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향월촌 7> 땅울림 /시와 산문 / 박부민 시인
땅울림
조용한 개미집을 건드리지 마라
땀 흘리는 그들의 터전을
가벼이 발로 뭉개거나
히죽거리며 물을 부어대는
인위적 장난을 삼가라
땅속에 붙어산다고
땅을 기어 다닌다고
조롱하며 우습게 여기면 되는가
개미들이 소리 내어 울 때
땅 땅 땅 땅
거대한 땅울림이 시작됨을 아는가
지축이 흔들리고 쪼개지고
집도 마을도 산도 넘어져
솟구치는 불기둥에 눈물마저 타
세상 모든 가슴이 뭉개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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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친구들과 함께 흙과 더불어 놀다가 짓궂은 장난질을 할 때가 있었다. 바람에 나무에서 떨어진 풍뎅이를 잡아서 발을 다 떼어버리고 목을 비비꽈 돌려놓으면 앵앵 제자리를 돌며 발버둥치는 꼴이 재미있어 히죽대던 철없는 아이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집에서 주전자에 물을 담아 와서 개미들이 종일 파놓은 개미집 구멍에 물을 부어대는 엽기적인 짓까지 저지른 뒤에야 장난은 끝났다.
느닷없는 대홍수에 혼비백산 흩어지며 정신을 놓던 개미들의 아수라장이 우리에게는 즐거운 웃음거리였던 것이다. 그것 말고도 숨겨진 비리들이 많이 있었음은 미루어 집작하리라 믿는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그런 혐의에서 그다지 자유롭지 못할 테니까.
그런데 조금 철이 들어서 산 넘어 고모네 집에 심부름 갈 때였다. 누군가 따라오나 싶게 땅에서 소리가 나는 것이었다. 분명히 땅이 울리는 소리였다. 내 발자국 소리가 땅을 울리게 할 정도는 아니었기에 나는 순간 친구들과 개미집에 장난 쳤던 순간들이 떠올라 그 죄 값으로 벌을 받는 가하여 들입다 달려가면서 공포를 극복하고자 했다. 그러나 땅울림은 더 크게 내 귀와 가슴을 두드렸다. 그 후로는 혼자 그 산을 넘는 일은 없었고 땅에다가 장난질을 하는 일도 그쳤던 듯하다.
미물을 함부로 대하는 마음도 돌아보면 좋지 못하거든 가난하고 힘없지만 말없이 열심히 살아가는 소중한 사람들을 조롱하거나 눈물짓게 하는 일은 그 누구도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굳이 동학이니 민초니 4월이니 5월이니 말하지 않더라도 사람 사는 이치가 그렇다. 멸시 천대받고 억울한 피울음들이 쌓이면 거대한 땅울림이 일어나고 불기둥이 솟고 결국 모두가 울게 된다.
세계적으로 지진이 유독 심해지고 사건사고의 점철로 흉흉한 이때에 땅울림의 경고를 깨닫는 귀와 가슴을 가져야 할 것이다. 땅은 거짓이 없다. - 녹향월촌에서 박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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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부민 시인 / 1996년 계간 <시와 산문> 신인상 당선 (조병화 시인 選) 2005년 한국크리스챤문학상 수상. 한국크리스쳔시인협회회원. 현 남도햇빛교회 담임목사 nasaret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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