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님 우리이장님(48회)
성전면 죽전마을 김영길(58)
“큰 산아래 땅 좋고 물맑은 곳 화목한 마을이죠”
죽전마을은 월출산의 남쪽에 위치한 마을로 안운마을, 월하마을과 함께 월하리에 속한다. 성전-영암간 국도 13호선을 따라가다가 영풍리 신풍교에서 좌측 무위사 쪽으로 곧장 가야한다. 바로 무위사 아랫마을이다. 동으로는 잿등을 넘어 월하마을이고 서쪽으로는 도갑산, 남쪽 골짜기를 넘어서면 영암 학산면, 북쪽으로는 무위사와 그 너머로 월출산이 인접해 있다. 이 마을의 성전저수지는 수원이 풍부하고 물이 맑아 밤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명소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풍수지리에 의하면 마을의 뒷골인 무위사 옆 골짜기의 지형이 뱀이 내려오는 형국이라 하여 뱀형국으로 전해온다. 竹田이라는 지명은 이 뱀형국인 풍수지리에 의해 뱀이 은신하기에는 대밭이 좋을 것이라 하여 대밭을 만들게 되면서 칭해졌다. 골짜기가 뱀길처럼 고부라지고 험해서인지 죽전에서 영암 학산면 상월리로 가는 고개는 ‘더분해재’ 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옛날 이 마을에 거주하는 아낙이 친정에 가면서 떡을 머리에 이고 이 재를 넘다가 산적에게 이바지떡을 빼앗기고 몸까지 빼앗겨 더 분하다 해서 ‘더분해재’ 라 했다는 설과 몸은 빼앗겨도 괜찮으나 굶주린 세상에 떡을 빼앗겨서 더분하다 해서 ‘더분해재’라고 불리었다는 차마 웃지못할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죽전마을의 김영길 이장은 부인 박종임(56)씨와 1녀 2남(현숙31, 현묵29, 길묵26)을 두었다. 막내아들은 일찌감치 회계사에 합격하여 서울의 모 회계법인에 근무하고 있으며, 김이장의 동생 김천식(54)씨가 통일부 정책실장으로 있다. 김이장은 평생 죽전마을에서 농업에 종사해왔다. 외손주를 본지 2주되었다는 김이장은 이른 아침 고추밭에서 빨갛게 익은 고추를 따기에 바빴다. 죽전마을은 무위사 아래 사하촌으로 벼농사와 밭농사가 소득원이다. 농지가 적은 죽전마을사람들은 평균 15마지기 정도의 논농사를 통해 자급자족하는 편이다. 수질 좋은 저수지는 1945년도에 3번 승상을 했으며, 2003년부터 2009년까지 마지막 승상을 마쳐 물량이 좋아 농사짓기에 편리하다. 특히 이 마을의 태양고추는 최상품으로 일반시세보다도 높은 가격에 빨리 팔린다. 마을전체 가호가 25가호에 불과하고 46명가량의 인구가 전부로 남자는 60대가 50%이며 여자는 50대가 50%이다. 국보제13호인 천년고찰 무위사의 소박한 자태처럼 편안하게 느껴지는 죽전마을의 소담스러운 풍광은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당긴다. 그래서인 교사 두 분이 이주하여 살고 있고, 초, 중, 고생도 3명이 있다.
김이장이 빨갛게 익은 늦은 고추를 따고 있지만, 죽전마을의 고추는 이미 모두 팔리고 남아있지 않다. 이처럼 죽전마을의 고추를 알아주는 이유는 세척에 있다고 한다. 김이장은 “7가호 정도가 고추밭을 하지만, 면적이 많은 편입니다. 우리 마을의 고추가 최상급고추로 좋은 가격을 받는 이유는 깨끗한 세척에 있습니다. 정성스럽게 손질하기 때문이지요. 항상 구입하시는 분들이 구입해가는 편이고 가격도 잘 받습니다. 큰 수익이 된다고 봐야지요.” 물이 좋아서 좋은 열매들이 맺히고 부지런하고 정성스런 주민들의 마음이 소득과 이어진다고 보여진다.
면에서 7km나 떨어져 있지만 무위사가 인접해 있어서 하루에 버스가 7번의 왕래를 하기 때문에 교통도 편리하다. 소박한 아름다움이 있는 죽전마을은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곳이기도 하다. “빈집이 있는지 알아보는 사람도 많이 있고요. 땅을 사려고 물어오는 사람도 많이 있어요. 그러나 쉽게 성사되지는 않더라고요. 문화재와 국립공원이 인접해 있어서 법에 제약을 받는 부분도 있는 것 같고요. 하여튼 물어오는 사람은 많습니다. 그리고 매물도 많이 있고요.” 특별히 돋보이는 것 없이 전형적인 산골마을로 보이는 죽전마을이다.
어쩌면 천년고찰 무위사가 정기를 똘똘 몰아 가져가기 때문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오히려 무위사를 중심으로 소박한 사하촌의 모습을 고스란히 갖고 있어서 아름답다는 생각도 들었다. 많은 마을들이 고령화와 젊은 사람들의 부재로 인해 전통행사의 맥을 끊고 있는 점에 비해 죽전마을은 약소하게나마 전통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매년 음력 정월 초사흘에 당산나무에서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당산제를 23년째 지내고 있다.
이처럼 당산제를 이어가게 된 연유는 옛날 마을의 큰 고목나무를 없앤 뒤로 해마다 마을에는 짐승들이 죽는 재앙이 잇따랐다. 김이장은 이러한 마을의 재앙을 없애기 위해 알아보게 되었고 어느 무당을 통해 당산제를 지내야 큰 재앙이 없을 것이라는 애기를 듣고 그 다음해부터 당산제를 지내게 되었다. 그래서 김이장이 23년간 당산제를 지내오고 있다. “당산제를 지낸 뒤로는 정말 큰 사고가 없이 넘어가고 있어요. 지금은 간단하게 정각에다 재물을 놓고 참석할 사람들만 참석하여 제를 모시고 있어요. 저녁 8시부터 30분가량 지낸 뒤 음식도 나누고 노는 시간을 갖지요.”라고 말했다.
죽전마을은 특히 애경사시 단합이 잘되기로 성전면에서도 유명할 정도였다. 초상이 나면 모두가 자기일처럼 생각하고 나서서 함께 하면서 화합하면서 한 가족 같았다. 그래서인지 김이장은 이렇게 말한다. “한 5 가량 마을에 초상이 나지 않은 것 같아요. 그래서 예전에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서로 자기일처럼 돕고 함께 했던 일들을 본지가 오래 되었네요.”
이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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