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광반조(廻光返照)
오종근(동신대 교수)
세상에 살면서 현대인에게 가장 큰 고통 중에 하나는 상대방과의 비교로 인한 박탈감이다. 예컨대 주변 사람들이 월급이 500만원을 받을 때에 자신은 300만원을 받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면, 또다른 면에서 다른 사람들이 200만원을 받을 때에 자신은 300만원을 받는다고 하자. 누가 더 행복감을 느낄까? 실제로 500만원을 받는 사람보다 300만원을 받는 사람이 더 행복감을 느낀다고 한다. 왜 그럴까? 다분히 숫자상으로만 보자면 200만원을 더 적게 받기 때문에 상대적인 허탈감이 많을 텐데 어찌하여 행복감을 느낄까? 그것은 200만원을 적게 받는다 해도, 주변 사람보다 비교해서 더 많기 때문에 행복하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이렇게 상대적 행복감,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다보니 까치발을 들고 살아가는 이가 부지기수이다. 남보다 잘 살려고, 더 잘 보이려고, 커 보이려고, 행복한 모습을 보이려고 무진 애를 쓴다. 그래서 겉으로 보기에는 상당히 행복해 보이는 이들도, 막상 그 속을 들여다보면 빛 좋은 개살구처럼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을 데도 없고, 놓을 수가 없고, 어디 제대로 상담할 데도 없고, 상담할 수도 없다. 까치발을 내려놓으면 훨씬 작아 보이고, 그렇게 되면 상대적 열등감이 더해지지 않을까, 걱정이 돼서이다.
얼마 전에 급하게 볼 일이 있어서 택시를 탔는데 친절하고 조용하며 평화로운 분위기의 택시기사를 만났다. 보통 택시를 타면 한 푼이라도 더 벌려고 급하게 모는 분들이 많은데, 그 기사는 남달랐다. 어쩐 일인지 궁금해 대화해보니, 의문이 금시 풀렸다. 그 기사분도 한 때는 남들처럼 한 푼이라도 더 벌려고 부지런히 앞만 보고 달렸다고 한다. 그저 남들처럼 좀 더 벌려고, 좀 더 열심히, 좀 더 잘 살고자 노력했던 것이다. 그러자니 신경을 곤두세우고 운전을 해야 하고, 조금이라도 남보다 앞서가려고 마구 차를 몰았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어렸을 때의 소원이 떠올랐다고 한다. 그의 어렸을 때의 소원은 아주 소박했다. 그 시절 그 시대가 어려웠기 때문에 하루 세 끼 쌀밥에 고등어반찬 먹는 것이었다. 그런데 돌이켜보니 지금 이미 그 소원은 이루어져 있었다. 현재로서도 충분히 그 정도의 형편은 되었던 것이다. 그날부터 욕심을 버리고 편안한 마음으로 운전에 임하게 되었고, 더불어 건강도 좋아졌다고 한다. 마음이 편안해지니 몸도 편안해지고 주변사람도 편안해 진 것이다.
내가 안달하지 않아도 가을이 깊으면 낙엽이 지고 봄이 오면 풀이 저절로 푸르른 것이다. 우리의 눈은 밖을 향해 바라보게 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마음마저 밖을 향해 보게 되었다. 결국 밖에서 주인을 찾게 되고 자신은 종노릇을 감수하게 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회광반조(廻光返照)는 밖으로 향하는 마음을 안으로 돌이킨다는 의미이니 운전기사의 예처럼 한번쯤 되새겨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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