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고을신문 : 탐진만 햇발(페르시아 문화의 올바른 이해

1탐진만햇발

<페르시아 문화의 올바른 이해1 >

오종근(동신대교수/국제선무학회부회장)

우리가 이슬람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내 자신도 모른 채 이란을 방문했다. 오랜 시간을 기다린 것이다. 지금까지 중국여행을 통해서 신강성에 거주하는 위그르족이나 회족을 통해서 단편적인 그들의 신앙을 엿보았을 뿐, 직접적으로 아랍인들을 접할 기회가 없었다. 때마침 ‘페르시아 문화탐방’이라는 거대한 슬로건을 빗장삼아 이곳 이란에 오게 된 것이다.

아주 분명한 것은 이슬람권에도 우리와 똑같은 따뜻한 피를 가진 사람들이 오순도순 살고 있고, 인정과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나는 순수함과 순박함이 넘친다는 사실이다. 중국 신강성을 여행하면서 느꼈던 것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는 것이다. 그들이 두려운 테러리스트거나, 지저분하고 야만인들처럼 생각이 들지 않았다는 점이다. 내일 당장 양식이 없어도 찾아온 이웃과 여행객들에게 먹을 것을 나누어 주는 사람들이다. 열악한 생태조건에서도 상부상조하고 절제된 삶과 도덕률을 바탕으로 인간이 왜 사는가를 온 몸으로 가르쳐 주는 어찌 보면 현대인의 스승이다. 그들은 이슬람은 이제는 종교를 넘어 삶의 구체적 지침으로 삼고 있다. 말하자면 녹아있는 문화적 총체이다. 이슬람은 더 이상 종교적 체계가 아니라 삶 그 자체이고 생활양식이고 문화이다. 이슬람을 종교적 체계가 아닌 문화적 총체로 보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는 그리스 아테네문화와 로마문화를 세계사에서 줄을 치도록 배웠다. 그게 그 당시에는 세계사의 중심이라고 느꼈다. 그리고 페르시아가 대제국을 건설했지만 알렉산더라는 걸출한 청년대왕에게 멸망했다는 것만 기억될 뿐 이었다. 오늘날 로마나 중국 등지를 보면 폭군들이 남긴 문화를 가지고 관광입국의 대상물을 삼고 있는 것이 비일비재하다. 역사의 아이러니다. 아마 페르시아 문명의 잔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찾아온 페르세폴리스도 예외는 아니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 우리가 도착한 것은 페르시아 제국의 수도였던 페르세폴리스였다. 기원전 2,500 년 전에 건설된 도시, 인도-아리안계인인 파르스족의 아케메네스 가문이 이룬 국가라 하여 아케메네스 페르시아 제국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비행기를 타면 2시간 걸려 쉬라즈에 도착하고 그곳에서 자동차로 1시간 달리면 바로 페르세폴리스에 도착한다.

매표소를 지나 걸어가다 보니 웅장함이 눈으로 다가온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늘어선 셀 수 없는 열주와 초석, 궁전터와 성벽계단, 건물의 잔해들, 궁전의 규모라기보다는 궁성의 대도시처럼 느껴졌다. 고도 1,500m의 황량한 평원에 끝없이 펼쳐지는 폐허의 잔해에서 묻혀지고 잊혀버린 페르시아 제국의 위용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았다. 역사의 상처마저 풍화되어 보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페르시아는 고대 아시아의 마지막 자존심이었고, 힘으로 서양을 실어 날랐던 알렉산더의 도도한 물결에 정신적 가르침을 준 마지막 스승이었다. 페르세폴리스는 바로 그 동양적 정신의 심장부였다.

고대국가들 치고 대리석 공사를 일으켜 궁전을 지은 나라들이 거의 패망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국력을 궁전 짓는 것에 소모하다 보니 제국의 역사가 길지 못했던 것이다. 이곳 페르세폴리스도 사치와 향락, 호화로운 파티가 어쩌면 연일 열렸던 곳이라는 생각을 지을 수 없었다. 그것이 페르세폴리스의 운명을 단축시켰다. 기원전 330년에 이곳에 도착한 알렉산더는 이 놀라운 아시아의 번성을 감당할 수 없었기에 철저히 파괴하고 불태웠다. 페르시아 제국은 182년간의 짧은 생애였다. 그리고 2,260년 동안 망각 속에 있었다가 1913년 시카고 대학의 동양학연구소 고고학 팀이 본격적인 발굴과 복원을 시작하면서 페르세폴리스의 역사적 의미는 되살아났다. 페르세폴리스의 대표적 건축물은 72개 기둥 중 13개만 남아 있는 아파다나궁이다. 왕들의 대접견장이었던 이 건물은 다리우스 대제 때 시작하여 세르케스 왕 때 완성되었다. 기둥과 벽면에 부조가 조각되어 있어 당시의 역사적 편린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들이다. 페르시아 왕들 앞에 상대적으로 작게 새겨진 외국사신들이 손에 진상품을 가득 들고 커다랗게 묘사된 페르시아 왕들 앞에 서 있는 조각은 사실감을 더해 준다. 사신들의 공손한 표정이며 왕의 근엄한 태도, 날리는 옷자락에서 공물로 바쳐지는 동물들의 몸부림까지 역동적인 한 편의 장대한 서사시이다. 항상 그러하듯이 수천 년 전의 한 역사유물에서 인간은 언제나 숙연하게 겸손을 배우게 된다.

또하나 우리가 찾아간 곳은 페르세폴리스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가장 화려한 건물인 세르케스궁이다. 20여m 높이의 일백 개의 열주로 꾸며졌으나 이제 몇몇 기둥만 그 흔적을 전해 줄 뿐이다. 입구의 대문을 바치는 두 개의 튼 기둥에는 인간의 모습을 한 황소가 조각되어 있다. 11m 높이의 대문 위에는 엘람어와 앗시리아어, 페르시아어로 각각 ‘전세계의 문’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세계의 중심이라는 페르시아 제국의 위용을 엿볼 수 있는 것이다. 이곳의 기둥마다에도 쐐기문자로 새겨진 역사가 숨쉬고 있었다.

왕은 주로 세 가지 모습이었다. 불을 모신 신전 앞에서 기도하는 모습, 옥좌에 앉아 있는 모습, 걷고 있는 모습이다. 부조의 양식들은 앗시리아의 니네베 조각 양식을 많이 닮아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