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민속박물관(관장 천진기)이 보물 제1683-2호 ‘정약용 필적 하피첩’(이하 하피첩)을 지난 13일(화) 박물관 1층 영상채널 스튜디오에서 대국민 공개 이전 언론에 먼저 공개했다. 지난달14일에 서울 옥션 경매에 출품되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던 하피첩은 국립민속박물관에서 7억 5천만 원에 낙찰을 받아 소장 중에 있다.
관계 전문가가 이야기하는 진품 하피첩
이번 언론 공개회에서는 국민의 품으로 돌아온 하피첩의 현재 상태와 박물관의 향후 활용계획 등을 진품 공개와 함께 설명했다. 그 동안 개인이 소장하고 있어 접근이 어려웠던 하피첩을 인수받은 박물관에서는 문화재 보존팀을 통하여 유물의 보존 상태를 세밀하게 살펴본 결과 여
러 곳의 보존처리가 필요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언론 공개회에서는 관계전문가가 직접 하피첩의 보존처리 방향을 설명했다. 또한 국립민속박물관이 어떻게 하피첩을 소장하게 되었는지의 과정도 소개했다.
공공자산으로서의 하피첩, 국민 모두가 향유할 수 있어야
하피첩은 한 가족의 삶, 가치관, 당시 시대의 모습이 담겨있는 유물로 국민 모두가 누려야 할 공공자산임을 감안하여 민속박물관에서는 내년 2월께 박물관에서 특별전을 개최하여 국민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아울러 하피첩의 폭넓은 활용을 위하여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 복제를 실시할 예정에 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공공의 목적을 위하여 복제가 필요한 공공기관을 파악하여 그 기관에서 복제할 수 있도록 협력할 예정이다. 앞으로 하피첩을 좀 더 많은 국민이 볼 수 있어 명실상부한 국민의 공공자산으로 향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보물 ‘정약용 필적 하피첩’현황 및 보존처리
하피첩, 어버이의 자취가 묻은 당부의 글
정약용은 1810년 전라도 강진에서의 유배시절 부인 홍씨가 보내온 치마를 잘라 작은 서첩을 만들고 두 아들 학연(學淵,1783~1859)과 학유(學遊,1786~1855)에게 전하고픈 당부의 말을 적었다. 그리고 하피첩(霞.帖)이라 이름 지었는데, 부인의 치마를 아름답게 표현한 것으로 부모의 정성이 담겼다. 하피첩에는 선비가 가져야할 마음가짐, 남에게 베푸는 삶의 가치, 삶을 넉넉하게 하고 가난을 구제하는 방법 등 자손에게 이야기해 주고 싶은 삶의 가치관이 담겨있다.
하피첩의 현재 상태
하피첩은 3개의 첩으로 구성되어 있다. 3첩의 하피첩 중 1첩의 표지는 박쥐문. 구름문으로 장식된 푸른색 종이로 되어 있으며, 나머지 2첩은 미색 종이로 장황되어 있다. 첩의 크기와 표지는 조금씩 달라도 3점 모두 표지 안쪽에 붙는 면지를 붉은색 종이로 사용하고 있어 동일한 시점에 만들어진 것을 알 수 있다. 푸른 표지의 1첩은 안에 필사 종이에도 동일하게 박쥐문이 그려져 있어 필사한 시기와 첩으로 장황(裝潢, 서화의 표지장식) 한 시기가 일치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하피첩은 추후 적외선 촬영을 실시하여 정확한 순서를 추적할 예정이다.
첩 내부에 쓰인 직물은 평직의 비단이며, 바느질했던 흔적도 발견된다. 갈변된 상태로 보이나 미세하게 적갈색을 띄고 있어 하피첩을 만들 때 사용된 치마의 염색 흔적으로 보인다. 이 첩은 제작 이후 한 번도 개장(改裝) 되지 않은 상태로 1810년 당시의 첩 장황 양식 및 사용되었던 장식 종이 등을 짐작하게 한다. 현재 하피첩은 표면 곰팡이, 물 얼룩, 접착제 약화로 발생한 들뜸, 회장(回裝, 가장자리를 가늘게 돌아가며 대는 꾸밈) 분리 등이 확인되고 있는데 이러한 손상 부분은 추후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보존 처리 할 예정이다.
보존처리의 방향: 원형에 기반한 최소한의 보존처리
민속박물관에서 입수한 하피첩은 박물관 문화재 보존팀에서 유물에 해가 없는 친환경 저산소 방식을 이용하여 살충처리를 실시하고, 과학적인 조사 및 분석을 토대로 하피첩 직물의 염료를 규명할 예정이라고 한다. 또한 가역성 있는 전통적인 재료를 사용해 최소한의 보존처리를 시행할 계획이다.
보존처리에 사용되는 종이는 종이섬유분석 및 가공방법 연구를 통해 최대한 유사한 종이로 복원할 예정이며, 접착제는 밀가루에서 밀기울(단백질 등)을 제거한 후 전분만을 남겨 제작한 전통적인 동양의 접착재료 즉 소맥전분 풀을 사용할 예정이다. 또한 양질의 오동나무재를 사용하여 이중 오동나무 상자(외피는 전통 옻칠)를 제작하여 보관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 절차를 거쳐 4개월 정도의 기간을 두고 보존처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보물 ‘정약용 필적 하피첩’사진 및 설명
1. 3개의 첩으로 구성된 하피첩. 확대된 사진에 바느질로 보수한 흔적이 보인다.
내용 : 병든 아내 낡은 치마를 보내, 천리 먼 길 애틋한 마음 부쳤네. 오랜 세월에 붉은 빛 이미 바래니, 늘그막에 서글픈 생각뿐이네. 마름질하여 작은 서첩을 만들어서, 자식들 일깨우는 글귀를 써 보았네. 부디 어버이 마음 잘 헤아려서, 평생토록 가슴 깊이 새겨 두기를.
2. 하피첩 표지. 1점은 박쥐문.구름문으로 장식된 푸른색 종이로, 나머지 2점은 미색 종이로 장황되어 있다.
3. 표지 안쪽의 붉은색 면지. 세 첩이 모두 동일하게 붉은색 면지를 사용한 것으로 보아 모두 같은 시기에 제작되었음을 알 수 있다.
4. 내지의 박쥐문. 표지와 필사지는 같은 재질의 종이로 장황한 시기와 필사한 시기가 같음을 유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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