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하훈 칼럼
군수선거의 과열양상
내년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군수 선거가 과열 양상을 띠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렇지 않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물 밑에서는 치열하기 짝이 없다. 여러 후보군이 형성되어 군수 지망자가 많은 것도 그렇지만 각 예비후보마다 제각기 목소리를 담고 있어 아무래도 자신의 출마 변을 늘어놓기도 하고, 상대방을 벌써부터 헐뜯는 소리마저 들려오고 있다. 과열이 일찌감치 찾아온 것이다.
과열이 있다보니 비방과 흑색선전도 난무하기 마련이다. 사실과 전혀 다른 사실무근의 말도 나돌고 있고, 누가 누구를 욕했다느니, 누가 누구를 비방했다느니 하는 말들도 날만 새면 새롭게 나돌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물 밑에서의 일이다. 사실, 이미 강진은 군수 선거가 시작되었다고 볼 만큼 철사 줄 같은 긴장이 팽팽하게 흐르고 있다. 그 같은 긴장은 청자고가구입논란으로부터 시작되기도 하고, 차기 강진군수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로부터 시작되기도 한다. 경찰에서는 내사를 하는가 하면 선관위에서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도 그 같은 결과이다.
따지고 보면 군수 선거 과열은 언론의 책임이 가장 크지 않는가 싶다. 선거를 일 년 여 앞두고 예비후보들의 이름을 수면 위에 떠올려댔으니 빨리 줄 서고 싶은 사람들의 조급증은 에비후보를 가만 놔둘 리 만무했을 것이고, 덩달아 예비후보 역시 맞장구를 치고 나서지 않았겠는가. 언론에서 좀 더 자제했더라면 과열 양상까지는 오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그런 탓에 요즘에는 유권자의 권위가 일찍 찾아온 느낌이다. 현직에 있는 사람도 그렇고 예비후보들의 행보가 바빠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거는 아직도 7개월이나 남아 있다. 예비후보의 조급한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7개월의 선거 기간은 결코 길지 않는 세월이다. 그 기간에 별 별 일이 생길 수도 있는 세월이므로 체력과 인내가 요구되지 않을 수 없다. 자칫 체력과 인내에 한계를 느끼게 되면 중도탈락이란 쓰라림도 맛보아야 한다.
군수란 자리는 누구나 앉을 수 있는 자리다. 정치에 꿈을 가진 사람이라면 한번쯤 앉아보고 싶은 자리가 군수다. 그래서 내가 앉으면 세상을 구하고 강진군민을 구하고 나아가 모든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아니면 자신의 출세욕에 더욱 몸이 달아 정치의 꿈을 키우는 줄도 모른다.
그러나 정치란, 아니 군수 자리란 어디까지나 군민과 희로애락을 함께 하는 자리다. 거대한 정치 이념의 실현보다도 군민들의 손과 발이 되어 주는 직책이 곧 군수자리인 것이다. 그러므로 5일장에서 농산물을 파는 촌부의 손도 잡아줄 수 있고, 흥겨운 자리에서 함께 놀아줄 수도 있으며 아들 딸 없이 홀로 사는 독거노인에게 잠시 얘기도 나눌 수 있는 열무김치 같은 푸근한 군수가 요구되는 시대임에 틀림없다.
7개월 여 남은 군수 선거가 과열되고 있는 것은 한편으론 좋은 일인지도 모른다. 서로 군민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나서니 말이다. 하지만 과열은 곧 부작용도 만만찮다. 자칫 골 깊은 갈등으로 이어져 평생 원한이 생길 수도 있는 일이다. 도시가 아니라 자그만 시골 고을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군수 선거가 조용히, 정당당당하게, 그리고 깨끗하게 치러졌으면 하는 희망이다.
다음기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