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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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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자연은 날개가 있다 / 송행숙(강진문인협회 회원)

자연은 날개가 있다 / 송행숙(강진문인협회 회원)

  

경운기 소리가 유난히도 경쾌하게 들려 베란다로 나가보았다. 아직 이른 아침인데도 여름 햇살이 눈부시고 따갑게 다가왔다. 그 시야로 지나가는 한 대의 경운기가 있었다. “오늘이 장날이구나.” 나는 경운기에 잔뜩 실린 야채를 보고서야 알았다. 5일 만에 돌아오는 강진 장날은 4일과 9일이고 오늘이 그 하루라는 것을 새삼 헤아린 것이다. 챙이 넓은 밀짚보자를 눌러쓴 아저씨는 신나게 시장으로 달려가나 보다. 경운기 뒤 칸에는 고구마순, , 배추, 깻잎, 보랏빛 가지 등이 어렴풋이 보이고, 동그란 통에 담긴 애호박들이 동글동글 보이는데 마치 어린아이처럼 둘러 앉아 웃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부지런한 농부의 손길에서 탐스런 먹거리로 변신한 소중한 생명들이었다. 야채들이 긴 장마와 태풍, 뙤약볕 속에서 익어가듯 농부의 땀방울이 방울방울 아침 이슬처럼 맺혀 탐스럽게 수확된 것들이다.

문득 유년시절 그 여름이 떠올랐다. 친구들과 후배들이 모두 외지로 떠난 여름이었다. 어느 날 나는 콩밭에 앉아 풀을 맸다. 풀을 매다가 땀을 훔치며 고개를 들어 올릴 때 시원한 바람이 얼굴에 닿았다. 그 때 얼굴에 닿았던 바람이 지금도 잊혀 지지 않는다. 울적한 마음을 달래주듯 살랑살랑 다가와 얼굴을 매만져준 바람. 그 바람을 따라 콩밭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고향을 떠나는 상상을 하곤 했다.

우리 집은 집과 마당이 아주 넓었다. 위채, 아래채, 그리고 사랑채가 있었고 마당에는 가지가지의 꽃과 나무가 있었다. 백동백과 사루비아, 과꽃, 분꽃이 피었다 지며 계절이 지난다. 나는 철마다 마당에 앉아 꽃을 보는 걸 좋아했었다. 계절마다 다양하게 피어나는 예쁜 꽃들이 유일한 내 친구였다. 꽃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눈길을 주면서 날마다 내 나름의 사랑을 표현하기도 했다. 정겹던 친구들이 떠나버린 고향에 나만 남아 있었던 힘든 마음을 꽃들을 보면서 이겨낸 시절이었다. 어쩌면 나 스스로 위안을 찾을 친구가 필요했던 때에 꽃들이 곁에 있었고, 꽃과 함께 느껴보는 자연의 미물들에 대해서도 작은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잘 이겨낸 날이었다. 그렇게 언제쯤 외지로 떠날 수 있나 하는 내 속에 말을 꽃들은 잘 들어주었다. 농촌에서 농사일을 이어가다 보니 언제 씨앗을 뿌리고 어느 때 거름을 주고 또 어느 철에 거두어들이는지도 차츰 알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농사는 매년 똑같이 하는데도 해마다 똑같은 수확이 돌아오지는 않았다. 자연과 하나가 되기는 어려웠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씨앗이 제대로 싹을 틔우지 않기도 하고, 다 자란다 해도 수확물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가도 원하던 수확물을 거두면 큰 기쁨을 맛보게 되고, 그간의 내 노고는 자연 속으로 날개를 달고 어디론가 날아갔다.

그렇게 세월이 지나고 결혼을 하면서 나는 고향을 떠나왔다. 콩밭에서 내 땀을 식혀준 바람이 있었듯이, 삶의 힘겨운 날들은 아이들이 있기에 자연속의 바람처럼 지나갔다. 이제는 아이들도 다 성장하여 제 갈 길을 가고 작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 유년시절 꽃들이 피고 지던 마당을 그리워하며 베란다에서 작은 꽃밭을 가꾸고 있다. 나의 베란다 꽃밭에 핀 꽃들에게 말을 걸었다. 매일 아침이면 꽃과 눈 맞춤을 하고 '사랑 한다'는 말도 잊지 않고 있다. 그래서인지 아파트 14층에서 해마다 화려한 난 꽃이 피고 연분홍작약도 핀다.

가끔 지인들이 우리 집에 오는 날은 자연스레 베란다의 꽃을 보여준다. 그러면 어쩌면 이렇게 꽃을 잘 가꾸었대,” 하며 나의 꽃들을 예쁜 눈으로 바라본다. 그때마다 나는 고향 집을 떠올리며 그때 보았던 사루비아, 과꽃, 분꽃에 가 있곤 한다. 어쩌면 그 시절 빨리 고향을 떠나지 않고 자연과 함께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날들이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유년시절로 잠시 돌아가게 만든 덜컹거리는 경운기가 벌써 저 멀리 점점 작아지고 있다. 경운기 소리도 그 뒤 칸에 실린 야채들의 모습도, 꽃들과의 대화도 내게 다가온 자연은 언제나 날개 같은 존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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