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발전소’건립으로 돼지 떼죽음을 겪은 권태복씨
지난여름의 줄초상···
봄 오면 악몽 같은
꼴 또 보게 되려나
겨울철, 돼지새끼는 잘 자라고 있었다. 멧돼지와 흑돼지를 교배시켜 낳은 알록달록한 돼지새끼들의 발걸음이 힘찼다. 작천면 삼당리 권태복(51)씨는 “그러나 이제 봄이 오고 있으므로 두려운 마음에 잠을 제대로 못 잔다”고 말했다.
권씨가 돈사를 지어놓고 축산에 재미붙여가며 살고 있을 때 태양광발전소가 들어온 것은 지난 해 4월이었다. ‘ㄱ,자 모양으로 태양광 발전소가 돈사를 에워싸면서 300여마리의 돼지 중 20여 마리만 남고 모두 목숨을 잃고 말았다. 하루아침에 날벼락을 맞은 꼴이었다. 뿐만아니라 주변 농경지의 밭곡식도 여지없이 말라비틀어졌고 심지어는 감나무까지 말라죽고 말았다. 가을이 지나고 겨울철이 되자 더 이상 죽은 돼지가 생겨나지 않았고 오히려 씩씩하게 잘 컸다. 태양광발전소의 영향이 겨울철에는 없다는 것이 입증된 셈이었다. 하지만 봄이 다가오고 있어 권씨는 지난 해 악몽 같은 돼지 떼죽음을 또 경험할 것 같아 불안감에 벌벌 떨고 있다. 무엇보다도 전남생명과학고등학교를 올해 졸업한 아들과 함께 돈사를 더 키우려는 부농의 꿈이 좌절된데 대해 더욱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본지를 비롯한 지방의 각 언론사에서는 이러한 사실을 지난 해 12월 보도하기에 이르렀고 전남도에서는 직접 현장에 나와 실사를 했다. 하지만 그들의 태도는 어딘가 모르게 석연찮아 보였다. 결국 전남도는 태양광발전소 주변 축사의 가축이 폐사한 것과 관련 해명자료를 냈다. 태양광발전으로 인해 폐사 내지는 밭작물 고사가 있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지속적인 관심과 외국의 사례를 통해 검토하겠다는 말도 덧붙였지만, 그러나 태양광발전소로 인해 작천의 권씨뿐 아니라 인근 장흥 관산에서도 발생하고 말았다.
관산읍 삼산1구에 사는 이양래(50)씨는 한우 120두를 키우는 축산인이었다. 그런데 지난 해 6월 태양광발전소가 들어오더니 소들의 먹는 양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급기야는 등급판정과 체중이 예전과는 달리 뚝뚝 떨어졌다. 태양광발전소를 세울 무렵, 이로 인해 손해가 날 경우 손해배상을 해주겠다는 합의서에 따라 1천 5백만원을 받기도 했다. 명백히 손해가 난 것을 인정한 셈이었으나 손해는 이미 5천만원을 넘어서고 있었고, 그쪽에서는 확실한 자료를 가져오라며 더 이상 손해배상을 이행하지 않았다. 이에 분개한 이양래씨는 청와대로 민원을 제기하기에 이르렀고, 이제 봄철이 다가옴에 따라 이씨 또한 노심초사하고 있다. 날씨가 더워지면 해뜰 때 태양광 반사 빛이 축사 안 깊숙이 파고들기 때문이었다. 3-4월과 8-9월이면 빛이 옆으로 들어와 축사를 데운다는 것이다. 당연히 장흥축협으로부터 최고의 등급을 받아온 이씨는 현재 등급조차 나오지 않는 실정이라며 몹시 분개하고 있다. 당장 차광막이라도 설치해달라고 요구했지만 태양광발전소 주인은 외면하고 있는 상태여서 축사를 개폐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전남도 축산기술연구소는 권씨의 이 같은 민원에 대해 폐사된 돼지 2마리를 수거, 원인규명에 나섰고 바이러스 감염으로 폐사되었다는 사실만을 확인하였을 뿐, 태양광발전소와의 관계는 밝혀내지 못한 상태다.
13일 읍면 순회 군민과의 대화 작천면에서 가진 자리에서 권씨는 질의를 통해 “축사를 옮겨주든지 태양광발전소를 옮겨주든지 해달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황주홍 군수는 “전세계적으로 태양광 피해 사례가 보고 된 건은 없다. 그러나 축사와 태양광발전소의 관계를 설명하지 못하면 보상받지 못하는 문제라 마음적으로 안타깝다. 어쨌든 문제점은 해결되어야 하는데, 축사이전도 자부담이 있어야 한다. 3자 공동부담으로 중요한 해결책을 찾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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