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연이 청자에 담겨져 있군요”
금릉도예 대표 이영탄 작가
20년 동안 흙을 빚어온 이영탄 작가는 작년 청자축제 때부터 변신을 거듭했다. 이른바 ‘바다이야기’의 작품을 선보인 것이다. 거대한 물고기 등에 여인이 올라타고 푸른바다를 달리는 장면, 어부들이 고기를 잡는 모습을 청자로 연출했기 때문이다. 그 작품을 보고 박준영 도지사는 감탄을 하고나서 “바로 청자의 미래를 보는 것 같다”며 “작가들이 새롭게 시도하는 길만이 청자가 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었다.
그의 작품은 도드라진 입체적 양각으로 대자연을 표현해내려고 하고 있다. ‘세발 달린 삼추기’는 다리가 소나무이다. 소나무 세 그루가 굳게 뻗어내려 있고 다시 가지와 잎으로 둥근 달을 덮고 있다. 둥근 항아리는 달을 상징한다. 그러므로 세 그루의 소나무가 보름달을 보듬고 있는 형국이다.
“각박한 현실 속에서 사는 현대인들은 대자연을 갈망하기 마련이다”며 “그래서 세 발 달린 삼추기를 만들어보았다”
그런데 알몸의 사내가 새와 함께 물고기와 함께 있는 작품도 보인다. 이 작가는 “새나 동물과 가까이 하려는 것도 인간의 본성이다”며 “그들과 함께 지내는 모습은 평화 그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번엔 ‘버드나무’ 작품이 눈에 띄었다. 청자빛 그루터기에서는 버드나무가 폭포처럼 시원스레 아래로 쭉쭉 뻗쳐 있다. 수백 년은 좋이 살았을 버드나무의 육중한 몸뚱어리에서 싱싱하고 생명력이 넘치는 버드나무 가지가 일시에 아래로 뻗어 있는데, 그 힘이 폭포처럼 강하다. 자연의 힘, 나무의 생명력을 담은 작품이다.
“청자는 하늘빛이다. 이조의 도공들이 겨울 날 흰 눈밭을 보며 백자를 생각했듯이 고려의 도공들은 가을 하늘을 닮는 청자를 빚고자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저 하늘빛과 똑 같은 청자에 또 다른 하늘이 그려진다면 어떨까? 하늘 속에 하늘-- 그것은 어차피 하늘의 변화무쌍한 모습을 담을 수밖에 없다면 흰 구름이거나 붉은 노을을 담게 될 것인데 하늘에 또 다른 하늘, 그것이야말로 대자연의 모습이 아닐까?”
기자의 질문에 이 작가는 갑작스런 말이어서인지 묵묵부답이다. 그러나 잠시 후 고개를 끄덕거린다. 거대한 물고기를 만들고 천년의 노거수를 만들고 달을 만드는 ‘자연 속으로--’ 달려가는 그의 창작의 세계는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지 지켜볼 따름이다. 송하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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