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을 이유로 독립투쟁과 독립운동의 급을 나눌 수 있는가.”
지난달 8월 말 국방부가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장군을 비롯한 독립군, 광복군 영웅 5인의 흉상 이전을 추진하여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국방부는 ‘독립투쟁’을 국난 극복의 전체역사에서 특정시기에 국한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며, 봉오동 전투를 이끈 홍범도 장군이 1927년 소련 공산당에 입당한 전력을 문제 삼았다. 이와 관련하여 많은 비판이 제기되자 국방부는 홍범도 장군의 흉상만 이전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독립투쟁을 이념논쟁에 편입시켜 폄하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국방부는 홍범도 장군의 공산주의자 이력과 ‘자유시 참변’에 가담했다는 것을 주장하여 논란을 더욱 가속화 시켰다. 문제는 ‘자유시 참변’의 경우 이에 관련된 정보들이 확실치도 않고, 사료가 거의 없다시피 하며 학계에서는 ‘자유시 참변’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의견이 주류다. 그렇기에 국방부는 9월 초 기자회견에서 일부 기자들은 이 부분을 지적하면서 제대로 확인되지도 않은 정보를 토대로 ‘역사논쟁’을 불러일으키느냐고 비판했다. 어떤 기자는 “역사 논쟁 이렇게 허술하게 하는 게 아닙니다.”라며 쓴소리를 남겼다.
국회 예결위 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국회의원은 ‘홍범도 함 명칭 변경’과 관련된 질문을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하며 굳이 바꿀 필요가 있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대한 답변에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주적과 싸워야하는 군함이 공산당의 적을 가진 사람의 이름을 왜 써야 합니까?”라고 답하여 논쟁을 더욱 가속화시켰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독립투쟁마저 폄하하려는 시도를 보이는 것은 ‘친일’논란을 피할 수 없다고 말한다. 스스로 자충수를 둔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도 있다. 참골 정부와 여당에서는 방류수에 대해서 아무 문제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일에는 여당 국민의 힘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허위 동영상을 올린 유튜브 채널을 고발하기도 했다. 일부 누리객은 이와 관련하여 “일본 측에서 고발할 일이지 왜 ‘대한민국의 여당’이 대신 나서고 있느냐”면서 비판했다. 일부 지식인들은 정부와 여당이 현재 ‘뉴라이트’ 사상에 빠져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뉴라이트는 21세기 중반에 태동했던 신흥 우파 세력으로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하여 일제 치하의 강제성과 폭력성을 부정하고 출산율과 같은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소를 이유로 일제가 대한민국의 경제의 기반을 마련하고 발전시켰다는 논리를 주장하고 있는 단체다. 현 정부가 이념을 이유로 독립투쟁과 독립운동의 급을 나누며 재심사하려는 움직임부터가 뉴라이트의 사상에 기반하여 독립투쟁과 독립운동 자체를 폄하하려는 시도가 아닌가 의심을 사고 있다.
