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우 시인의 쉽게 풀어쓴 노자이야기49
제 53장 샛길을 버리고 큰길을 가라.
使我介然有知, 行於大道, 惟施是畏, 大道甚夷, 而民好徑, 朝甚除,
사아개연유지, 행어대도, 유시시외, 대도심이, 이민호경, 조심제,
田甚蕪, 倉甚虛, 服文採, 帶利劍, 厭飮食, 財貨有餘, 是謂盜誇, 非
전심무, 창심허, 복문채, 대이검, 염음식, 재화유여, 시위도과, 비
道也哉!
도야재
대도는 매우 평탄 하지만 인간은 험한 샛길을 좋아한다. 그래서 관청은 높은 누대에 서고, 논밭은 황패해 지며, 곡식을 쌓아 둘 곡간은 텅 비고 만다. 호화로운 옷을 입고, 예리한 칼을 허리에 차며, 맛있는 음식을 먹다 버리고, 돈이 넘치고 재물이 남아돈다,
이러한 짓들을 큰 도독이라고 하며 이는 결코 도가 아니다.
큰길은 항상 평탄 하고 가기가 쉬운 길인데 사람들은 가끔 샛길을 좋아 한다.
그래서 군자는 대로행(君子大路行)이라는 말이 생겨났는지도 모른다. 적어도 사람이 행세를 할여면 넓고 큰 길로 가야지 왜 좁고 험악한 길을 남 몰래 가려 하느냐 하는 말이다.
너무나도 평범하고 실천하기 쉬운 정당하고 당연한 진리인데 그렇지 못하다고 하는 것은 오히려 우리들 실생활에 시사 한바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길이란 사람들이 항상 다니는 도를 말한다.
길에는 넓고 잘 다듬어진 고속도로와 같은 평탄한 길이 있는 반면 빨리 갈 수 있을지는 몰라도 좁고 꼬불꼬불하고 다니기 어려운 위험한 샛길이 있다.
그런데 어찌하여 사람들은 이렇게 좋은 길을 버리고 샛길을 구태어 선택하려 하는가. 그것은 내 자신이 떳떳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남의 눈이 두려워 몰래 피해 가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떻게 하면 남보다 빨리 가려고 하는 그래서 한번 크게 성공해 보고자 하는 잔꾀가 마음속에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자의 말을 빌리면 내가 얼마만이라도 큰길을 거닐 수 있는 지혜를 갖게 되는 것은 혹시 옆길로 빠지지나 않을까하는 노파심을 갖는 것이다. 무위자연의 큰길은 다시없이 평탄하고 누구나 쉽게 다닐 수 있는 길인데도 사람들은 그 길을 버리고 빠르다 하여 꼬불꼬불하고 잡초가 무성하고 위험한 샛길을 택하려 한다.
대도란 어떤 길인가? 크고 넓고 평탄한 길이다. 이러한 평탄한 길을 가고자 많은 사람들은 오랜 기간 동안 장비와 돈을 투자해서 지름길을 다듬어 큰 길을 만들었다. 이러한 길은 위험 하지도 않을뿐더러 여러 사람들과 더불어 마음 놓고 달릴 수 있는 길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큰길을 버리고 남들이 가지 않는 험악하고 좁은 길을 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우리사회의 지도층에 있는 몇몇 정치인 들이나 기업가들은 정치나 기업을 구실로 남몰래 샛길을 쫓아 달리다가 일생일대의 치욕을 안고 나락으로 떨어지는 사람들이 있다. 흔히들 정치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선량이라고 한다. 잘만하면 출세가 보장되기도 하는 길이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이 국민의 손에 의해서 뽑히게 되면 처음 약속과는 달리 백성을 속이고 지식을 속이며 기업과 결탁해서 제 배만 채우려고 하고 있다. 큰길을 버리고 샛길로 빠지는 정치가 설령 그 길이 가깝고 빠르다 할지라도 위험하기로 말하면 살얼음판을 걷는 것과 같고 가시 바늘방석에 앉은 모습과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능력이야 어찌 되었건 이 길을 가려고 한다. 빠른 출세가 보장되기 때문이다. 부와 권력이 결탁하면 못할 것이 없다고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를 잘해서 이 길로 출세하게 되면 다행이지만 그러나 권력이 돈과 결탁하면 언젠가는 패가망신 한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그래서 큰길을 버리고 샛길을 걷는 사람은 평생을 두고 후회 할 일이 생기게 된다. 요즘 지상에 자주 오르내리는 굵직한 사건들의 대부분이 비자금과 관련된 뇌물 사건들이다. 노자는 이러한 사건들과 빗대어 예나 지금이나 위정자들의 그릇된 사고방식을 혹되게 비판 하고 있다.
조정에는 부정과 부패가 판을 치고 있고 국토는 전쟁으로 인해 황패해 질대로 황패 해지고 국고는 텅텅 비어 국가의 재정이 위기인데도 위정자들은 화려한 옷을 걸쳐 입고 값비싼 보검을 허리에 차고 수백만원어치 음식을 먹으며 비자금에 대한 뇌물은 아무런 양심에 가책을 느끼지 않고 슬슬 받어 먹고 다닌다.
나라가 온통 들썩 거리고 야단났는데 높은 사람들은 일요일이라 하여 한가하게 골프나 치러 나가고 연수를 핑개 삼아 관광이나 하고 그러다가 언론에 들통 나면 이 핑개 저 핑개로 입을 덮으려 하지만 이러한 정치인들이나 관리들이 아직도 상존해 있다면 노자는 이런 것을 가리켜 도독 놈의 사치라고 말 했다. 이것은 무위의 도와는 아주 먼 거리에 있다.
다시 한 번 정리하자면 세상을 잘 다스려 보겠다고 발 벗고 나선 위정자나 고관대작들이 처음 약속과는 달리 넓고 바른 길을 선택하지 않고 뇌물이나 아부 등이, 가장 빠른 길이라 하여 능력과 실력 보다는 돈으로 환심을 사게 해서 그 대가로 승진하고 이득을 얻어 온갖 부정과 비리로 호의호식을 누리다가 마침내 세상의 비난이 되자 철창신제를 지고 마는, 잘못된 사고방식을 호되게 비판 하는 내용의 글이다
이러한 부조리들은 노자의 무위자연에 비처 보면 도저히 취해서는 안 될 행동인 것이다. 높은 자리에 오르거든 먼저 께끗 해야 한다. 과거 이조시대도 그러 했거니와 지금도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사람들을 청백리라 하여 모든 국민이 우러러 보고 있지 않는가?
특히 국정에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 일수록 돈과 결탁해서 퇴임후 사법기관의 조사를 받는 사례들이 빈번 한 것은, 다시 한 번 우리 사회 의 부조리가 얼마나 심화 되었는가 하는 것을 엿보게 하는 한 단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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