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축산농가! 깊어가는 시름
한미 FTA “실질적인 대책 세워라”
미국 오마바 대통령이 한미 FTA에 서명까지 해 한국에서의 국회 비준만 남겨놓고 있는 가운데 축산 농가들의 시름은 깊기만 하다. 정부에서는 지난 2007년 한미 FTA가 체결된 이후 2008년부터 2017년까지 농업분야에 예산을 세웠다고 하지만 그 예산이 제대로 반영도 되지 않고 있어 더욱 축산농가를 울리고 있다.
마량면 원포리에서 200마리의 소를 키우는 김철웅씨는 “비육소 한 마리를 키우고 나면 200만 원이 손해다”며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260만 원 내지 300만 원을 주고 사들인 소를 고급우로 키웠을 때 등급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 300만 원 내지 310만 원 밖에 받지 못한다는 것. 사료 값과 부대비용 300만 원을 합쳐서 600만 원은 받아야 하는 데 현실을 그렇지 않기 때문에 평균 200만 원의 적자를 고스란히 안게 된다는 말이었다.
“우리 농장은 일괄사육을 하는 무항생제 농장으로서 송아지를 생산해 고급육을 만들고 있다. 좋은 암소에 좋은 수소의 정액만이 고급우를 만들 수 있는데, 고급우의 생산으로 그나마 피해를 보지 않고 있지만 일반 축산농가는 마리당 200만 원 내지 250만 원을 손해 보며 기르기 때문에 앞으로 살아나길 길이 없다”고 어둡게 말했다.
김철웅씨는 “한미 FTA 끝장토론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것도 그렇지만 그보다도 구제역 후유증이 더 크다”고 주장했다. 그는 “구제역으로 인해 소사육농가가 큰 피해를 입게 된 것은 정책적으로 무방비한 상태였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당시 한우는 구제역 피해가 덜했는데도 언론에서 소 매몰 장면을 확대 보도하는 바람에 소비자들이 외면한 것이 더 큰 피해를 몰고 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또 “무항생제와 HACCP 인증을 받았고 인증상표를 달고 출하해도 홍보가 덜 되어 차등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소만 잘 키우면 될 줄 알았지만 인증자체는 무시당하고 있어 홍보미숙이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소비자 외면과 인증이 무시된 것은 정부의 미온적 태도에서 나온 결과라는 것이다.
그는 “고급육은 26~28개월만에 출하해야 경쟁력이 있다고 하지만 30~33개월 되어야 고급육이 나온다. 결국 5개월을 더 키워야 하는데, 사료양이 얼마나 많아지겠는가?”하고 반문하면서 “그렇다고 근수가 많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고급육을 만들어야 손해를 안 본다”고 설명했다.
김철웅씨는 현재 213두를 키우고 있다. 축산농가치고는 대규모가 아닐 수 없다. 임신할 수 있는 암소는 80두이고 나머지는 비육소다.
“사료공장에 돈을 다 주고 있다. 사료공장의 욕구에 충족만 하고 있어 기가 막힌다”며 “살아있기 때문에 먹이를 줄 뿐이다”라고 말하는 그는 한마디로 적자운영이라고 말했다. 송아지만 생산, 출하하는 농가는 겨우 현상유지를 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익은 없고 노동력만 손해라는 거였다.
그러나 송아지 생산이 아닌 비육소를 키웠을 때는 “수소 비육소를 100마리 키웠을 때 등급이 30%만 나오고 70%가 나오지 않았을 때 70마리는 공것으로 키운 것 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일반비육소를 키웠을 때는 고스란히 손해이다”라고 말했다. 결국 20~ 28개월 동안 고급육을 시키면 이익이 있을 것 같지만 5개월 더 키워야만 되기 때문에 그 5개월로 인해 마진의 여부가 결정된다는 말이었다. 어떤 농가는 자금줄이 딸리다보니 28개월에 출하를 하게 되고, 결국 등급이 나오지 않아 손해라는 거였다.
“국민의 먹거리 1등 공신이 축산농가이다. 그러나 이제는 배신을 당한 기분이다. 미국 사람이 먹으면 미국소인가? 미국 음식 안 먹으면 미국 사람이 아닌가?”하고 반문하는 그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원망이 컸다.
“투자액 몇 십억 돌려줘야 손해를 안 보는 상태다. 84년도에 16만 원 주고 산 송아지 한 마리로 계속 투자해 오늘 날 여기까지 왔지만 앞은 절망이고 낭떠러지다”
한미 FTA의 비준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축산농가의 시름은 깊기만 하다. 송하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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