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초고령화시대
강진읍 목리 박순심 할머니 (91살)
“나이? 잊어부렀어, 손지가 알것여.”
박할머니는 대구면 용운리 항골(항동)이 친정이다. 바로 정수사 아래 동네이다
“산골이라도 친정이 부자였어, 막둥이다고 귀하디 귀하게 컸는디 중신애비가 숨켜서 속아 왔제.”
나이도 잊어부렀네
절은 다 안디 거 뭔 절이더라
맞어 맞어 정수사,
늘 댕기던 산골짜기
그 절도 이제는 생각이 안나고만
18살 귀한 막둥이 밭없는디로 가
고생없이 살으라고
귀하게 살으라고 보내더니,
구식이라 살제 시방같으먼 안살어
멍청헌게 어디로 갈지 모르고 살었제
저 애가 순심이냐고
순심이라 하지말고 ‘야모’라고 해라
동네 어른 소리는 지금도 쟁쟁헌디,
야무지단 말이 뭔 소용인가
묘한 시상 살었제
비밀히 미울거냐
내 애간장 말로는 못해
복이 있어가고 나를 만났제,
개 씨구녁이다
안본께 시원헌디, 죽어서도 일없제
부잣집 막둥이였던 박할머니는 시부모와 5남4녀의 가난한 장손에게 시집왔다.
“워따 식구가 어찌고 많은가? 밥 다해서 바치고 돌아서먼 때 되고, 손님이라도 오면 굶어야지 말도 못해.”
10살이 많았던 남편은 통 일할 줄 몰랐다. 이발 기술이 있었던 남편은 돈이 생기면 술과 노름으로 탕진하고야 집에 돌아왔다. 남편은 결국 43살에 술로 세상을 떠났다. 6남3녀를 두었으나 오히려 남편이 죽어분께 더 시원하더라고 말하는 박할머니. 집안을 거둘지 모르는 남편이 무슨 소용이냐듯 한 맺힌 소리를 쏟아내었다.
“죽어분께 시원하제, 미련한게 살제, 지금 사람 같으먼 하루도 안 살고 내빼제.”
어려서부터 야무져서 ‘야모’라고 불리었다는 박할머니는 ‘야모’답게 그 많은 자식들을 잘 키워내고 가난한 살림을 일으켰다. 머슴까지 두고 살았던 친정부모는 막둥이 딸이 고생 않고 살기를 바라며 밭 없는 집으로 보냈지만, 오히려 남의 밭 메고 살며 억척이 되어갔다. 바닷가에 나가 갯것을 캐내는 일을 하고, 남의 일 마다않고 부지런히 일했다.
“시무서(세무서)에서 늘 와, 한 번은 부해가 어찌고난가 뺨을 때려부렀어, 다 댕기봐도 저런부인 첨봤다고 고개를 흔들고 도망가부렀제.”
당시 이집 저집에서 소주를 내려서 팔곤 했는데, 그 일은 불법이었기에 늘 세무서에서 조사를 나왔다. 그렇지만 참고 있을 수만 없어서 오히려 혼줄내어 아버리기까지 하였다.
시어머니와 거의 같은 시기에 아이를 낳았을 때는 시어머니가 기저귀를 모두 가져가 버리는 바람에 마음이 아팠다.
“이녁 자식 기저귀 가져가분디 맘이 아프제. 당신 자석 킬라고 갖다 감춰부러.”
함께 사는 손주며느리(이병철43, 김유상38)가 좋은 세상 다 맛보게 해주니 살만하지만 아무것도 맘대로 할 수 없는 몸이니 무슨 소용이냐는 박할머니, 그러나
“우리 손주며느리 있응게 그리도 일없어.”
손주며느리가 싸주는 돼지고기 상추쌈을 더 먹고 가야겠다며 웃는 ‘야모’할머니의 얼굴에서 기자는 야무진 소녀의 모습을 보았다.
이현숙 기자
다음기사 : 
