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북한을 다녀와서
이 원 (발행인)
지난 11일 금강산 관광객이 북한군의 총에 맞아 사망한 사건이 일어났다. 금강산 관광이 시작된 뒤로 처음 일어난 일이라고 하니 모골이 송연하다. 더군다나 숨진 사람은 여성이었고, 북한군의 과잉대응이었던 것으로 밝혀져 시민들은 누구나 경악해 하고 있다.
나 역시 지난 달 말에 3박 4일로 개성과 금강산을 다녀온 터여서 마치 내가 그 참담한 일을 겪은 것처럼 마음이 몹시 아팠다. 개성에 가서 북한사람들이 너무나 못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운 심정을 가졌었는데 그 마음이 싹 가시고 말았다. 아니, 북한에게 우리 종교단체가 왜 쌀을 보내줘야 하는가 분개한 마음까지 들었다.
개성을 처음 가던 날, 나는 가슴이 설레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북한땅을 처음으로 밟는다는 야릇한 기분은 잠까지 설치게 만들었다. 파주에서 1박한 후 육로를 통해 개성을 갔었는데, 안내원 두 사람과 보위국 직원 한 사람이 버스에 동승하는 것을 보고 북한땅이라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더구나 버스 차창 밖으로 내다보이는 골목마다 보초병이 서 있는 것을 보고 철저히 통제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컸다.
그러나 막상 개성에 도착해서 관광을 하려고 했을 때 사람들이 너무 못살고 있다는 사실에 실망도 컸고 마음도 아팠다. 고려 500년 역사가 살아 숨쉬는 개성이라고 안내원은 떠들었지만 선죽교며 숭앙서원이며 고려박물관을 둘러볼 때에도 전혀 감동이 일어나지 않았다. 북한 동포들이 못살고 있다는 사실, 바로 그 엄연한 현실에 눈물이 났던 것이다. 금강산엘 갔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천하 명산 앞에서, 구룡연 코스와 만물상코스를 두루 구경하며 대자연이 빚어낸 걸작 앞에서 그 위대함에 고개가 숙여지는 것보다 자꾸만 북한 사람들에게만 눈길이 갔던 것이다. 코스 여기저기에 서 있는 북한사람, 서커스 단원들을 보며 가슴이 뭉클했고 그 감정은 돌아올 때까지 계속되었다.
그런데 며칠 지나지도 않아 북한군의 총격에 관광객이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나다니... 내가 북한에 가서 가졌던 감정들은 한낱 유치하고 천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꼴 보고도 우리는 북한에 쌀을 보내야만 옳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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