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의 인터뷰〕
○ 책 제목이 ‘너도 면서기 한번 해봐라’로 매우 이색적이다. 제목을 정한 이유를 설명해달라.
- 고교 시절 아버님이 마을 이장을 하셨는데 당시는 지금처럼 행정이 전산화되지 않아 면 직원들이 그때 그때 마을 출장을 통해 모든 자료를 수집했다. 직원들은 일찍 조사를 마치거나 이장에게 부탁해 놓고 자기들끼리 어울려 노는 게 다반사였다. 당시 우리 집이 골목길로 들어가 있어 주민들 눈에 띄지 않았고 사랑방이 있다 보니 마을 담당은 물론 인근 동네 담당들의 집합 장소였다. 모이면 화투치며 시간을 때우거나 낮잠응 자고 가는 일이 많았다. 그때마다 아버지는 면서기들 수발하느라 들일도 못 나가고 어머니는 밥때가 되면 들에서 돌아와 면서기들 밥을 차려주곤 했다. 아버지는 이런 면서기들이 부러웠는지 어느 날 ‘너도 면서기 한번 해봐라’ 고 말씀하셨다. 아버지는 너도 저렇게 대접받으며 살아보라는 표현이었겠지만 공직에 들어 온 이후 아버님 말씀을 교훈 삼아 민폐끼치는 공무원이 되지 않으려 노력해왔다. 이런 뜻에서 제목을 아버님 말씀을 인용한 것이다.
○ 책 쓰기가 쉬운 일은 아닌데 특별히 책을 쓰게 된 동기는 무엇이며 책 내용을 소개해 달라
- 흔적을 남기기 위해서다. 제가 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될 리 없지만 한 시대를 같이 살아 온 동료, 지인들과 흔적을 공유하고 싶었다. 훗날 우리 후세들에게 나의 살아온 여정을 간접적으로 보여줘야겠다는 생각도 한몫했다. 내 삶에 목표에 두 가지가 있었다. 책 한 권 쓰고 자격증 10개를 취득 하는 것이었다. 이미 두 권의 책을 썼고 국가 공인 민간자격증을 합해 20여 개를 취득했으니 인생의 목표는 어느 정도 이룬 셈이다. 책 내용은 가족 이야기와 공직생활을 하면서 느낀 내용, 언론 기고내용, 퇴직 후 자연인이 되어 느낀 사회생활에 대한 내용으로 이루어졌다. 3년 전 초판 발행시는 공직을 떠나면서 후배 동료들에게 재지 중 책 한 권 써보겠다는 용기와 동기를 부여하는데 주안점을 뒀었다. 이후 아는 사람들로부터 책 문의가 많아 퇴직 후 일상에서 느낀 소감 등을 더해 개정증보판을 내게 됐다. 책은 판매가 아닌 나눔에 목적이 있다. 저와 공감하고 인연이 있는 분이 원하거나 방문하시면 나눠드릴 계획이다.
○ 저자는 일반적인 공무원들이 겪지 않은 특이한 경력들이 많다. 남들은 다섯 번에 걸쳐 승진하는 4급을 일곱 번 승진해 오른 과장에 대해 얘기해 달라.
- 읍에서 군에 들어가며 8급에서 9급으로, 장흥에서 강진으로 오면서 7급에서 8급으로 한 계급 뒤로 물리는 강임을 두 번이나 했다. 당초 농림직 농업분야에 합격했는데 나중에 농업과 임업직으로 분리되면서 산림과에 근무한단 이유로 임업직이 되었다가 승진이 어려운 기술직에 염증을 느껴 행정직 전직시험을 봐 직렬을 세 번이나 변경했다. 영양군에서 장흥군, 장흥에서 강진, 강진군에서 다시 장흥으로 갔다가 몇 년 만에 다시 강진으로 와 공직을 마무리한 특이한 경력을 갖고 있다. 고향이나 연고지를 찾아 한번쯤 자치단체를 이동하는 경우는 있을 수 있으나 저처럼 다섯 번이나 옮긴 사례는 없을 것 같다. 인정받지 못했다면 다시 갈 수도 다시 오라고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험한 파도가 유능한 선장을 만들 듯 험한 파도 역할을 해준 좋은 상사를 만난 것도 행운이었다. 어디서나 업무에 열심하다 보니 그 상사들이 도와주고 밀어주는 큰 힘이 되더라.
○ 멀리 경상북도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해 고향에서 공직을 마무리했는데 그 과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달라
- 80년대 초 매형이 포항 해병대사령부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대학 졸업 후 고시학원에서 검찰직 시험공부를 했는데 낙방하고 바람도 쐴 겸 포항에 살고 있는 누나 집에 갔다가 경북 9급 농림직 시험공고를 보고 응시했다. 대학에서 농촌지도를 전공해 낯익은 과목이 많았지만 큰 기대는 안 했는데 합격했다. 당시는 지금처럼 근무 시군지역을 지정하고 응시하는 게 아니라 도에서 일괄 선발 후 시군에 배치하는 형식이었다. 희망지로 포항시와 영일군을 썼는데 영양군 배치를 받았다. 당시 강진군 인구가 8만 5천여 명인데 반해 영양군은 고추생산이 주산으로 4만 4천밖에 안되는 산골이었다. 그곳 주민들은 영양군이 원래 강원도에 속해 있다 울진삼척 간첩사건으로 울진과 함께 경북으로 편입되어 농담삼아 강원남도라고 부르기도 했다. 발영 후 아버지께서 근무지를 찾아와 ‘이런 산골에서 고생하지 말고 집에 가서 나랑 농사나 짓자’ 하셨는데 ‘이왕에 공직에 들어왔으니 하는 데까지 해 보겠다’ 며 버틴 게 정년까지 하게 됐다. 그때 아버님 말씀대로 그만두고 왔더라면 지금의 내 모습을 상상하기 어렵다.
