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울 때 일수록 마음의 여유를 갖고 살자>
오종근(동신대 교수)
언젠가 친구의 차를 타고가다 연료가 거의 바닥에 온 것을 알고 내심 걱정하고 있는데 친구는 태연하게 운전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무엇인가 생각을 하더니 “지금의 연료로는 그곳까지 가기가 힘들 것 같은데...”하면서 혼자 읊조렸다. 이유인 즉 조금만 가면 이곳 고속도로 주유소보다 싸게 주는 주유소가 있는데, 그 연료비를 절약하기 위해서 걱정했던 것이다. 고속도로 주유소에서는 1리터당 100월 가량을 더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문득 나는 그것을 보면서 몇 가지를 생각한다. 친구는 연료비를 걱정할 정도로 궁색한 처지도 아니고, 돈을 모아 목돈을 만들어서 크게 선행할 계획이 있는 것도 아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될 일에 매달리는 것은, 무조건 많이 쌓아두고 보자는 욕심 때문이거나, 가격표를 내거나 주유소들과의 게임심리 때문인 듯 했다.
“괴롭다고 하는 사람들 모두가 그와 같은 식으로 이미 확보하고 있는 큰 행복을 잊고, 작은 것에 집착해서 스스로 고통을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닌지?” 라는 물음까지 이른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행복의 조건이란 무엇일까? 우리들의 곁에 있는 것들을 생각해 본다. 우리 곁에 있는 것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물론 건강이다. 그리고 의식주, 인간관계일 것이다. 건강에는 일정한 기준이 없다. 스포츠맨에서부터 장애인 또는 병원에서 신음하는 환자들까지도 천차만별이다. 아무리 몹쓸 병에 걸렸다고 하더라도, 아무리 허약하다고 하더라도, 이 글을 읽을 정도로 머리를 들 수 있다면, 그 사람은 행복을 느낄 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벌거벗지 않고, 굶지 않고 비닐하우스에서라도 살 정도라면, 의식주 또한 갖춘 셈이다. 그리고 당신이 위로하고 보살피고 대화할 사람이 곁에 한 명이라도 있다면 인간관계 조건도 갖춘 것이다.
일부러 우리 곁에서 어려운 경우를 열거했지만, 그와 같은 형편의 사람도 행복의 ‘큰 손’이라면, 그보다 좋은 조건의 우리는 더 ‘큰 손’이 될 것이다.
우리는 행복을 저축해 두고 있는지 점검해 봐야 한다. 일반적으로 우리 중생을 ‘가난한 사람으로 착각하는 부자’, 즉 ‘고통스럽게 살아야 할 중생으로 착각하는 부처’라고 한다.
부처님은 ‘장자 궁자의 비유’를 들어서 설명하고 있다. 옛날 어렸을 때 여행 중에 대부호 아버지는 아들을 잃어버렸다. 그러던 아들이, 궁핍한 이의 몰골로 아버지 앞에 나타난다. 그 부호인 아버지는 “네가 내 재산 모두를 물려받을 내 아들이다”라고 아들에게 말했지만, 아들은 아버지 말을 믿지 않고 똥치는 일을 선택한다. 저 아들, 즉 우리는, 똥치는 일을 하든, 재산목록을 물려받든 이미 행복의 조건을 갖춘 셈이다.
그래서 모든 것은 마음이 그려내는 것이라고 한다. 행복도 우리 마음의 규정 속에 속한다.
“나는 만족하고, 나는 행복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한 마음만 돌리면, 아무리 어려운 처지에서도 행복감에 잠겨 있을 수 있다.
“조금 손해 보아도 좋다”는 여유를 가져보자. 경제적으로 쪼들리는 요즘시대에 쪼들리는 주된 이유는 대개 “남의 눈”을 의식하는 데에 있다.
비싼 집, 비싼 차, 비싼 옷, 비싼 목걸이, 이것들은 모두 진정한 자신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남이 나를 어떻게 보느냐?”를 생각해서 구입하려고 한다.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급수를 높이거나 낮추면 된다. 의식주의 급수차이가 행복의 도수차이가 되는 것은 아니다.
가까이 있는 사람, 이미 알고 있는 사람, 그들이 바로 내 행복의 은행과 같다. 이웃은 행복의 저금통이다. 그들에게 내 행복이 저축되어 있다. 조금 더 마음 쓰면 그들이 행복을 느끼고, 그 반사이익으로 나도 기쁘게 된다.
명심하자. 상대의 기쁨이 없으면 내 것도 없다. 옆의 것을 소흘히 하고, 멀리 가서 새로운 것을 찾으려고 아양을 떨며 방황하지 말자.
큰 저축이 있으면서 좀스럽게 작은 것에 매달리고 인색하면 가난한 부자가 되고, 가까운 사람에게 저축한 행복을 잊고 멀리서 헤매면 불행한 행복인이 된다. 그러기에 행복을 깊이 숨겨놓고 불행하게 살 이유가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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