◉일본의 학살과 근대화의 실체
뉴라이트의 의견대로라면 독립투쟁과 독립운동은 일어나서는 안됐다. 일본이 한반도에 온 이유가 단순히 한반도 근대화를 위해서라면 독립투쟁과 독립운동을 결코 소수가 아닌 전국적으로 일어나서는 안됐다. 3.1운동 당시에는 헌병과 경찰을 동원하여 완전히 짓밟듯이 진압했다. 일본은 평화적인 시위에 무력을 사용하여 최소한 학살 7,500명과 부상자 16,000명, 피검자 46,000명이라는 무자비한 탄압으로 일관하였다. 간도지역에서는 청산리 대첩을 비롯한 전투에 대한 보복으로 대학살을 벌이기도 하였다. 이때 3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학살당했다. 훗날 일본은 이런 버릇을 버리지 못했는지 중일 전쟁 당시 점령한 난징에서 대규모 학살을 벌이기도 하였다. 일본 우익측은 난징에서 40~50명 밖에 죽지 않았거나 아무도 죽지 않았다고 주장하는데, 실제 역사 사료와 중국측 주장, 서양측 증언에 의하면 4만에서 20만명 정도는 살상당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어째서 독립운동과 독립투쟁이 일어났는에 대한 의문을 가지자면 일본이 저지른 인명경시와 학살을 이유로만 들어도 충분하다. 일본은 명백히 군사적인 침략을 통해 무수한 인명을 살상했고, 그 인명을 대가로 이권을 침탈하여 일본의 이득으로 바꾸고자 하는 의도가 분명했다. 근대와 전근대를 넘어서 어떤 국가의 백성이든 간에 주변 사람들이 살해당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일부 사람들은 저항했으니 죽임 당한 것이라고 하지만, 부족국가가 아닌, 명백히 하나의 중앙집권체제가 존재하는 국가를 침탈하면서 어떤 저항이 없으리라 생각하는 것부터가 오만이다. 일본이 진정 조선인의 해방을 원했다면 군사적 강압과 학살을 시행해서는 안됐다. 참고로 일본이 조선에 시행한 근대화의 결과 조선인들의 문맹률은 80% 이상이었다. 누군가는 출산율이 증가했음을 주장하지만 참고로 그 출산율이라는 것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아프리카에서 조차 높게 나오는 형편이다. 대부분의 조선인들은 근대화 혜택조차 받지 못했다.
◉일제침략
1875년 9월 20일 강화도 앞바다에서 일본 소속 군함 운요호와 강화도 초지진에 주둔해있던 조선군 간에 충돌이 일어났다. 운요호의 승조원들이 단정을 타고 조선 해안 측량을 시도하였는데, 이 과정에서 조선 수군이 경고폭격을 하며 철수를 요구했다. 이때 일본군 승조원들은 소총으로 응사했다. 다음 날 9월 21일 운요호는 함포를 발사하여 강화도의 초지진을 파괴했고, 적은 승조원으로 강화도 점령은 불가했기에 방비가 허술해보이는 영종도에 기습상륙하여 근대식 무기로 조선군을 궤멸시키고 일부 무기를 노획하고 성내에 불을 지르고 철수했다. 이때 전투에서 조선군이 35명이 전사하고, 포로로 16명이 잡힌 가운데 운요호에서는 경상자 2명만이 발생했을 뿐이었다. 이마저도 조수간만의 차가 큰 뻘에 발을 내딛다가 발이 삔 것이었다. 이로써 조선과 일본간의 군사적 격차가 완전히 드러났다.
운요호 사건은 일본의 무단침입임이 분명했지만, 일본은 도리어 조선이 운요호에 선제공격을 했다고 주장하며 여러척의 함선을 부산과 강화도에 끌고와 무력시위를 행했다.
운요호 이전까지 조선은 척화비까지 내세우며 프랑스와 미국의 침략에도 격렬히 저항하며 굴복하지 않았으나, 일본의 침략에는 가볍게 백기를 들어올리며 굴복하고 말았다. 안보에 더 신경을 써도 부족할 상황에서 경복군 증건을 비롯한 국고를 낭비하는 정책을 시행하여 군사력에 투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게다가 19세기 후반부터 서양과 서양의 문물을 받아들이지 않은 국가들 간의 군사력 격차가 압도적으로 벌어지기 시작하였는데 가영 조선군이 여전히 조총을 사용하는 상황에서 서양의 문물을 받아들인 일본군은 사거리가 월등한 미니에탄을 넘어 연사력이 월등한 후미장전식 소총까지 소지하고 있었다.