○ 40여 년 공직생활 중 많은 일을 겪었을 텐데 기억에 남는 일, 어려웠던 일, 성과가 있다면 말해달라
- 기억에 남는 일은 경북 근무시 당시 인사실무자가 고향으로 가려면 전남지사에게 편지를 쓰라고 조언해 줘 지사님에게 A4 4장에 구구절절한 내용의 편지를 썼다. 지금 같으면 엄두를 못 낼 텐테 공직 질서를 모를 때라 도지사가 얼마나 높은 사람인지도 모르고 겁도 없이 쓴 것이다. 이후 전남도청에서 고향 강진에는 자리가 없는데 가고 싶은 곳이 있냐 묻기에 “섬만 아니면 어디든 가겠습니다‘ 했더니 장흥으로 전입시켜 주더라. 또 하나 기억에 남는 일은 2007년 1년간 중견간부반교육을 갔을 때 매일 책 한 권 읽는 것을 목표로 삼아 총 400여 권의 책을 읽고 요약한 내용을 나중에 복귀하여 군 산하 동료들과 매일 아침 한 권씩 공유해 간접적인 독서 효과를 거두도록 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어려웠던 일은 말도 통하지 않은 프랑스 파리에서 「유네스코 강진전」 국제행사를 추진한 것과 IMF 후 인사실무자 시절 저승사자 소리 들어가며 42명의 구조조정을 해야 했던 때가 가장 힘들었다. 10여 명은 경기도 등 대도시로 전출시키고 나머지는 나이순으로 명퇴를 받아 마무리했는데 지금도 그때 명퇴당한 선배들을 보면 미안하고 죄송하다. 성과라면 강진군민장학재단 설립과 총무과장 시절 16개 시군이 사활을 걸고 경쟁한 끝에 전남공무원교육원(現전남인재개발원)을 강진으로 유치해 강진의 향후 100년 경제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한 것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 자격증을 많이 취득했다고 하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어떤 종류가 있는지 말해달라.
- 우연한 기회에 도청에 근무하던 후배가 자격증을 따놓으면 죽어서도 사람 몸값이 달라진다며 권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보다 세 살 아래인 후배는 12년 전 세상을 떠났다. 자격증을 어디에 써먹겠다는 생각보다 다양화된 사회에 자격증 취득이 자신의 역량을 키우는 것은 물론 나중에 사회 봉사활동 등에도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 기회만 있으면 도전했다. 해당 업무 분야나 농촌 생활환경에서 직간접적으로 활용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도전하곤 했는데 하나 둘 쌓이다 보니 20여 개가 된다. 숲 해설가, 종자산업기사, 산림경영기술자, 한자2급, 요양보호사, 노인심리상담사, 무인멀티콥터조종사, 재난안전지도사 등 여러 종류인데 하도 많아 나도 잘 못 외우고 있다.
○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 공직에 있는 동안 국가와 군민들로부터 너무 많은 혜택과 사랑을 받았다. 군 기획실장까지 했으니 더 이상 바랄 것도 바랄 이유도 없다. 개인적인 소망이 있다면 벼슬을 버리고 고향에 돌아온 도연명이 자연을 벗 삼아 전원을 노래했던 귀거래사처럼 조용히 시골에 묻혀 살면서 책 읽고 글이나 쓰면서 지역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적극 참여하고 싶다. 그리고 내가 태어난 고향마을 앞 하천 가꾸기와 주민참여형 마을 만들기를 통해 어렸을 적 느꼈던 고향의 옛 분위기를 만들어 귀농 귀촌하고 싶은 마을로 가꿔보고 싶은데 마을에 젊은 층이 없어 어렵긴 하지만 뜻을 함께 해 줄 분이 대여섯명만 되면 과감히 도전해 볼 생각이다.
○ 현재 활동하고 있는 강진군농촌활성화지원센터의 역할과 하는 일에 대해 소개해 달라.
- 농촌활성화지원센터는 2022년 7월, 인구감소 및 노령화로 소멸 위기에 처한 농촌활성화를 위해 행정과 민간의 중간지원 조직으로 설립되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군의 지원을 받는 역량강화사업 전담기관으로 주민교육과 농촌중심지활성화사업 완료지구에 대한 지원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주요 교육으로는 일상생활에 도움이 되는 재난안전지도사, 천연염색, 한방약차, 제과제방, 꽃차 소믈리에, 목공체험, 스마트폰 사용과 정리수납 교육, 농촌마을 리더 양성을 위한 농촌소통전문가와 농어촌체험지도사 양성을 위한 교육과 드론자격증반을 운영하고 있다. 농촌사회 공동체 복원을 위한 마을가꾸기사업도 실시하는데 마을경관조성, 마을축제 및 음악회, 상징물과 벽화조성을 지원하고 있다. 한마디로 주민교육을 통한 마을 리더 양성과 주민참여형 마을 가꾸기로 농촌활성화와 공동체부활을 지원하는 기관이라고 보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송하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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