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문 수필가의 인생교양칼럼(11)
유교와 도교에서 바라보는 사생관
1)유교 (儒敎)
천지만물이 음양오행(陰陽五行)이라는 기(氣)의 집합으로 생겨나고, 또한 기의 흩어짐으로 없어집니다 (聚卽 生,散 卽 滅) 사람도 예외는 아니어서 모임으로 태어났다가 그 기의 흩어지는 현상이 바로 죽음이라고 합니다. 다만 기(氣)에는 맑고, 흐리고, 깨끗하고 더럽고, 순수하고 잡된 것이 있는데 사람은 그중에서 맑고 깨끗하고 순수한 것만을 받았기 때문에 만물의 영장이 되었지만, 모이고, 흩어짐에 따라 생겨나고 없어지는 (生成消滅) 점에 있어서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과 더불어 다 같은 자연의 일부라고 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이 죽으면, 혼(魂)이 날아가고, 넋은 흩어진다(魂飛魂散)하여 날아가는 혼을 불러들이려고 망인의 체치가 베인 옷을 들고, 지붕에 올라가 흔들면서 혼을 부르는 초혼(招魂)의 절차를 밟는다고 합니다. 죽은 뒤에도 살아지지 않는다고 믿는 혼백(魂魄) 역시 음양의 기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시일이 지나면 마침내 흩어지는 것이고, 자연으로 돌아가는 기는 다시 사람으로 태어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유교에서는 내세(來世)를 믿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러나 한번 죽어버리면 그만이기에 자손을 통하여 대(代)를 이어 감으로써 그 허무함을 달래고, 영생의 욕구를 대신하려고 합니다. 대가 끊어지는 것은 영생이 단절되는 것이기 때문에 아들을 못 낳으면, 아내를 쫓아내는 칠거지악(七去之惡)과 다른 여인에게서 아들을 낳아오는 씨받이하는 풍속이 생겨나기까지 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생(生)과 사(死)를 우주의 섭리 즉 천명(天命)에 따른 기(氣)의 집산으로 볼 때 인간의 죽음 역시 자연의 기로 돌아갑니다. 자연은 인간의 모태(母胎)요, 본래의 고향으로 돌아감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것은 우주 자연과의 영원한 일치입니다. 우주는 영원히 존재하는 것이므로 우주와의 합일(合一)인 인간의 죽음은 인간의 변형된 영존의 시작이라 할 것입니다...
(2 ) 도교(道敎)
유교와 더불어 중국에서 발생한 도교 역시 내세보다는 현세에 중점을 둔 종교입니다. 유교가 내세를 인정할 수 없기에 인간의 죽음은 천명(天命)으로 받아들이고, 자자손손 대를 이어 감으로서 연속성을 유지하려했다면, 도교 역시 내세를 믿을 수 없기 때문에 죽는 것이 너무도 허무하여 영원히 죽지 않는 장생불사(長生不死)와 신선이 되는 성선(成仙)의 길을 택하였을 것입니다. 도교의 대표적 저서인 포박자(抱朴子)가 쓴 진(晉)나라의 갈홍(葛弘)은 불교처럼 삶과 죽음을 같은 차원으로 보는 있으나, 유교처럼 죽고 사는 일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거부합니다. 죽음을 피하고 수명을 늘리는 일에 힘써 궁극적으로는 신선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고 하지만, 천지는 다함이 없고, 사는 것은 반드시 죽는다고는 하지만, 거북과 학은 천년을 산다고 하면서 어쩌면 사람도 그렇게 살지 못하겠는가? 라는 비유입니다. 그래서 불로초나 불사약 같은 것을 추구해 봤지만, 끝내 실현되지 못했고, 나중에는 정신적인 수양으로 이를 해결해 보려고 했지만, 인간은 여전히 현실적으로 죽음에 봉착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도교에서는 인간의 죽음에 관하여 도를 닦아 신선이 된 사람은 죽은 체 하고, 평범한 의식에 따라 땅에 묻히지만, 자기의 옷이나 지팡이에 시체의 모습을 담아 관속에 남기고, 정작 자기는 무덤에서 빠지거나 영생하는 사람들이 사는 신선 세계로 간다고 합니다. 이것이 도교에서 말하는 시해(屍解)요, 시해선(仙)이 됩니다. 당당하게 선계(仙界)로 올라가지 않고, 은밀히 하는 이유는 범인들의 일상사회를 혼란시키지 않기 위해서 라고 하니 과연 선인다운 배려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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