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걸어온 길 윤재준(주)선도소프트 사장 회고록 17
l 한국과학기술연구원
(KIST: Korea Institute of Science and Technology)
KIST는 1965년 박정희 대통령과 미국 린든존슨 대통령이 합의하여 1966년 2월에 설립 되었다. 설립 목적은 우리나라 산업이 취약 하였으므로 공업발전을 뒷받침 할 수 있는 연구 활동 이였다. 홍능 산림과학원 옆에 현대식 연구시설과 생활시설을 갖추고 있었고 그 당시로는 다른 정부기관에 비해 환경이 월등히 좋았다. 봉급도 내가 다니고 있던 한영공업의 2배 였다. 그래서 미국과 유럽에서 박사학위를 얻어 연구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거 KIST로 옮겨 왔다. KIST는 개발도상에 있는 우리나라 산업발전을 뒷 받침한 기술요람이었다고 할 수 있다. 지금의 전자통신연구소, 기계연구소, 표준연구소, 화학연구소, 국방과학연구소, 조선선박연구소 등등이 KIST에서 갈라져 나온 연구소들이다.
어느날 대학동창 허수웅이 한테서 연락이 왔다. KIST로 옮겨볼 생각이 없느냐는 것이다. 허수웅이는 나하고 한영공업에 근무하다 얼마전에 KIST 남준우 실장이 있는 기계설계 연구실에 근무하고 있었다. 나는 1970년 1월부로 KIST 유체기계 연구실로 옮겨 왔다. 유체기계 연구실은 서울공대 재학중 미국 MIT로 유학을 가서 최근에 귀국한 이경서 박사가 맡고 있었다. 이렇듯 각 연구실이 새로 만들어지고 있었으며 연구원들은 대부분 대학 선후배로 서로 친하게 지냈다. KIST에 입사하고 보니 박사학위 소지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과의 대우나 혜택이 큰 차이가 있었다. 박사학위가 있으면 연구실장 직위에 년봉도 차이가 컸으며 KIST 뒷편으로 현대식 빌라형 사택이 제공 됐다. 이런 실정이다 보니 연구원들은 대부분 해외에 가서 박사학위를 취득해야 겠다고 생각했고 많은 연구원들이 유학을 갔다.
l 내가 만난 천재(1)
KIST에는 연구개발이나 생산현장에서 기술개발 경험이 부족하고 우리나라 기업이 연구개발 업무를 위탁 할 수 있는 수준에 있지 못했다. 따라서 국가 정책업무에 관한 조사연구가 많았다. 내가 KIST에 있는 2년 동안 업무도 그랬다. 내가 연구원으로 있으면서 했던 프로젝트는 박정희 대통령시절 경제기획원 김학렬 부총리가 위탁한 '우리나라 기계공업 육성 방안' 이였다. 연구 책임자는 World Bank consultant 로 있었던 Harry Choi 박사였고 KIST 에서 기계공업과 관련된 이경서 박사, 남준우 실장 및 김재관 박사실에서 팀을 구성했다. 이경서 박사는 최 박사와 MIT 동문으로 잘 아는터라 KIST 에서 주무 부서 역할을 했다.
2년여 만에 나온 연구보고서 결과는 우리나라가 기계공업을 육성하려면 자동차, 조선, 철강 및 특수강 회사를 만들어 모든 기계공업의 기초를 다져야 되고 또 이 분야가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였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회사가 현대자동차, 포항제철, 현대중공업(조선) 및 삼미특수강 이였다. 그때의 연구결과가 40년이 지난 지금에야 꽃을 피우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회사가 우리나라 기계공업 전반에 끼친 영향은 대단하다. 많은 사람이 박정희 대통령의 경부고속도로 건설사업은 알고 있지만 이와 같은 기계공업과 다른 산업의 초석을 다진 업적에 대해선 잘 모르는 것 같다. 그때 전자공업 육성 방안은 펜실베니아 교수 김완희 박사에게 위탁했던 것으로 기억 한다.
KIST 에서 만난 최 박사님은 나의 인생길에도 큰 영향을 주셨다. 최 박사님출생은 잘 알지 못 하지만 부모님께서 독립운동에 참여하신 관계로 중국상해서 성장 하셨단다. 불란서계 학교를 다녔으므로 불란서어, 중국에서 자랐으므로 중국의 캔터니스와 만다린을 잘 하신다. 미국에서 20대 이후 계속해서 살았으므로 영어는 물론 한국어도 쓰고 말하고 러시아와 일본에 6개월 이상 계셨으므로 러시아어와 일본어도 할 줄 아시므로 7개 국어를 하신 셈이다. 미국 MIT 박사 과정 대학원 학생시절 자기 지도교수 로젠아우어와 'Heat, Mass and Momentum Transfer'란 대학원 교제를 공동 집필했다. 각 chapter 마다 주어진 연습문제는 높은 수준이며 이 교제는 미국을 비롯한 많은 대학원에서 쓰이고 있었다. 연구 보고서를 하루 저녁에 마무리하며 우리가 몇 개월 동안 연구한 결과를 설명 듣고 그 자리에서 결론을 내주시기도 했다. 내가 미국 유학 준비할 때 최 박사님의 추천서 때문에 에너지 파동으로 어려운때 인데도 미국 Milwaukee 에 있는 Marquette University 로 부터Research Assistantship(RA)을 받아 유학을 갈 수 있게 됐다. 지금은 Washington D.C.에 사신다는데 돌아가시기 전에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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