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나폴리 ‘마량항’이 북적이는 이유
한국의 ‘나폴리’라 불리며 전국에서 횟값이 제일 싸 많은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있는 전라남도 강진 ‘마량항’. 한때 관광객이 외면했던 마량항이 이처럼 활기를 되찾은 이유는 무엇일까. 마량항에서 이유를 들어봤다.
마량항은 다도해와 제주를 연결하는 곳으로 천혜의 관광지다. 50m 거리엔 천연기념물 제172호인 ‘까막섬’이 있다. 썰물 때는 걸어서 갈 수도 있는 까막섬은 상록수림인 후박나무 등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인근에 무인등대가 있어 강진만의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
주변엔 ‘만호성터’가 있다. '마도진'이라 불린 만호성은 1429년 ‘세종실록지리지’에 나오는 전라도 8개 만호 중 하나로, 중선 8척과 수군 510명이 머물렀다. 임진왜란 당시엔 고금도에 주둔한 ‘수군본영’의 지척에 있어 인력과 군량미 조달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지금까지 석성으로 된 터가 뚜렷이 남아있어 ‘만호성’을 복원하자는 학계의 주장도 있다.
정부, 군청의 노력으로 미항으로 태어나다
천혜의 관광자원을 갖고 있는 마량항은 섬지역의 해산물을 거래하는 곳으로도 유명했다. 강진군에서 두 번째로 큰 상권을 형성했던 이곳은 강진만 등에서 생산한 재래식 김을 일본으로 수출하던 19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외지상인으로 가득했다. 또 신선한 자연회를 찾아온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시중에 돈이 돌자 횟값도 올랐다.
1990년대 이후 수출이 줄자 마량도 쇠락기를 맞이했다. 그런데 횟값은 제자리였다. 이곳을 찾던 관광객들은 “산지횟값이 도회지보다 비싸다”며 발길을 돌렸다.
마량항이 달라진 것은 2006년 해양수산부(현 국토해양부)가 이곳을 전국 최초로 ‘살기 좋은 어촌 만들기’사업에 선정하면서부터다. 당시 정부는 이곳을 어촌의 소득을 증대하고 어항을 합리적으로 개발하기 위해 방파제와 야간경관시설, 전망대, LED램프를 활용한 빛의 수로, 산책로 등을 설치했다.
강진군도 거들었다. 2007년부터 강진군은 이곳을 미항으로 가꾸기 위해 해상공연장과 낚시공원 등을 건설했다. 지난 5월에는 총 사업비 25억원짜리 ‘북산공원화’ 사업을 추진해 산책로 1㎞와 마량항과 인근 고금과 약산도 등 다도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와 쉼터 등을 완공했다.
이와 함께 강진군은 마량항 횟집의 현대화 사업도 추진했다. ‘마량항을 살리려면 횟값을 낮추고 원산지 표시 의무화와 위생에 철저를 기하자’는 것이었다.
마량면 20여업소가 구성한 ‘횟집연합회’에 예산을 지원해 노후수족관을 새로운 형태의 수족관으로 교체하도록 하고 원산지표시를 의무화했다. 또 횟집 종사자 70여명에게 강진군 로고가 새겨진 위생복과 스카프, 앞치마 등을 제공했다.
광어 등 활어회 1㎏당 3만원
이어 2008년 4월 횟집 업주들은 생선회 가격에 거품을 빼고 바가지요금을 근절하자는 내용의 자율결의를 했다. 이후 마량항 근처 횟집에선 광어, 우럭, 농어, 숭어 등 활어회를 1㎏당 3만원에 팔고 있다. 생선회 포장은 1㎏당 2만원이다.
연합회의 노력으로 마량항의 횟집들은 관광객에게 ‘마량항 근처 횟집은 깨끗하고 바가지가 없다’는 이미지를 심을 수 있었다. 이후 평일에도 횟집을 찾는 주민과 관광객의 발걸음이 늘었다.
강진군 해양수산팀의 한 관계자는 “마량항은 군청의 지원을 받아 횟집 서비스를 개선해 먹을거리와 볼거리, 즐길거리가 한데 어우러진 관광미항으로 변했다”며 “예전 4~5만원하던 횟값이 3만원으로 낮아지면서 찾는 이들이 많아, 횟집 매출이 30% 이상 늘어나는 등 경제적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수협어판장 부근에서 수년째 횟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41)는 “횟집을 찾는 손님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며 “완도를 잇는 고금대교 개통으로 손님들이 섬 지역으로 빠져나가고 있지만, 미항인 마량의 경관을 보러 오는 관광객도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2년 전 인근 완도에서 마량으로 이주해 온 황모씨(64)는 “마량 횟값은 전국에서 가장 싼 편”이라며 “외지에서 온 관광객들도 활어 가격이 싸고, 양이 풍족해 만족해한다. 마량은 회를 포함한 음식값이 싸고 인심이 좋아, 계모임 등을 하기에도 좋다”고 강조했다.
토요음악회로 관광객을 유치한 마량항 주민들
정부와 군청의 노력에 마량항 주민들도 화답했다. 주민들은 매주 토요일 방파제 공연장에서 국악, 포크송, 성악, 연주회, 풍물놀이, 댄스, 시낭송회 등의 토요음악회를 개최하고 있는데, 이를 찾는 외지관람객이 증가하고 있다.
주민들은 토요음악회를 매년 3월부터 11월말까지 오후 4시쯤에 개최한다. 6월부터 9월에는 오후 6시부터 시작한다. 지난 8월 1일 79회를 맞이했다. 주민들은 토요음악회 외에도 일요 어울마당, 미항축제 등 다양한 볼거리를 마련해 관람객을 유혹하고 있다. 덕택에 음악회에는 버스를 이용한 단체관광객도 즐겨 찾고 있다.
토요음악회의 한 관계자는 “아름다운 관광자원과 값싼 활어 등 먹을거리, 깨끗한 숙박시설을 갖춘 마량항이 즐거움을 선사하는 음악회와 만나, 점차 체류형 관광지로 변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판소리, 시낭송, 색소폰 연주 등 특색 있고 차별화된 토요음악회를 운영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경남 창원에서 휴가차 마량을 찾았다는 장모씨(45)는 “토요음악회가 열린다고 해, 가족들과 마량항을 찾았다”면서 “까막섬과 공연장을 갖춘 방파제가 인상적이다. 어판장의 전복 등 횟감도 삼천포나 여수보다 싸고 맛있다”고 말했다.
마량면에 근무하는 윤모씨는 “토요음악회로 주말이면 평균 500명의 관광객이 찾는다”며 “8월 대구면에서 열린 제37회 ‘강진청자축제’ 기간만 수천 명의 국내외 관광객이 마량미항과 횟집을 찾았다”고 말했다.
토요음악회가 열리는 마량항 방파제
이밖에도 깨끗한 청정해역으로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매주 바다정화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한국해양구조단 강진지역대, 각 마을 어촌계, 새마을지도자회 등 15개의 사회단체가 조를 편성해 담당구역을 청소하고 있다.
마량항은 정부의 살기좋은 어촌 만들기 사업과 강진군의 미항 가꾸기 사업으로 재탄생했다. 활어의 가격을 낮추고 토요음악회 등 관광서비스의 질을 높여 지역경제를 되살린 ‘마량항’의 사례가 전국적으로 퍼졌으면 한다.
글/사진 박주익 향토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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