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만나보았습니다>
타고난 감성, 번뜩번뜩한 아이디어로 곤충종합테마파크 조성
강진읍 호산마을 WOW Nature
강진으로 귀향한 유평수, 유정님 부부
*무작정 미국행, 40년 만의 귀향
강진읍 호산마을에 사는 유평수(73) 유정님 부부는 미국 미시간주에서 40여년을 살다가 2013년 5월 강진으로 귀향하여 한국 농촌에서 새로운 삶을 펼쳐가고 있다.
미시간주는 캐나다 국경에 있는 지역으로 미국 50개 주 중에서 가장 공기가 맑고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이라고 말하는 유평수씨다. 그렇다면 왜 대한민국에서도 전라남도 강진으로 귀향하였느냐는 질문에 두 가지를 들었다.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서 고향을 찾게 되는 것이 당연한 이치처럼 잊고 지냈던 한국의 풍습이 부러워지기도 했으며, 아내가 미국생활에 가끔 외로움을 느껴 아내의 고향이자 현재 언니가 살고 있는 강진으로 귀향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알고보니 강진읍 건강약국이 유정님여사의 하나밖에 없는 언니집이다.
호산마을에 터전을 잡게 된 이유도 언니집과 가까운 곳을 물색하던 중 찾게 되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이 비어 있는 집중에 언니집과 가장 가까운 집이어서 리모델링을 하여 생활하기 시작한 것이다. 유씨부부는 미국에 있는 집도 그대로 놔두고 왔기 때문에 처음엔 살아보고 돌아갈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대구면 도예학교로 도자기를 배우러 다니면서 다시 미국에서 해왔던 일들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유씨로서는 미국에서의 생활이 길었던 만큼 모든 면에서 자신이 이미 미국사람이 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이곳 모든 생활이 낯설고 부딪히는 문제들도 그만큼 많았던 것이다.
유평수씨는 광주가 고향이다. 그는 미국으로 건너가기 전 한양공대에서 건축공학을 전공하였고 조폐공사 디자인실에 근무하기도 했으며, 건설회사와 동남아 지역에서도 2년간 근무한 경험이 있다. 서른네살에 미국 미시간주로 갑자기 혼자 날아갔다는 유씨의 사연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1976년 서울 삼성동에서 어머니를 모시고 살던 중 어머니가 갑자기 중풍에 넘어지셨다. 유씨는 3년반 동안 어머니의 똥오줌을 받아내며 돌봤지만 어머니는 결국 돌아가시고 말았다. 유평수씨는 그 일이 한이 되었다고 말했다. “분명 고칠 수 있었는데 돌아가신 것만 같았지요. 사실 해드린 것도 없는데 주위 사람들에게 효자로 소문도 났어요”라고 말하는 유씨는 그 일로 고향이 싫어져서 무작정 혼자서 미국으로 떠났다고 했다. 그런 이유로 갑자기 미국행을 하다니 혹여 미리 준비하지는 않았나 싶어 물으니 아내 유정님 여사는 “당시 남편이 날마다 산소에 가서 앉아 있다 왔다”며 “굉장히 감성적인 사람이다”고 표현했다.
미국으로 건너간 유씨는 자신의 영어실력에 대해서 나름대로 자신이 있었으나 막상 미국 땅을 밟고 나니 영어를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며 언어 때문에 무척 힘이 들었던 때를 회상했다. 당시 미국상황이 공황상태로 좋지 않았고 언어가 통하지 않아 그는 반년 넘게 고생을 했다. 생면부지 아무도 없는 땅에 혼자 덩그러니 있었던 유씨는 힘든 미국생활을 이겨내고 디트로이트에 있는 자동차 금영회사에 들어가 그곳에서 디자인을 시작했다. 취직을 하여 안정이 되자 유씨는 어렸을 때부터 좋아하여 한국에서 줄곧 채집하곤 했던 곤충에 대해서 틈틈이 연구를 했다. 그리고 내심 미국에서 곤충을 산업화하여 아트화 시킬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며 지내다가 곤충과 나비, 잠자리 등을 작품화 하는데 성공했고 곤충아트 일인자가 됐다. 100% 제작과 100% 수공으로 이루어지는 곤충 아트는 미국에서 히트를 치게 되었고 홈페이지를 구축 판매했으며, 시내 두 군데에 가게를 오픈하여 큰 인기를 얻었다. 이러한 곤충아트는 100% 정교한 수작업에 의해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고가의 가격대이지만 절대 싸게 팔지 않는 자신의 작품에 대한 프라이드를 지키면서도 만들어지는 대로 전량 판매되었다.
