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정취 느끼며 떠나요”
전북 신석정문학관, 최명희문학관 등
영랑현구사랑문학회 가을 문학답사 다녀와
강진시문학파기념관 영랑현구사랑문학회 20여명 회원들과 함께 지난 16일 전북 일원에 있는 문학기행을 다녀왔다. 문학답사 일행은 이른 아침 차창 밖으로 코스모스가 한들거리는 가을 정취를 느끼며 버스는 전북 부안을 향해 출발했다.
석정문학관은 전북 부안군 선은리 선은마을 신석정 시인이 살던 청구원 고택 옆에 자리 하고 있다. 2011년 10월29일에 개관을 하였으니 문을 연지 2년이 되어간다. 너른 터를 닦아 2층 건물로 지어진 석정문학관은 현대적인 건물로 안으로나 밖으로나 공간이 넉넉하여 시인의 한 생애를 충분히 담아내고 있었다.
해설사의 똑부러진 해설을 들으면서도 눈은 벌써 시인의 일생을 더듬고 있었다. 후세대들에게 삶을 허비하지 말라는 석정시인의 경구가 눈에 띄었다. 시인은 1907년에 태어나서 1974년, 생을 다할 때까지 서정성이 깃든 목가시를 주로 써오면서 목가시인으로 후세에 일컬어지고 있다. 전시관에는 대표시집 촛불을 비롯한 5편의 대표 시집, 친필원고, 시인의 서화액자, 시인과 지인들의 사진 등이 잘 보존 되어 있었다. 암울했던 일제강점기를 살았던 시인이 창씨개명을 거부하고 낙향하여 자연적인 삶 속에서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지조의 삶이 묻어났다.
버스가 전주 한옥마을로 향하자 마음은 벌써 고향으로 달려가 있었다. 내 고향 전주를 떠나온 지 벌써 20년이 되었다. 전주시 교동 한옥마을은 한옥을 보존해 오다가 2002년 본격적으로 개발하여 유명 관광지가 되었다. 이곳은 일제강점기 때 일제가 성곽을 헐고 도로를 뚫은 뒤 일본 상인들이 성 안으로 들어오자 이에 대한 반발이 일어나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고스란히 간직되고 있다.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은 이곳 한옥마을에는 우리가 찾은 날도 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주변에는 한국 천주교 순교1번지로서 100년이 넘은 전동성당이 있으며, 이성계가 황산에서 왜구를 토벌하고 연회를 열었던 오복대와 이목대가 있다. 전동성당은 천주교 신자인 나로서는 주일마다 미사를 보던 성당이었고, 이목대, 오목대는 소풍장소, 경기전 또한 친구들과 늘 어울렸던 곳이었다. 달라진 고향의 거리에서 옛 추억이 여기저기서 묻어났는데, 여고친구가 목소리를 듣고 달려와 주어서 더 좋았다. 경기전에는 특히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영정을 봉안한 곳으로 태종 10년인 1410년 창건되었다. 전주이씨의 후손인 나에게는 조상들의 자취가 남다르게 다가오는 곳이다. 사적 제339호로 지정된 경내에는 보물 제931호인 이성계의 어진을 모신 본전과 전주 이씨 시조인 이한공의 위패를 봉안한 조경묘, 조선의 여러 실록을 보관했던 전주사고, 예종의 탯줄을 묻은 태실 등의 유적이 있다. 최근 국가기록원 이지원과 같은 것이 바로 조선왕조실록이 보존되어 있는 전주사고와 같은 것이라는 것을 느끼는 순간 경기전이 참으로 중요한 곳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경기전 돌담을 끼고 돌다보면 최명희 문학관이 나온다. 오래전 나는 최명희 작가의 혼불 10권을 읽고 독후감대회에 응모한 적이 있었다. 은근히 최고상을 기대했지만, 은상을 받았었다. 10권의 혼불을 읽고 쓴 독후감인데 최고상을 주지 않을 수 있을까 생각했었다. 나의 오만이었을까. 최명희란 작가에 대해서는 같은 전북출신이고 여성작가라는 점에서 많은 애착이 간다. 한옥마을 중간에 작은 공간으로 마련된 문학관이지만, 구석구석 언어의 묘미가 살아있다.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다양하게 공유할 수 있는 손자국 발자국에 친근감이 갔다. 혼과 불이라는 언어자체가 작가가 얼마나 열정적으로 창작에 몰두했는지 전율이 느껴지는 곳이다.
마지막으로 들른 곳이 전주 덕진동에 있는 전북문학관이다. 옛 도지사 공관을 문학관으로 개조했다는 이곳은 특이한 점이 있다. 전두환 대통령이 묵어갔던 공관으로서 유리가 모두 방탄유리로 되어 있다. 널찍한 이 문학관이 전북문학관으로 새로 탄생되어 전북출신의 다양한 장르 작가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인상 깊었다. 마당에 심어진 아름드리 은목서에서 나무 꽃말처럼 고결한 향기가 발길을 잡아 끌었다(이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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