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한 우정은 삶을 엮는 바늘대
박 양 배
(시인,수필가)
내 나이 망팔의 언덕에 선지도 오래 된 삶을 살아 온 동안에 관계를 맺은 수 많은 사람 중에서 인연이 되어 잊지 못할 사람들이 많지만 노년에 와서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갈 수록 더 그리워진다. 그 친구 중에서도 마음으로 맺어진 심우는 관계가 오래 이어지고 있지만 필요에 따라 얼굴로 맺어진 면우는 겉치레에 불과하여 오래 가지 못 하고 그 많았던 친구가 내 가까이에서 한 사람씩 이승을 떠나고 남아 있는 친구도 점점 멀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진실한 벗은 제 2의 내 자신이 되어 있었고 불행한 처지가 되었을 때 비로소 친구의 진실성을 알 수 있고 그 우정은 행복한 시간에 맺어 진 우정보다 오래가고 그 친구는 앞뒤나 좌우의 어느 방향에서 보아도 항상 같은 모습이며 이런 친구가 있으면 고독에서 벗어 날 수 있고 근심을 피할 수 있는 그늘과도 같은 존재라는 것은 직접 경험을 했었다.
그러나 잘못된 인연은 어느 기회에 악연으로 굳어버려 어리석음과 간악무도한 소견으로 겉치장을 일삼는 친구는 정말 위험한 존재이었고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식의 비이성적인 내심을 숨기고 결속을 주장한 친구 때문에 큰 상처를 받아 은혜를 원수로 갚는 결과를 만들어 놓기도 했었다. 이런 무지막지한 친구의 내심은 계산을 하면서 자기중심적이거나 유아독존적인 그 가슴에서는 참다운 우정이 싹틀 수 없고 겉과 속이 다른 이중 인격자에게는 우정이 쉽게 퇴색 되거나 고사하기에 조심을 개을리 해서는 안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했다.
친구간의 정은 어떤 목적이나 상황으로 시작된 것이면 그것이 이루어지거나 장소가 바뀌면 자동으로 끝나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역경에 처해 보면 참다운 우정을 정확히 평가할 수 있기에 진실한 우정은 무언의 꽃이고 불변의 색이다. 아무 탈이 없고 행복한 시간에는 친구에게 가깝게 접근해 왔었지만 불행한 일을 막상 당하면 찾아 가 자기 일처럼 협조한 친구는 겨우 손가락을 꼽을 정도에 불과 함을 주위에서 너무 많이 본 인간의 간사한 모습이었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은 세상을 떠나 갈 때 찾아 와 슬퍼한 친구가 서너 사람만 되어도 그 사람은 인생을 값있게 살아 온 사람이라고 평가를 얻을 수 있지 않는가 싶어진다.
나의 경우에도 살아 오면서 직접 겪은 몇 차례의 불행한 시간을 맞게 되었을 경우에 느낀 붕우는 내 가슴 속 깊이 각인되어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존재로 남게 되고 그 경우의 우정은 눈보라 치는 추운 겨울에 송백이 더 푸르게 나타 난 모습이고 어두운 밤에 더 초롱초롱 빛나는 별처럼 밝은 빛이 가슴 속을 찾아 온 것 같은 느낌을 받아서 결초보은의 감사를 잊지 않아야 한다고 다짐을 하고 살아 가고 있는 실정이다.
옛날부터 전 해 온 삼강오륜에도 붕우유신을 내세워 친구 사이의 도리는 신의에 있다고 했는데 어느 한 쪽이 친구의 정을 무너뜨린 것은 결국 믿음과 의리를 헌 신발 버리듯 하는 행위가 분명하고 그 사이에는 우정이 일시적이고 이해 타산적이어서 애당초 맺어질 수 없는 악연의 관계에 놓여 결국은 파열하고 마는 시간이 만들어지고 만다. 그래서 친구 사이는 상호간에 책임을 지는 관계가 되어야 한다. 그 사람을 바르게 알려면 그 사람의 친한 친구를 찾아 보라고 했다 좋은 친구는 서로 좋은 행실을 권장하는 일을 서슴치 않는 붕우책선을 주고 받는 관계가 오랫동안 이루어지고 곱게 꽃 피우려면 상호간에 상대방의 진심을 파악하고 나와 다른 차이를 인정하고 틀린 것이 아닌 다름이 있음을 인정하면서 관계를 맺어야 했었다.
사람의 겉 행동에는 진실한 속마음이 다 들어나지 않기 때문에 속마음을 명백하게 파악 할 수 있는 입장이 되어야 진실한 친구의 관계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게 된다. 젊은 시절에 많았던 친구들이 내 곁을 한 명 씩 멀리 영원히 떠나가고 또한 자연적으로 신체적 정신적 요인으로 대인관계가 활발하지 못 해서 노년이 되면 고독의 찬바람을 맞게 되니 더욱 필요한 존재인 노년의 우정은 건강을 지키는 보약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하니 우정은 분명 인생을 엮는 바늘대와 같은 역할을 하고 몇 사람들의 만남이 건강을 지켜주고 삶을 위한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언제나 다정하고 진실한 친구가 내 곁 가까이 있음을 행복으로 생각하고 친구가 어떻게 맺어지고 의미를 지녔는가를 잡가로 흥얼거려 보면서 나와 함께 맺어 진 친구는 누구인지를 생각해 본 것도 행복한 시간이 될 것 같다. 어린 시절 고향 골목길을 대나무 막대로 말을 삼아 함께 타고 달리면서 커 나온 친구들이 지금은 어느 곳에서 무슨 추억을 펴 보이고 있을까? 죽마고우(竹馬古友) 나이가 많아지니 더 그립고 보고 싶다. 마음이 통해 눈빛만 보아도 서로의 생각을 알아 차리고 우정을 나누는 지기지우(知己之友)는 몇 사람인지 서로가 확인 해 보면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가 분명 할 것이다. 친구가 많아도 마음이 맞고 서로서로 사이에 신의를 지키는 회심지우(會心之友)는 노년에 머리 속으로 헤아려 보면 겨우 몇 사람 뿐이 분명하고 오랜 세월 속에 사귀어온 선,후배 사이의 믿음과 사랑의 우정은 분명 연령을 잊고 사귀어 왔기에 망년지우(忘年之友)이지만 정겹기는 매 마찬가지고 벗이 준 정을 잊을 수 없어 하루가 말다하고 보고 싶어 한 친구들을 잊을 수 없는 것과 그 관계를 그린 수어지우(水魚之友)는 자주 만나 우정을 나누고 싶어 만남을 위한 하루가 멀다 하고 연락이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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