잠자는 시간을 아껴서 만들어낸 곤충아트 작품들은 유씨가 자동차회사에서 12시간 근무를 하고난 후 저녁 6시부터 새벽 6시까지 밤 시간대를 이용해 만들었으며, 주말에는 도시락을 싸서 잠자리채를 들고 밖으로 나가는 생활이었다. 그래서 그곳 사람들은 유씨 부부를 바라보면서 ‘저처럼 동심을 갖고 뛰어다니는 사람도 있구나’ 라고 말할 정도였다.
아내 유정님 여사는 남편보다 10년 늦게 미국으로 갔다. 잠실에서 유치원을 경영했던 유여사는 당시 하고 있던 유치원이 꽤 괜찮은 수입원이었다. 그러니 돈이 되는 유치원을 버리고 남편을 따라 미국으로 갈 생각은 추호도 없었던 거였다. “한국에서도 내 벌이를 통해 남부럽지 않게 잘 살 수 있는데 왜 미국으로 가느냐”며 10년을 버티다가 남편 유평수씨가 안 오면 이혼하겠다는 최후통첩을 해와 유치원을 싸게 넘기고 미국으로 따라 가게 되었다.
그런데 또 놀라운 것은 유평수씨는 곤충아트뿐 아니라 대체의학을 공부하여 못 고치는 현대병 환자를 돌보는 일까지 해왔다는 거였다. 어머니의 병을 치료하지 못하고 보내야 했던 한, 그 한이 유씨로 하여금 대체의학을 공부하게 하였고 현대병을 치료하는 대체의학 자격을 갖추어 미국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일을 하게 한 것이다. 그러나 자신이 공부한 대체의학을 통해 현대병을 고칠 수 있는 방법들을 알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고 하는데, 알아보니 한국에서는 다시 한국의 자격증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미국시민이자 한국사람, 귀촌의 애로사항
유씨 부부가 강진으로 귀향한 것은 사실 삶의 쉬는 시간을 갖기 위한 선택이었다. 미시간주의 지형은 북미지역 캐나다와 접경인 곳으로 동서남북 4~5시간을 달려도 산이 없는 수풀뿐인 곳이어서 그곳에 살다보면 우리나라의 산이 그리워진다는 것이다. 미국생활에서 곤충과 대체의학을 통해 힐링사업을 해왔던 유씨는 미국에서는 힐링이라는 단어를 오래전부터 사용해왔는데 한국에 와보니 최근 힐링이라는 단어를 많이 쓴다는 것을 알게 됐다. 미국에서 오래 생활하다보니 미국으로 오는 교포들의 길잡이 역할을 해왔다는 유씨 부부다. 처음 미국에 오는 한국 사람들이 미국에 적응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에 도움을 주고자 했던 일을 통해 교민들 사이에선 유씨 부부 자동차만 지나가도 다 알아보고 인사를 하게 된 것. 어쩌면 유평수씨는 타고난 감성에 번뜩번뜩하는 아이디어가 합쳐져 스스로의 힐링은 물론 주위 사람들까지도 에너지를 불어 넣어 주는 힐링 역할자가 되었는지 모른다.
그와 같이 유평수씨가 40년 가까이 미국생활을 했으니 미국사람이 다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가 처음 미국에 정착하기 힘들었듯이 분명 이곳 강진에서 정착하는데도 많은 애로사항이 있었다. 그 첫 번째가 교통법규였다. 미국에서는 새벽 1~2시에 나가도 도로 빨간불이 켜졌을 때 그냥 지나가는 차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이곳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또 빨간불인데도 뒤차가 빵빵 거리며 빨리 가라고 재촉하는 것 또는 앞에서 차가 오는데도 추월해 가는 차를 볼 때는 놀랍기도 하고 무서워서 나가기가 싫어지는 것이었다. 두 번째는 사람들의 불친절이라고 했다. 미국사람들은 생전처음 만나도 오래전 알고지낸 사람처럼 무척 반갑게 대하고 친절한 반면, 이곳 사람들은 말을 툭툭 던지는 것이며 버스에서 잔돈을 안준다고 뭐라 하는가 하면 만 원짜리 내면 또 만 원짜리 낸다고 짜증을 내는 모습 등을 들었다. 또 세 번째는 사람 사귀기가 힘들다는 점이었다. 사람들끼리 시기 질투가 심한 것을 여러 번 보게 되면서 꼭 필요한 일 외에는 사람 만나는 일을 기피하게 됐다고 했다.
