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정약용 선생이 남긴 보물 1683-2호 ‘하피첩’이 경매 시장에 등장해 문화재 관계자를 경악케 한데 이어 새롭게 ‘장물’ 논란이 일면서 정씨 문중과 사법계, 문화계가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어 이번 경매의 귀추가 주목된다.
이번에 문제가 된 ‘하피첩’은 다산 정약용 선생이 유배 중에 아내 홍씨가 보내온 치맛감에 아들과 손자에게 교훈을 써 보낸 것으로 다산 선생의 역사적 의미가 있는 유물인데다 교훈, 그리고 보존 상태가 높게 평가되어 보물 1683-2호로 지정되었다. ‘하피첩’의 제작연대는 경오년 즉 1810년(순조 10) 7월과 9월로 그의 나이 49세 때였다.
그런데 이 '하피첩'은 파산한 부산저축은행의 창고에 쳐 박혀있던 것을, 예금보험공사가 압류하면서 수면 위로 떠 오른 것이다. 예금보험공사는 이 보물을 오는 14일 경매에 부치기로 했으며 추정 가치는 최소 3억5천만 원에서 5억5천만 원에 달한다고 한다.
예금보험공사 관계자가 이 하피첩은 손해배상책임 담보로 제공한 것이고 문화재청에 협의해서 정상적으로 취득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히자 이 '하피첩'의 원래 주인인 다산 정약용의 후손들이 발끈하고 나선 것.
다산 선생의 후손들이 이 ‘하피첩’을 지난 1950년 6.25 때 잃어버린 집안의 가보라며 소유권에 대해 주장하면서 일이 복잡해지고 말았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하피첩’이 미술품 거래 암시장에서 밀거래 되어오다가 마지막에 부산저축은행으로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경매가 진행되어 낙찰자가 이 '하피첩'을 소유하게 되더라도 나중에 장물로 판명되면 낙찰자가 얼마를 냈던 간에 경매는 무효가 된다.
이에 대해 대부분의 문화재 전문가들은 신중해야 할 것을 전제하고 장물의 의심이 있다면 경매를 강행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국격이 손상을 입는 행위인 만큼 문화선진국을 표방하는 한국에서 이런 상황에 직면했을 때 일정한 금액의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문화재를 온전히 지키는 일에 더욱 힘써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파산한 저축은행의 손실을 문화재 판 돈으로 보전하려는 예금보험공사의 무리한 경매 진행을 보며 우리나라의 문화재에 대한 수준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한편 이 서첩의 수량은 원래 네 첩이었으나 현재 세 첩만 알려져 있다. 현재의 ‘하피첩’ 3첩은 그 하나가 결락된 셈인데, 각첩 표지에 ‘하피첩’이란 제목은 좀 남아 있으나 그 아래의 ‘첩 순서’[帖次]는 탈락되어 몇 번째 첩이 없는지를 알 수 없다고 한다. ‘하피첩’ 3첩은 그 중 두 첩에 각각 1810년 7월[首秋]과 1810년 9월[菊秋]의 서문이 있어 강진 유배시절인 1810년 기년작이란 점에 의미가 있고 현재의 세 첩 중에는 "두 아들에게 경계하는 구절을 지어 써주다[作戒語以遺二子”ㆍ“寫戒子句]"라는 서문이 있어 정약용이 직접 짓고 쓴 것임을 알 수 있다. 또 강진 유배 이후 정약용의 전형적인 행초서풍을 보여주며, 특히 세 번째 첩에 실린 전서(篆書)와 예서(隸書)는 다른 서첩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송하훈 기자
사진설명.
1. 보물 1683-2호 하피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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