결국 1876년 강화도 조약이 2월 27일 조선 경기도 강화유수부 연무당에서 체결되었다. 이 조약은 조선의 개항과 자주국가 선언,부산을 포함한 세 항구를 개항장으로 지정, 일본인의 치외법권 인정, 일본의 해안 측량 허용하는 등 조선 입장에서는 불평등이나 다름없는 내용들이었다. 결국 조선의 ‘척화’는 완전히 실패로 끝났으며 훗날 서양과의 불평등 조약을 맺는 단초가 되었고, 1905년 을사조약을 맺어 실질적인 국권을 잃고 1910년 경술국치로 인해 일본에 완전히 합병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의병활동
1894년 동학농민운동이 발발한다. 원인은 전라도 고부 군수 조병갑의 횡포로 알려져있지만, 사실 이는 조선 사회에 쌓여있던 병폐에 대한 백성들의 불만이 폭팔한 것이었다. 탐관오리들이 끊임없이 백성들을 탄압하는 상황에서 인간이 곧 하늘이라며, 인간의 존엄성을 주장하는 동학은 많은 백성들을 빠져들게했다. 동학농민군은 전라도 지역을 장악하고, 관군으로부터 승리를 거두는 등 승천하는 기세를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고종이 청나라에 파병을 요청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일본군 또한 톈진조약에 의거하여 “일본은 조선에 대해 청과 동일한 파병권을 갖는다”라는 명분으로 파견됐다. 일본은 동학농민운동으로 혼란스러운 조선의 상황을 이용하여 경복궁을 기습적으로 점거했고, 해군을 이용해 황해에서 청나라 해군을 기습 공격하여 청일 전쟁을 일으킨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청나라와 일본간의 전쟁이었지만, 한반도가 주요 전장이 되는 등 민생을 혼란케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1895년 고종의 황후 명성황후가 일본에 의해 살해당한다. 명성황후가 당시 조선인들은 물론, 현대인들에게까지 여러 비판을 받는 인물이기는 하지만, 한 나라의 황후가 외세에 의해 살해당한 것은 당시 조선인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게다가 2개월 뒤 당시 조선인들에게 부모에게 물려받은 효의 상징인 상투를 자르는 단발령까지 강제로 시행되었는데, 기존의 유교 윤리가 뿌리를 내린 조선사회에서 큰 반발을 일으켰다.
더 이상 참지 못한 유생과 백성들이 뭉쳐 최초의 항일의병투쟁 ‘을미의병’을 일으킨다. 4000명이 넘는 의병이 경기도, 강원도, 충청도 일대등 전국적으로 다양한 지역에서 무기를 들고 나섰다. 그러나 대부분 관군의 진압과 고종의 해산 칙유문 발표로 대부분 해산되거나 진압당한다. 오히려 일본에 저항해야할 정부에서 도리어 의병들을 반국가집단으로 여겨 진압한 것이다.
정부의 이러한 대응으로 인해 독립 투쟁활동은 1905년 을사조약이 체결되기 전까지 지지부진했다. 그러나 을사조약으로 대한제국(1897년 선포)의 국권이 침탈당하는 사태가 일어난다. 외교권을 일본에 위임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으로 사실상 주권이 없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1905년 최익현 등을 중심으로 을사의병이 일어났다. 이 또한 을미의병과 마찬가지로 진압되었으나, 1907년에 일어난 정미의병은 상황이 달랐다. 정미의병에는 대한제국군이 해산되면서 서양식 군사훈련을 받은 장교와 병사를 포함한 前대한제국 정규군 출신들이 대거 가담했기 때문이다. 물론 근대화 무기로 의병이 무장한 일본군을 이기기에는 무리였다. 일본군 한 개 분대가 100명이 넘는 의병을 사상자 없이 제압한 기록도 있을 정도다. 실제로 산업혁명 이후 근대화된 군대와 비근대화된 군대의 격차는 심각하게 벌어졌다. 기관총의 등장 이후로는 더 이상 이길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렇지만 의병 활동은 일본군이 한반도를 장악하는데 심각한 타격을 줬다. 의병들은 곳곳에서 게릴라전을 펼치면서 일본군을 기습했고, 일부 지역을 장악하기도 하였다.
