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초고령화시대 41회
칠량면 구로마을 유창언(78)할아버지
구로마을 서남쪽 봉우리를 국사봉이라 부른다. 국사봉이라 부르게 된 연유는 일제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사람들이 농토를 자유자재로 나눠가지고 땅을 빼앗아 갔다고 한다. 가을 수확 철에 강진만 건너편 해창 들에다 노적을 한 후 배가 출항을 할 때 제사를 지낸다. 지금도 그곳에는 기와랑 제실이 있다고 한다. 일제시대 미곡을 싣고 출항하기 전 제사를 지내던 산이 바로 국사봉이었던 것이다. 역사를 더 거슬러 올라가면 강진고을 사람들로부터 거두어들인 세금을 나라에 진상할 때 해창에다 모아놓고 좋은 날을 가려서 이곳 국사봉에서 무사항해를 기원하는 제사를 모시기도 했다고 한다.
이처럼 마을의 서남쪽 봉우리를 국사봉이라 부르던 시대에 유할아버지는 이 마을에서 태어났다.
“우리 마누라도 동갑인디 23살에 만나 56년간 살았어, 쌈도 해감서 살었제.”
그렇다. 어떻게 살았냐고 묻는 말에 뭐라고 대답해야 하는 건가. 그러나 유할아버지처럼 그냥 그렇게 쌈도 해감서 지금까지 살고 있다고 대답할 수 있는 것이 행복한 대답이라는 생각이 든다.
“애기들 학교 보낼라면 책보 딱 들고나감서 아부지 돈····· 요만치 나가서 아부지 돈·····돈이 없재.”
자식들 가르칠 때가 제일 힘들었다고 말하면서 ‘아부지 돈·····’하고 손밀때가 좋았다며 허허허 웃으신다.
“결혼허기 전에 강진경찰서에 근무했어, 그때에 인민군들이 유치길에 뜨끈뜨끈 헌때인디 오라해서 가가고 그땍에 박상옥 경비과장이여, 그 사람이 훈련을 갈쳐······어떻게 갈치냐면 총쏘는 것허고 엎드려 뻗쳐허고 포복해가는 것을 갈친단 말이여.”
유할아버지는 스무살때부터 23살까지 3년간 경찰 생활을 했다.
“유치에 여수 백마부대가 점령하고 장흥 강진 화순 영암경찰서 전남경찰서가 모두 토벌작전에 다모였어. 화순 화직산 작전에서 경찰 7명이 전사했어. 무서운 싸움이여, 낮에는 살것같고 저녁에는 죽을 것 같어······저녁에 습격이 막 들은께.”
유할아버지는 23살에 결혼을 한 후 바로 군대에 갔다. 6.25전쟁 중인 1951년 이었다. 강제로 끌고 간 것이 군대였다.
“군대서 헌병들이 나와 가고 두들겨 팬 것이 일인때여, 요것들이 건방진 새끼들이라고······갈매기 두개짜리가 무궁화 한 개 짜리를 두들겨 패던 시절이당게 허허허.”
유할아버지는 논산 훈련소 1기생으로 마산 군인학교를 거쳐 동해바다 양양에서 군대생활을 했으며 원통 임진각에서 전쟁을 치렀다.
“살먼 살고 죽으먼 죽지 허는 생각 밖에는 없어. 다행히 살면 고향에 갈 것이고 말여. 전쟁 함시로도 아무 생각이 없어, 우선 배때기도 고파서 죽겄는디 뭔 생각이 나겄어. 낮에는 쥐 모냥 굴 속에서 숨어 있고, 밤에는 차가 와서 그냥 어디론가 싣고 가·······높은 놈들만 어디로 간지 알지 쫄자들은 알도 못혀······저녁 돌아오면 많이 울기도 혔재.”
군대간지 5년 만에 고향에 돌아와 보니 5살 박이 딸아이가 돌아다니고 있었다. 아내가 베틀에서 베를 짜다가 돌아다보았다.
“어찌 얼매나 고상허고 살었냐고” 말하고 싶었지만 입 밖으로는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아 그냥 고개를 숙이고 안으로 들어갔다. 아내 또한 아무 말도 없이 다시 베를 짰고 다섯 살 딸아이는 영문을 모르는지 밖으로 나갔다.
“애기 밴지도 모르고 난지도 모르고 온 께·······그렇게 돼가고 있더만, 그런게 그날이 마음적으로는 첫날밤이라 생각 돼제, 허허허”
유할아버지는 대구면 수인리에서 시집온 박석순할머니와 2남 3녀(큰아들: 유동석49)를 두었다. 35마지기 농사로 적지 않은 농토를 갖고 있었지만 자식들 가르치는데 논을 팔 수 밖에 없었다.
“가르칠랑게 차근차근 팔아버렸지, 12마지기 오늘날까지 지고 있소. 내일 던져부러도 오늘까지는 지어야제.” (이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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