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우 시인의 쉬게 풀어쓴 노자 이야기
제 1장
상도(常道)
도를 도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영원한 도가 아니며
이름을 아름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영원한 이름이 아니다.
이름이 없는 것은 천지의 처음이요
이름이 있는 것은 만물의 어머니다.
그러므로
항상 욕심이 없는 것으로써 묘(妙)를 보고
항상 욕심이 있는 것으로써 교(徼)를 본다.
이 둘은 나오는 것은 같은데 이름을 달리하며
하나로 합쳐서 그겻을 아득함이라 이른다.
아득하고 아득함은 온갖 미묘한 것들이 나오는 문이다.
도라고 하는 것은 무엇인가
공자가 인륜의 도를 말 하지만 노자는 이와는 달리 인위적인 도가 아닌 자연의 도, 다시말해서 언제나 변하지 않고 죽지 않는 도를 진짜 도라고 규정 하고 있다.
노자가 도를 상도(常道)라고 하는 것도 일반적인 의미의 도가 아닌 절대적인 뜻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노자에 있어서 상(常)이라는 용어는 늙지 않고 죽지 않는 항구불변의 뜻을 내포하고 있다.
천지가 처음 열리기 이전의 세계, 이것은 인간이 말로써 이름 붙일수 없는 혼돈의 또 다른 세계이다.
이러한 세계를 무위 즉 상도라 하고 하늘과 땅이 탄생된 후 처음으로 인위적인 이름이 생기게 되는데 이때의 도를 인륜의 도라고 하는 것이다.
인륜의 도는 사람들이 각자 편의에 의해서 만들어진 도를 말한다.이를테면 부모에게 효도하고 나라에 충성 하라고 하는 명제가 주어진다면 효와 충은 다 같이 순종하고 복종하는 행위가 전재 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행위는 언제까지나 변함없이 유지되어야 한다고는 볼 수 없다 시대에 따라 정책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연의 도는 이와는 달리 있는 그대로여서 이름이 붙여지지 않는 상태이기 때문에 천지의 처음이 된다. 만약에 이름이 붙여 진다면 그것은 인륜의 도(道)로 만물을 낳고 기르는 어머니가 되는 것이다.
유와 무는 비록 다르지만 서로 낳는 개념이다. 즉 유가 있기 때문에 무가 있고 무가 있기 때문에 유가 있다. 여기서 사람이 살아가는 온갖 가치개념이나 규정은 상대적인 것이지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다만 사람들이 그것이 절대적인 것처럼 꾸며서 왜곡시켜 착각하게하고 강압으로 권력을 휘둘러서 남을 못박아두는 어리석음을 범하게 된다. 그러기 때문에 절대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상대적인 생각을 갖게 된다면 세상에는 어려운 것이 없다.
여기서 우리가 알아 두어야 할 점은 이세상의 모든 있음 즉 존재 가치는 없음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세상에 모습이 드러나지 않고 이름이 지어지지 않으면 그때야 비로소 만물의 시작이 되는 것이다. 형체가 나타나서 이름이 주어지면 성장하고 발육하여 형태가 갖추어지니 만물의 어머니가 되는 것이다.
도는 드러나지 않음과 이름이 없음으로 해서 만물을 시작하게 하고 완성 했으며 만물도 역시 그것으로 시작하고 그것으로 완성 되었지만 누구도 그 까닭을 알지 못하니 그윽하고 신비스럽다고 했다. 그러기 때문에 항상 마음을 비우고 무욕으로 사물을 바라 봤을때 사물이 시작하고 끝나는 미묘함을 살필 수 있다.
이른 봄 만물이 이 돋고 꽃이 피는 모습을 보라. 매화는 찬바람 불고 눈 내리는 추위 속에서도 맑고 깨끗한 꽃을 피워서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신선한 충격을 안겨 주고 있다. 이것은 땅속에 뻗어 있는 뿌리가 활동해서 그 결과로 꽃이 피는 것이 아니라 이미 저장해 놓은 기운이 따뜻한 봄기운을 얻어 피어나는 것이니 이 어찌 무욕의 결실이 아니 겠는가. 벌 나비 날아들고 열매가 맺어 싹이 트기 시작하게 되면 뿌리는 본격적으로 다투어 양분을 빨아먹고 양육하고 번성하게 된다. 그리하여 가을이면 풍성한 결실을 맺어 주고 마침내 낙엽은 떨어져 사물이 되돌아가서 끝나게 되는 종결점을 맞게 된다.
결국 인간도 무욕에서 태어나서 유욕으로 끝을 맺게 되는데 알고보면 내가 태어난 곳으로 다시 되돌아가는 것 뿐이다.
그러므로 생명이 태어나고자 하는 은미한 세계에서 묘(妙)즉 미묘함을 헤아리고 살펴보며 마지막으로 항상 무엇인가 하고자 하는 유욕의 세계에서 사물이 되돌아가서 끝나게 되는 종결점 즉 요(徼)를 살피고 혜아려야 한다.
이상과 같은 무욕(無慾)과 유욕(有慾)은 따지고 보면 나오는 곳은 같은데 이름을 다르게 붙였으니 이 둘은 같아서 모두 그윽하고 신비스럽다는 것이다. 아무리 알려고 해도 알 수없는 그것은 모든 사물의 그윽하고 신비로움이 들고 나온 문이다.
이상에서 밝힌 바와 같이 노자가 말하는 도는 유교의 도와는 다르다. 유교에서는 실천 도덕을 말 하지만 노자는 천도의 근원을 말한다.
즉 도는 눈으로 볼 수도 없고 귀로 들을 수도 없고 말로 설명 할 수도 없고 이름조차 지을 수 없는 것이다.
다시말 하지만 공자학파가 말하는 도는 군자의 도였고 그 이름은 군자의 이름이었다. 그들은 사회 질서를 실현하고 유지하기 위하여 도덕을 만들어 냈다. 계급질서가 그것이고 인륜의 도 예악의 가르침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름이나 인륜의 도를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중요하고 근원적인 문제는 인간은 자연의 일 부분으로써 걸국 자연 속에서 태어나 살다가 자연으로 돌아 간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인간이 자연의 도에 따르기만 한다면 거기에서 최상의 구원을 얻게 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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