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련사 여연스님의 茶 고전강의 (16회)
차의 색과 향기와 맛
《다신전(茶神傳)》의 여러 원문을 종합하여 다시 해석하면서 참 모호하고 애매한 문장이 많았다. 또한 여러 차인들이 해석한 글귀가 원전 문자 그대로 해석하고 설령 보충 설명을 한 대목에서도 이해가 안 되는 글귀가 많았다.
차의 색(빛깔)의 문장 첫 줄에 나오는 차는 청취로서, 즉 밝고 푸른 것이 좋고 물(濤) 남백으로서, 즉 여린 쪽빛 어리는 하얀 빛으로 아름다움을 삼는다고 되어 있다. 여기서 차의 청취는 차를 우려냈을 때의 빛깔을 얘기하는 것인데 만들어진 차, 다시 말해 차를 물에 녹이기 전의 얘기로도 이해할 수 있는 애매함이 있다.
남백(濫白)
좋은 차와 나쁜 차, 즉 잘 만들어진 차와 잘못 만들어진 차의 분별을 가늠하는 <변다장>에서 비취색 얘기가 나오는 대목이 있었다. 물의 대목에서 남백(藍白), 즉 쪽빛 하얀빛은 과연 어떤 빛깔일까. 순수 물에는 무색무미 하다고 했는데 쪽빛은 고사하고 남백이라니? 어찌 표현해야 올바를까? 물의 형상 위에 어리는 빛, 즉 무노리 다시 말해 투영되어 나오는 색상을 문학적으로 표현하지 않았을까?
여기서도 끊이지 않은 생물(생수)인지 끓인 탕수의 빛깔인지가 모호하다. 더구나 우려진 찻물의 색깔이라면 운도(雲濤), 취도(翠濤)가 산차(葉茶, 잎차)에서 우러난 빛의 색상인지 아니면 말차 빛의 색상이 아닐는지. 즉 운도, 취도 또는 설각(雪脚), 운각(雲脚)으로 표현되는 말차의 포말 거품을 일러 설명하고 있는 것인지 애매하다.
어쨌든 차가 우려졌을 때 취도, 즉 초록색 빛깔의 차가 으뜸이고 그 나머지 누르스름한 황색, 검은색, 홍색, 어두운(昏) 색상은 모두 차의 좋은 품격에 들어가지 못한다고 얘기하고 있다. 초의 스님이 색에서 지적하고 있는 황색은 아마 차를 만드는 과정에서 미세한 부분이 발효되어 나타난 차의 현상을 얘기하는 것이라 짐작된다.
오늘날 차인들이 여러 지면을 통해 마치 황차가 대단히 좋은 차처럼 선전하고 있는 것은 염려되지 않을 수 없다.
앞서 지적했듯이 처음부터 띄워서(발효) 만든 차라고 해도 녹차만은 못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너무 심각한 것은 《한겨레신문》 최성빈 기자가 쓴 차의 기사는 너무 황당했다.
누르스름한 황차야말로 우리 한국의 전래된 고유한 전통차이고 청취빛 푸르스름한 녹차는 일본차류라는 어처구니없는 무지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화개지방 또는 승주, 순천지방 차는 누르스름한 황차여서 좋은 차이고 보성, 광주 등지의 녹차는 일본 아류의 차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어느 누구 하나 제대로 지적하는 사람이 없는 서글픈 현실이다.
솔직히 말해서 우리가 중국이나 일본처럼 제다법이 전래되어 온 문헌이 어디있는가. 대부분 절집 안에서 스님들이 대충 만들어 눈짐작으로 이어져온 것이고, 화개지방 조태연가의 제다법도 일본에서 배워 한국의 차법으로 접목시킨 것들이 아니던가. 우리 나라 대부분의 차 만드는 집이 겨우 30년도 못 되는, 그것도 전통적으로 이어져 온 것이 아니고 보면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제다책 명인이니 몇백 년 가풍이니 하는 말들은 다 어불성설이다. 물론 찐 차와 덖음차의 차이가 있고 무등산이나 보성 등지의 다원은 일제 때 조성된 것이다.
그러면 우리 나라 차나무가 수백 년 내려온 다원이 어디에 있는가. 지리산 등지의 차 밭도 최근에 심은 차가 및 차 밭보다 훨씬 더 많다. 더구나 우리 차나무 수명은 교목과 틀려서 수백 년을 지탱할 수가 없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녹차는 녹(청취)색이어야만 좋은 차이다.
《다신전》 나오듯이 황색 나는 차, 흑색(보이차 종류), 어두운 색(홍차 종류) 나는 차는 구불입품(俱不入品)이다.
어쨌든 녹차 속에 누르스름한 빛이 나오는 것은 몇 %, 다만 몇 이파리라도 뜬 것이 있다는 것이다. 손으로 만든 일명 수제차, 제아무리 좋은 입차인 우전차라도 녹빛이어야 하며 그리고 잘 만든 덖음차는 녹빛이 나오는 것이 사실이다. 많은 차를 대량으로 덖거나 불조정(화후)을 온전히 못해서 타고 뜬 것이 나오는 것이다.
맑고 깨끗한 샘물에 좋은 불(活火)로 차를 달이는 것은 현묘한 기예요(煮茗玄工), 또한 맑은 차(玉茗)와 잘 볶아진 차와의 조화는 비길 데 없는 절묘한 것이다(煮茗玄工...當杯絶技). 참으로 까다롭고 깊은 뜻이 담겨 있어서 실로 설명하기가 힘들다. (다음주에 이어짐)
다음기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