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짚공예 달인, 곽영석 할아버지
생활용품 만들어 이웃에 나눠주는 재미로 시작
“배고픈 시상이라 그런 것 맨들고 살았지”
“돈 벌라 생각하면 배우지 마”
짚신, 계란꾸러미, 손쿠리, 옹댕이, 도래방석, 맷방석, 덕석, 지게 등 옛날 우리 조상들은 집안의 각종 생활용품을 직접 만들어 사용했다. 그래서 벼농사를 주로 했던 그 시절 벼 수확이 끝난 뒤에 남은 짚은 여러 가지로 매우 소중하게 쓰였다.
그 같은 짚 생활용품이 현대에 와서는 하나의 공예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데, 그 솜씨가 뛰어나 인기 있는 할아버지가 바로 성전면 대월마을 곽영석(87) 할아버지다.
“옛날 어르신 말씀이 뭣이든지 내불게 없더만.”
곽 할아버지가 어렸을 때만 해도 가난한 집 아이들은 공부할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어른들 하는 일을 도우며 살아야 했다. 그러다보니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짚공예는 자연히 배우게 되는 것이기도 했다.
부모 복 없고 배운 것 없어 짚공예를 따라 했다는 곽 할아버지는 눈썰미가 있고 손재주가 있어서 한 번 보면 금방 따라 했다고 한다. 성질이 가만있질 못해 산과 들에 나가 그 계절에 맞는 것들을 가져다 이웃에 나눠주는 것이 하나의 재미였는데, 손재주가 있다 보니 이것저것 만들어 보는 일과 나눠주는 것이 취미였단다.
“요즘 같은 좋은 시상에 노력만 하면 시골 땅에 돈이 묻혀 있어.”
옛날 사람들이 배고프니까 만들고 살았던 것이라고 여러 번 말씀하시는 곽 할아버지는 그것이 지금에 와서 민속 공예품으로 체험장에서 인기가 있는 것에 대해 뭐든지 재미로 하면 된다고 말한다. 원래 돈 벌려고 만든 것이 아니었던 것처럼 지금도 돈에는 관심이 없다는 곽 할아버지는 심심하면 밤낮으로 만들고 있는데, 그 시간만큼은 좋아하는 담배도 피지 않는단다.
성전면의 9개마을로 이루어진 녹향월촌 테마마을에도 곽 할아버지의 짚공예는 곳곳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맷방석이 인기인데, 녹차를 비비는데 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애로점도 있다. 옛날처럼 제대로 된 재료를 구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가끔씩 도시에서 돈 많은 사람이 값비싼 것을 주문하기도 하지만, 재료구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아예 포기하고 만다. 하루 한 개 정도 심심풀이로 만들지만, 모시를 벗겨 말려놨다가 짚에 모시를 넣어 무늬를 내는 일이 이제는 힘들기도 하다.
또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짚공예로 돈 벌라 생각하면 아예 하지 말아야 한다고 못 박는다. 자신이 재밌어서 심심풀이 취미로 해온 것처럼 옛것을 알기 위해 재미로 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현숙기자 florist03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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