정미의병은 원주, 여주, 진주, 양주, 강화 등 진위대가 있던 지역을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벌어졌다. 1만명에 달하는 의병들이 서울진공작전을 실행하는 등 그 기세가 무시할 수준이 아니었다. 그러나 지속되는 일본의 토벌로 의병활동의 근거지는 경기도, 강원도, 충청도, 경상도가 차례로 진압되면서 점차 전라도로 옮겨가게 된다.
◉남한대토벌 작전
일본의 추산에 의하면 호남 지역에만 의병이 4000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전국 다른 의병들이 점차 해산되거나 진압당하면서 의병 교전 횟수가 전라도 지역 대부분이 차지하게 되엇고 인원도 5할을 넘었다. 호남 지역의 의병활동이 강한 이유로는 이 지역이 동학농민운동의 중심지일 뿐만 아니라 러일전쟁 이후로 집중적인 수탈을 당하여 반일 의식이 가장 강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전라도 지역은 일본이 반드시 장악하고 제압해야할 주요 지역이었다.
일본은 1909년 9월 1일부터 10월 30일까지 육군 보병 연대 2개와 다수의 경찰 및 헌병을 동원하여 전라도 지역을 완전히 장악하고자 했다. 그리고 신안을 비롯한 섬 도서 지역으로의 탈출을 막기 위해 해군의 수뢰정 4척까지 동원했다.
일본은 서부와 동부 지역에 육군 1개 연대를 각각 배치하여 의병들의 영역을 제한시키며 좁혀들어갔다. 또 의병들의 후원처가 민간인이라는 사실을 알기에 마을을 초토화시키기는 것도 서슴치않고 저질렀다. 호남 지역의 민간들은 일본군의 보복을 두려워하며 점차 협력을 하기 주저했고, 낙안군의 경우 의병장 안규홍이 일본 헌병을 때려죽이면서 행정구역 자체가 사라지다시피했다. 일본군은 낙안군을 두 개로 나뉘어 보성, 순천에 편입시켜버렸다. 일본군은 의병을 쥐잡듯이 찾아다녔는데, 오죽하면 섬도서 지역에까지 직접 들어가여 한명도 놓치지 않을 기세였다. 이때 의병 사망자만 17000명 이상이었다. 그 중에 의병뿐만이 아닌, 민간인이 섞여 있을 가능성이 높다.
◉마치며
아무리 부정하고려도 해도, 일본이 한반도의 무수한 인명을 살상했다는 사실은 사라지지 않는다. 애초에 조선을 식민지로 삼은 것부터 일본이 중국으로 가는 발판을 마련하기 위함은 물론, 조선의 모든 것을 수탈하여 자신들의 것으로 삼으려는 의도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한국에서 약간의 ‘친일’적인 발언을 하거나 행보를 보인다는 것은 반드시 역사적 검증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정부와 국방부에서 보이는 행태는 ‘이념’을 빙자하여 과거 우리 조상과 민족들이 외세에 저항하며 주권을 되찾으려는 움직임조차 부정하려는 듯 보인다. 이런식으로 독립투쟁과 독립운동에 급을 나누며 차별하고 배제한다면 누가 이 나라를 위해 싸울 것인가 의문이다. 애국심은 강제로 2년에 가까운 세월을 군대에 끌고 가 세뇌하듯이 교육시킨다고 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제대로 된 보답과 존중을 해줘야 생기는 것이지 막무가내로 ‘공산당이 나빠요!’하고 외쳐봐야 아무 효과가 없는 것이다. 철지난 ‘반공’을 위하여 이미 공산주의를 버린 것이나 다름없는 김씨 왕조를 빙자하여 ‘독립투쟁’과 ‘독립운동’을 비하하는 현 정부의 의도가 도대체 무엇인지 의심스럽다. 이 행보는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서도 아닌, 그저 막무가내로 특정 사상을 따르는 결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작성자: 김한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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