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 불안한 투병 생활
지금은 암이 완치될 수 있는 확률이 상당히 높아졌다. 만일 암이 초기에 발견되면 더욱 그렇다. 그 만큼 암에 대한 인식이 향상됐고 진단 기술과 치료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35년 전인 70년대 중반에는 모든게 부족했고 암에 대한 두려움도 훨씬 컸다. 그 당시 나의 상태는 운동은 거의 없었고 집에서 가까운 학교에만 왔다 갔다 했으니 몸 무게가 80kg이 넘었다. 거기다 학교 공부 뿐 아니라 지도교수 문제, 박사학위, 가족생계 등으로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최고조에 달했다.
그래서 내 주변환경을 포함한 의식주의 모든 것을 바꾸기로 했다. 우선 오랫동안 돌려가며 쓰던 거실에 깔린 카펫(carpet)을 없애 버렸다. 미국에서는 거라지 세일(garage sale)이라고 해서 자기가 쓰던 가구, 옷가지 및 생활용품들을 차고에 진열해 놓고 1~2일 동안에 싸게 팔아 치운다. 이런 식으로 재 사용이 활발히 이루어진다. 에스콘디도 빌리지에도 학기가 끝나고 학생들이 오고 가면 이런 세일 활동이 활발하다. 특히 어린이 장난감, 자전거와 카펫은 그들 중 주 메뉴(menu)다. 내가 쓰던 카펫도 여러 사람이 돌려가면서 쓰던 것이므로 애들 오줌, 똥 과 먼지 등 심히 비 위생적 이었다. 다음은 그리도 중하게 생각했던 박사학위를 마지막 단계지만 미련 없이 포기해 버렸다. 그리고 매일 30분 내지 1시간씩 달리기를 했다. 땀을 흘리는게 좋다고 해서 샤워(shower)대신 온신욕을 하면서 땀을 흘렸다. 이런 식으로 오랫동안 짓 눌렸던 정신적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했다.
제일 큰 변화는 식 생활 이였다. 우선 금식(fasting)을 3일간 했다. 그리고 식사량을 거의 반으로 줄이면서 운동을 하니 3개월 동안에 몸무게가 거의 25kg이 줄었다. 그리고 설탕, 밀가루 와 고기는 먹지 않았다. 캔에 담긴 음료수와 집에서 만들지 않은 가공 음식도 금했다. 그리고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었다. 사과와 당근은 아예 박스(box)체 사다가 냉장고에 넣어두고 주스를 만들어 먹었다. 거기다 비트와 다른 채소도 넣었다. 당근을 자주 많이 사러 다니니 식품점에서는 토끼를 몇 마리 키우느냐고 물어본 경우도 있었다. 그 후로 지금까지 거의 33년 동안 이러한 식생활 패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다. 개선된 식생활에는 아내의 노력과 정성이 담겨 있다. 아침 식사 준비는 항상 당근 주스 만드는 것으로 부터 시작된다. 아침 식사로 당근 주스 외에 껍질이 있는 사과, 밤, 익힌 토마토, 브로커리, 달걀 후라이, 약식이나 떡 조금, 그리고 요구르트를 먹는다. 계절에 따라 참외, 복숭아, 자두 등 다른 과일도 곁 들인다. 그리고 멀티 비타민, 비타민 C,E,B 와 어린이용 아스피린을 복용한다. 당근 주스는 내가 암 치료를 시작한 76년부터 거의 33년을 먹어온 셈이다. 이렇게 해서 지금은 어떤 음식이 건강식품이고 아닌지가 머리속에 쉽게 판단된다
l 면역 치료(Immuno Therapy)
내가 팰러앨토 클리닉의 Dr. Lash 수술제안을 거절한 다른 이유중의 하나는 스탠포드에서 박사학위를 하고 미국 NASA에 근무하는 친구 유영훈 박사의 권유에서 용기를 얻은 점도 있다. 유영훈 박사는 서울공대 토목공학과 출신으로 1학년 때는 유씨이므로 내 옆자리에 앉은 같은 반 친구였다. 그런데 미국 스탠포드에 와서 다시 만난 것이다. 그의 직장 동료 중에 한 사람이 암에 걸렸는데 면역치료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때만 해도 면역치료가 잘 알려져 있지 않고 의료보험 혜택도 받기 힘들었으므로 발전된 치료 방법이라고 평가 받지는 못했다. 유박사 권유대로 면역치료를 받기 위해 미국 캘리포이나주 샌디에고(San Diego)에 있는 리빙스톤 클리닉(Livingston Clinic)을 접촉했다. 그렇지만 예약이 밀려 빠른 시일 내에 진찰을 받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4살과 6살 된 Richard 와 Kathy 를 차에 싣고 장모님을 포함해서 5식구가 무작정 샌디에고로 내려갔다. 10시간 정도 운전해서 근무 시간이 거의 마감되는 오후 6시쯤 도착한 후 의사를 만나고 싶다고 했다. 머리는 하얗고 얼굴은 불그스레한 8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여자 의사가 나타났다. 진찰과 치료는 다음날로 잡혔다. 진찰이라고 해야 피 검사와 혈압을 체크하고 청진기를 갖다 대는 정도였다. 치료는 옛날 임금이 사용했던 국새 같은 면역도장을 맞았다. 면역도장에는 뾰쪽한 침들이 여러 개 박혀 있었고 거기에 우두 같이 면역성을 높이기 위해 병원균이 묻어 있는 듯싶었다. 그리고 비타민 A,B,C,E, 멀티 등 을 한 보따리 주었다. 비타민 A는 하루 2000mg 이상 권했다. 그 다음날부터 면역도장을 맞은 어깨가 부어 올라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이러한 치료를 위해 샌디에고를 여러 차례 왕복해야 했다. 이렇게 불안한 생활이 1년, 2년 지나면서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어느 정도 안정된 생활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 동안 암 치료를 하면서 암에 대한 나름대로 견해와 안목을 갖게 됐다. 해로운 물질들 즉, 바이러스, 박테리아, 독성물질, 프로테인(protein) 같은 영양분 혹은 반복된 자극 등이 우리 몸에 섭취되고 섭취되는 분량이 배출되는 분량 보다 많을 경우 우리 몸에는 거기에 대처하기 위해 변이가 생기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러한 변이의 현상이 암이라고 판단된다. 해로운 것을 배출시키는 중요한 기능들은 면역기능과 신진대사 기능이며 스트레스는 이러한 면역기능과 신진대사기능을 떨어뜨린다고 생각된다.
다음기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