주겠다며 다투던, 가르쳐준 속어를 소화해내면 무척 좋아하던 아저씨들.
매니저 아로하는 매번 주먹밥과 부침개를 해달라고 졸랐다. 둘이서 소풍을 갔을 때 만들어간 도시락이 그녀가 한국음식에 중독되는 계기가 되었다. 한번은 닭도리탕을 해주었더니 너무 매워 설사를 했지만 무척 맛있었다고 다시 해달라며 부탁을 했다. ‘멍청이, 여보세요, 냄새’등 따위의 가르쳐준 한국어를 곧 잘하던 그녀. 그런 그녀에게 최대한 한국을 이해시켜주고 싶어 고등학교 때 배운 탈춤까지 춰가며 노력했다.
호주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생들이 현지인을 사귀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비영어권의 동양인 즉 일본, 대만 친구를 사귀는 것에 비해 현지인을 사귀는 것이 힘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영어실력 향상과 호주를 재대로 체험하기를 바란다면 현지인을 사귀는 것이 최선이다. 앞에서 언급한 아저씨 삼총사와 매니저가 내게 먼저 다가왔던 것은 절대 아니다. 내가 먼저 인사를 하고 안부를 묻는 것은 물론 부끄러움을 없애고 친근하게 다가가려고 부단히 애를 썼다. 가식과 과장이 아닌 진실 된 내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자 친구들은 마음을 열었고 헤어지는 날 아쉬워 눈물을 흘릴 만큼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그들은 절대 우리와 다른 존재가 아니다. 한국인에게 하듯 편하게 접근하고 또 적극적으로 다가간다면 그들도 인간이기에 마음을 열 것이다. 그리고 현지인 또는 외국인 친구를 사귀는데 성공했다면 한 가지 주지할 점이 있다. 만약 외국인 친구가 사귄 첫 한국인이 나라면 그 친구는 나를 보고 한국을 특정지어 버리기 쉽다. 내가 바르게 행동한다면 “한국인은 참 예의바르고 좋더라.” 그렇지 않으면 “한국인은 정말 무례하고 질서를 몰라.”라고 평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호주에서 뿐만이 아니라 외국에서는 자신을 민간 외교관이라 생각하고 행동 하나하나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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