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로운 삶, 은혜로운 삶
장 여옥
저물어가는 한 해 위에 새해를 곱게 덧칠해 보고 싶은 아침이다. 우리네 삶은 왜 이다지도 반복적인 일상의 테두리를 크게 벗어나지 못할까? 그러기에 늘 삶을 돌아보는 묵상의 시간으로 자아를 성찰하지만, 제자리의 틀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일상적인 삶이 또한 가장 큰 축복의 삶이기도 하리라.
삶의 질에 변화를 갈망하는 마음은 순례자의 길을 걷는 듯 늘 무언가를 찾아 헤맨다. 그 방편에 하나로 손에서 책을 떠나보내지 않는다. 그리고 평소에는 텔레비전을 시청하지 않는 데 KBS의 아침마당으로 목요일에 방영하는 명사들의 특강을 꼭 볼 수 있도록 노력한다.
작년 10월 15일에는 시각장애인으로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시절 백악관 국가장애위원회의 정책차관보를 지낸 강영우 박사가 『내 삶을 일으키는 원동력』이란 주제로 명 강연을 해 주었다. 자신을 비롯한 자녀와 조카들을 포함하여 전문인의 삶을 13명이 살아가는 명문가를 이루었음에 감사하였다. 그리고 자신의 교육학공부가 자녀들과 조카들을 키우는데 적용되었다는 것이다.
얼마 전 자신의 삶을 은혜롭게 보여주었던 그가 12월 초에 갑자기 췌장암 말기 진단을 받았다. ‘한 두 달 밖에 살지 못할 것’이라는 선고를 받게 된 것이다. 그는 처음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지만, 세상과의 이별을 준비하게 된 것에 오히려 감사하며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하였다. 그리고 성탄절 전날 자신을 아는 지인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마지막이 될 이메일을 보낸 것이다.
“누구보다 행복하고 축복받은 삶을 살아 온 제가 이렇게 주변을 정리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작별인사를 할 시간을 허락받아 감사합니다.” 라는 내용과 “여러분이 저로 인해 슬퍼하거나 안타까워하지 않길 바란다.”라고 하는 감사함이 가득한 편지였다.
68살인 강박사는 중학교 때 축구공에 맞아 시력을 잃게 되었다. 그는 50년 전 서울맹학교 학생이었던 시절 자원봉사자 여대생인 아내를 처음 만나게 되었다. 그 후 연세대학교의 교육학에 진학을 하여 4년 동안 전체 A+학점으로 수석을 하였다. 1972년 한국의 장애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미국의 피츠버그대학교로 유학의 길에 올랐다. 그곳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원동력』,『오늘의 도전은 내일의 영광』,『우리가 오르지 못할 산은 없다』,『도전과 기회 3C 혁명』,『아버지와 아들의 꿈』,『꿈이 있으면 미래가 있다』등 수많은 저서를 남겼다.
『아버지와 아들의 꿈』에는 큰 아들이 어렸을 때에 하나님께 아버지에 대해 기도하였던 내용이 있다. “다른 아빠들처럼 우리아빠도 저와 함께 야구도 하고, 자전거도 함께 타며 운전도 할 수 있는 아빠가 되게 해 주세요.”라고 하는 것이다. 아빠는 긍정적으로 아들에게 접근하였다. “잠자리에 든 아들을 위해 불을 끄고 동화책을 읽어 줄 수 있는 다른 아빠를 보았니. 그리고 현대의술로는 아빠의 눈을 고칠 수 있는 의사가 없는데 네가 다음에 커서 안과의사가 되어 아빠 눈을 고쳐주면 어떨까?”라고 묻자 아들은 “좋았어요. 제가 커서 의사가 되어 아빠 눈을 꼭 고쳐 드릴게요.”하고서는 아빠의 눈을 다시는 원망하지 않았다. 그리고 계속해서 안과를 향한 전문적인 공부를 하였다. 하물며 아르바이트도 안과에서만 할 정도였다. 현재는 미국 최고의 안과의사가 되었다. 둘째아들은 동아시아인으로서 최초로 현재 버락 오바마 대통령 내각의 백악관 법률고문이 되었다.
그는 장애로 인해 더 열심히 공부하게 됐을 뿐 아니라 책도 쓸 수 있었다고 회고하며, 장애를 저주로 생각하고 원망하며 불평하는 삶을 살면 그대로 분노적인 패인의 삶이 된다고 말한다.
며칠 전 기자와의 담화에서 그는 “누구나 다 한 번 거쳐야 할 거잖아요. 어떻게 직면하느냐가 그 사람의 삶의 질을 결정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라고 마무리를 하였다.
그는 참으로 아름다운 영혼의 소유자였으며, 웅숭깊은 향기로운 삶의 소유자였다. 그를 아는 모두에게 여러 모양으로 은혜를 선물해 주셨던 분이기도 하다. 그의 평생에 삶처럼 마지막 길에서도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하는 그에게 하나님의 특별하신 섭리가 있기를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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