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드라마에서나 보던 ‘젊은층 치매’도 늘어나는 추세
최근 관내 치매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 3일 오후 10시쯤 강진읍의 한 단독주택 앞에서 만난 백모(73)씨는 수년 전 치매에 걸린 남편을 큰아들과 함께 돌보고 있다고 했다. 그의 남편은 농업직 공무원으로 정년퇴임을 했다. 과거 모범 공무원으로 지역 사회에서 이름을 날렸던 그에게 치매가 갑자기 찾아온 것이다.
백씨는 “남편은 이제 사람을 잘 알아보지 못하고, 예전 일도 전혀 기억을 못한다”며 “한동안 집 밖으로 나가지 않다가 주변 권유로 산책을 나갔는데 남편을 알아본 사람들이 먼저 인사를 하자 당황했다. 가는 게 아니었는데…”라고 말했다. 이어 “남편 일에 대해선 더 이상 얘기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현관에서 나와 부인을 먼발치서 지켜보던 노인은 자신을 향해 고개 숙이는 기자에게 목례로 화답했다.
이미 지난 2000년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지역에서 치매는 이제 ‘누구에게나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병(病)’이 됐다.
최근 보건복지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금도 15분마다 1명씩 새로운 치매 환자가 발생하고 있고, 현재 70여만 명인 치매 환자 수는 향후 20년마다 급증해 2030년에는 100여만 명, 2050년에는 200여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전직 교장 최모(78·군동면)씨는 최근 알츠하이머에 걸려 치료를 받고 있다. 알츠하이머는 혈관성 치매와 함께 대표적인 치매 질환의 일종이다. 최 전 교장은 최근 본지 취재팀과 통화하며 “내 증상에 대해 자세히 얘기해줄 수는 없지만, 물건을 둔 장소나 약속 시간 등을 가끔 잊어버린다”고 말했다.
교육계에 50년 넘게 몸담으면서 한때 ‘지역 교육의 신화’로 불리기도 했던 그도 치매를 피할 수 없었다.
사업가 박모(65·성전면)씨도 치매 환자로 알려졌다. 박씨는 “사업 실패 등으로 거액의 돈을 잃은 뒤 술에 빠져 살다 알코올성 치매에 걸렸다”며 “이후 생활고에 시달리다 자살까지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모씨는 현재 치매뿐만 아니라 척추골절 수술 후유증, 심장질환으로 병마와 외롭게 싸우고 있다.
강진의료원 관계자는 “평소 치매를 예방하고 조기에 발견하는 것은 노년층이든 중장년층이든 모두에게 적용되는 공통 과제”라고 말했다.
대표적 노인 질환이었던 치매는 최근 젊은 연령층에서도 급증하고 있다. 극심한 스트레스 등 각종 원인에 따라 30∼50대에서도 치매 환자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전남대병원 관계자는 “치매는 젊은층도 결코 안심할 수 없다”며 “지금껏 영화나 드라마에서 종종 다뤘던 ‘젊은 치매’가 앞으로 지역에서 쉽게 찾아볼 만큼 늘어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송하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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