유씨 부부는 미국시민권과 한국국적의 이중국적을 가지고 있다. 2012년부터 65세 이상은 이중국적을 허락하게 된 법규에 의한 것이다. 미국에는 그곳에서 낳은 외동딸이 살고 있으며, 유씨 부부는 미국과 강진을 오가며 생활하고 있다. 유평수씨의 미국이름은 대니유다. 미국생활에서도 한국이름을 그대로 쓰고 싶었지만 바꿀 수밖에 없는 사연이 있었다는 유씨는 이름 중 평자 발음을 미국사람들이 하지 못하기 때문에 시민권을 얻을 때 아일랜드의 민요인 대니보이의 대니를 따서 대니유로 바꿨다고 했다. 아내 유정님 여사의 한국성은 원래 조씨다. 미국시민권자와 결혼하면 성을 여성은 성을 바꾸는 미국법에 따라 유정님이 되었다.
*호산마을에 곤충종합테마파크, 힐링플랜트 시작
유평수씨 부부는 강진읍 호산마을에서 곤충종합테마파크와 힐링플랜트를 시작했으며, 계획대로 하나하나 손수 모든 일들을 해나가고 있다. 미국에서 30년 동안 해왔던 곤충아트와 대체의학을 통해 환자를 돌보면서 해왔던 노하우를 이곳에서 다시 펼치고 있는 것이다. 곤충종합테마파크와 힐링플랜트 사업은 아이들 교육체험 및 곤충아트화 실내장식용, 각종 이벤트 사업에 사용할 나비생산 및 곤충을 이용한 산업화로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현재 나비, 잠자리, 반딧불이 등을 이용한 체험장소에는 어린이들이 즐겨 체험할 수 있는 준비들이 갖추어져 있다. 곤충들에게 먹이를 주는 방법부터 애벌레에서부터 허물을 벗고 나비가 되는 일련의 과정 및 나비의 특별한 능력과 먹이채취방법 나비 종류에 따라 성장하는 독특한 방법을 체험 할 수 있는 곳이다.
곤충을 아트화하여 실내장식용으로 만들어 낸 것으로는 유평수씨가 액자 제작부터 직접 만들어 정교한 작업을 통해 장식용으로 변화시키는 방법으로서 아름답고 다양한 작품들을 구경할 수 있고 구입할 수 있다. 그곳에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잠자리 액자 등 희귀한 곤충아트를 볼 수 있으며, 유씨의 아이디어로 만들어낸 도자기가 매우 특이하면서도 정겹다. 또한 각종 이벤트 즉 기념식이나 생일파티 등에 날릴 수 있는 나비, 잠자리, 반딧불이를 다량 생산해 내고 있다. 유평수씨는 미국에서는 이미 많은 시도를 했던 이벤트라고 말한다. 특히 나비는 기독교에서는 예수님과 인간의 부활을 표현하기 위해 성화에 즐겨 사용한 곤충이다. 애벌레, 번데기, 나비로 표현되는 나비의 일생은 예수님의 삶과 죽음 그리고 부활을 상징하고 있어 마음의 위로와 위안을 주는 곤충으로서 미국에서는 장지에서 나비를 날려 보내는 행사용으로 많이 쓰이고 있다고 한다. 이 밖에도 곤충을 이용한 산업용으로의 사용은 고농도 비료를 생산할 수 있으며, 식품화 의약화까지도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유평수씨의 말이다.
최근 유평수씨의 곤충에 대한 노하우가 입소문을 타고 고양 일산까지 날아가서 고양꽃박람회에서 의뢰가 와 참여하게 되며, 이천시에서도 참여 해주라는 연락이 와서 갑자기 바빠진 유씨 부부다. 지금까지 틈틈이 만들어온 장식용 아트 외에 대작을 준비해야 한다는 유씨는 자신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손이 하나도 떨리지 않고 작업할 수 있다는 점이 기쁘고 감사한 일이라고 말한다.
아직 만들어가고 있는 중인 체험장과 전시장 카페에 들어서자 그저 감탄사만 흘러나올 뿐이다. 곤충들로 만들어낸 아름다운 작품과 솜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현재 꾸미고 있는 곳들이 완성되면, WOW Nature 라고 홈페이지를 만든다고 하는데, WOW는 Way of Wonderful의 약자라고 했다.
유평수씨는 처음 미국에서 어려웠던 것처럼 이제 강진에서도 조금씩 적응되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지금은 도암초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기도 하며, 도예학교에서 도자기 만드는 방법을 익히고 농업기술센터에서 컴퓨터를 배우는 등 녹색문화대학 농업ceo반에도 등록했다. 스스로 감성맨이라 자칭하며 톡톡 아이디어가 튀어나올 듯한 유평수씨, 그리고 그의 아내 유정님씨가 만들어가는 곤충종합테마파크를 크게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이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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