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통로가 되는 언어
장여옥
진한 갈색의 멋진 종마를 돌보는 할아버지와 그 종마를 사랑하는 어린 소년이 있었다. 어느 날 할아버지께서 출타하며 소년에게 말을 부탁한다. 소년은 자신이 얼마나 그 멋진 종마를 사랑하고 또 그 말이 자신을 얼마나 믿고 있는지 알고 있으므로, 이제 그 종마와 단둘이 보낼 시간이 주어진 것에 뛸 듯이 기뻤다.
그런데 그 종마가 병이 난다. 밤새 진땀을 흘리며 괴로워하는 종마에게 소년이 해줄 수 있는 일이라고는 시원한 물을 먹이는 것밖에 없었다. 소년의 눈물겨운 간호도 보람 없이 종마는 더 심하게 앓았고, 할아버지가 돌아왔을 때는 다리를 절게 되었다.
“말이 아플 때 찬물을 먹이는 것이 얼마나 치명적인 줄 몰랐단 말이냐?”
소년은 대답했다.
“나는 정말 몰랐어요. 내가 얼마나 그 말을 사랑하고 그 말을 자랑스러워했는지 아시잖아요.”
그러자 할아버지는 잠시 침묵한 후 말한다.
“얘야,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어떻게 사랑하는지를 아는 것이란다.” 공지영의 『봉순이 언니』에 나오는 글이다.
우리들은 일방적으로 사랑이라는 미명하에 타자의 생각과 마음을 헤아리기보다는 종마를 사랑했던 어린소년처럼 자신의 잣대로 측량하며 나아간다. 사랑뿐만이 아니라 언어적 소통가운데에도 일방적인 통로로서 교류적인 흐름보다는 직설적으로 나아가는 경향이 있다.
존 그레이는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에서 남자와 여자는 생각하는 방식이나 언어, 행동 등 모든 점에서 서로 다르다. 남녀 간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에서도 서로가 다를 수밖에 없음을 인정토록 한다. 화성남자 금성여자의 비유에서처럼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별에서 온 것과 같이 자신과 다르다는 것이다. 다름을 기억한다면 그들을 변화시키려고 애쓰거나 맞서려는 대신 그 차이를 편하게 받아들여 더 잘 지낼 수 있다는 내용이다.
존 포엘은 대화를 다섯 가지 등급으로 나누었다. 우리가 가장 흔히 하는 의례적인 대화 “안녕하세요. 오늘 날씨가 참 춥죠.” “별일 없으시죠.” “행복하세요.” “ 네” 등으로 그야말로 상투적이요, 틀에 박힌 대화를 5등급으로 매겼다. 여기에 약간의 흥미와 소식을 전하는 듯한 정보위주의 대화를 4등급으로 하였다. “네, 눈이 금방 올 것만 같아요. 날씨가 너무 추워서 바깥출입을 자제하는 것이 좋겠어요.” 객관적이고 피상적인 대화로서 친밀감이 생기지 않는다. 3등급의 대화는 “오늘 날씨 춥죠. 그러나 봄은 오고가 말겠죠.” 로서 정보교환, 자기 생각이 들어가며, 상대가 동의하면 의사소통을 하게 된다. 여기서부터 참다운 대화가 시작된다. 2등급의 대화는 “그 말 진짜 감사해요.”, “얼마나 힘드세요. 그 말을 듣고 나니 가슴이 너무 아파요.” 상대방의 입장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대화로서 “가슴의 대화”라고 한다. 1등급의 대화는 신뢰의 바탕위에서 상대방의 감정까지도 공감하는 대화의 수준으로 신체적인 언어까지도 포함하는 “생명을 주는 대화”이다.
우리의 마음은 언어를 통로삼고 날마다 살아간다. 그럼에도 우리는 가족은 물론 친구 간에도 좀 더 바람직한 대화를 하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언어의 통로가 마음을 움직이는 통로가 되는 데에도 생명력을 불어 넣는 사랑의 언어를 사용함에 소홀할 뿐이다. 『다섯 가지 사랑의 언어』를 기술한 게리 채프먼은 “사랑은 배우고 익혀야 할 기술이다.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사랑이 소통되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한다. 우리가 사랑하는 것에도 상대가 공감하는 사랑으로 그 사랑이 꽃피어 날 때에 아름다운 것이다.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언어적 소통가운데에도 생명력이 싹트게 하는 사랑의 언어와 격려의 언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면, 나 자신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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